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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차가운 계절에 머무는 다정함 [음악]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오늘의 분투를 이어간다.

by 손혜림 에디터
2026.10.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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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투 중인 30대에게 


      이상한 시절입니다. 

      무언가 되어가는 듯하다가도 어떤 날은 

      내가 아직 아무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도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창 이동 중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동은 멈춰 있는 중에도 일어납니다. 

      세계는 이따금 자신이 본 것을 뒤늦게 받아 적거나 누락하지만 그렇다 해서 

      우리가 거기 없었던 건 아닙니다.

      분투 중인 자신에게 상냥하기를. 

      분투하는 타인에게 너그럽기를.


      - 이훤 작가 


       

      2026년을 여는 길목에서 도착한 이훤 작가님의 다정한 안부. 가을이 찾아왔음을 느끼는 동시에 어느새 겨울이 다시 나를 맞이한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2026년을 슬슬 마무리할 준비를 하며, 연초에 건네받은 몇 마디의 글을 다시 읽는다.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문장들.


      지도에서 보이지 않는 건 우리가 이동 중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잠깐이나마 마음을 놓이게 하는 삼삼한 위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오늘의 분투를 이어간다.

       

      카페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프란시스 하>의 음악이 흐르고,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대화가 들려온다. 각자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키스 자렛의 음악을 듣는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1. Keith Jarrett - My Wild Irish Rose


       


       

       

      우연일까?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의 아내 로즈앤(Rose anne)의 이름에도 로즈(Rose)가 들어간다. 한밤중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섬세한 멜로디는 마음을 건드린다.


      1999년 12월, 키스 자렛은 아내 로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녹음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함부르크산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수리한 뒤, 아침에 일어나 기분이 괜찮으면 녹음기를 켰다고 얘기했다. 마이크 위치와 악기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감각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녹음을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넬 선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음악. 그 마음을 생각하며 다시 들으니 익숙했던 멜로디도 달리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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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오래전 써 내려간 곡이 생각났다. 마음이 유난히 어지럽던 시절, 스스로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어 만든 곡이었다. 언제나 네 편이 되어 주겠다는 말과 곁에 머무르겠다는 마음을 곡에 담았다. 하지만 정작 그 다정한 위로는 나에게 닿지 못했다. 곡을 완성하고도 여전히 갈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스스로에게 건넨 위로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소란스러운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이제야 그 시절에 쓴 곡이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분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투 중이었던 나에게 늘 상냥하기를, 상냥하기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날들에도 누군가를 생각하고 작은 낭만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문득 다시 누군가에게 건넬 다정한 선물을 만들고 싶어진다.

       

       

       

      2. Stan getz - Here's That Rainy Day


       

       

       

      가끔 한겨울에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풍경은 조금씩 오래된 기억을 닮아간다. 창문에 보슬보슬 맺힌 물방울 너머로 윤곽은 흐려지고, 회색빛 하늘은 어딘가 빛바랜 사진처럼 보인다.


      빗소리는 기억을 불러내는 어떤 음악과 닮았다. 창가에 앉아 스탠 게츠의 음악을 듣는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색소폰과 글로켄슈필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잊고 지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가 내린 뒤에는 늘 지나던 거리도 다르게 보인다. 젖은 바닥은 은은하게 빛나고, 나무의 결은 평소보다 짙어진다. 비에 젖은 거리를 바라보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다정한 순간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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