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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 브랜드, ‘산리오’. 산리오하면 대부분 헬로키티,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쿠로미 정도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3월 초, 성수에선 이들보다는 조금 생소한 캐릭터의 ‘생일 카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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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3월 14일생, 올해 40세 생일은 맞은 ‘한교동’이 그 주인공이다. 늘 인기투표를 할 땐 순위권을 한참 벗어났던 오히려 하위권을 차지하던 한교동이 어느샌가 고정적인 팬층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인기 순위에서도 상승 그래프가 그려졌다. 그리고 이 인기 곡선에 가속이 붙더니, 탄생 40주년 만에 중국계 반어인 한교동의 생일 카페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사실 나는 한교동이 40살인 것치고, 그를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키티를 끼고 살던 나에게 한교동의 첫인상은 조금 놀라웠다. 주로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오던 산리오에서 민트색에 입술은 두꺼운 생선 캐릭터를 만들다니.. 사실 필자처럼 한교동이 낯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귀여움, 사랑스러움이 생존조건인 캐릭터세상에서 한교동의 생김새는 그야말로 특이하다. 보면 볼수록 귀여움을 느끼고 있지만 첫인상부터 예쁘다고 하기엔 거리가 먼 외관을 지녔으니까. 그럼에도 한교동은 바뀌지 않았다. 늘 그 모습을 하고 숨지 않았고, 자신만의 자리를 지켜 내왔다. 그리고 엇비슷하게 생긴 캐릭터들 사이에서 한교동의 외관은 줄곧 눈에 띄기도 점점 그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시점이 있었다. 결국 그런 한교동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불어온 한교동 역주행은 그에게 일명 피켓팅이었던 높은 경쟁률의 40살 생일 카페를 선물해주었다. 비인기 캐릭터였던 한교동의 인기가 높아져 생일카페 입장권이 매진행렬도 모자라 리셀이 생기는 실정이라니.. 내심 신기하기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이 불어낸 열풍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직 많은 국가를 여행해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는 강한 편이라고 느껴온 적이 참 많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도 이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보였고, 유행에 따라 다들 비슷한 차림새를 하기보다는 각자의 취향, 개성이 돋보이는 차림새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에서도 투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캐릭터가 꼭 예뻐야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며 ‘자신의 굿즈를 모으는 것’을 취미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특기인 자체의 한교동이 사람들의 팬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교동은 보면 볼수록 귀여운 매력도 있다.)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카페가 열린 것도 참 신기하지만, 심지어 이 생일 카페의 주인공이 몇 년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못생겼다’고 욕을 먹던 한교동이기에 감회가 새롭다. 캐릭터 향유에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 같기도, 캐릭터의 본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하는 신기한 경험을 몸소 체험한 것 같다. 앞으로도 한교동처럼 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와서 이전의 고정관념들을 돌파해 주길 바란다. 모두가 다수에게 사랑받을 수도, 항상 주인공일 수도 없지만 그저 다양성을 유지하고 그저 자체에서 매력을 찾아가는 안목을 가지게 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또 다른 캐릭터 열풍이 불었으면, 또 새로운 친구가 탄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교동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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