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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탱고, 함께 숨을 맞추는 법 -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 [영화]

내가 몸 담은 곳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

by 황지윤 에디터
2026.10.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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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사람과 끝까지 남는 이. 누구의 마음이 더 큰 것일까.

       

      10월 21일 개봉을 앞둔 게르만 크랄 감독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은 이 질문을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가는 영화다. 나는 보는 내내 떠나려는 이유도, 남으려는 이유도 결국 사랑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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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배경은 2001년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다. 주인공 훌리오는 작은 구두 가게를 꾸리며 동네 탱고 밴드에서 반도네온을 연주한다. 하지만 공연료는 돈 대신 엠파나다로 받기 일쑤이고, 가게 수입도 매달 줄어든다.

       

      실업과 부패에 지친 도시에서 그는 더는 버틸 힘이 없다고 판단하고, 어머니와 딸을 데리고 독일로 떠나기로 한다. 그가 가게와 밴드, 자라 온 도시를 내려놓으려는 마음은 자기 편한 삶을 향한 욕심이 아니라 가족의 내일을 향한 걱정에서 나온다. 이 지점에서 이민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떠나는 일이 때로는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방식이라는 걸 영화가 처음부터 설득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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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거기에서 출발해, 떠남과 남음 사이에서 사람이 무엇을 붙잡는지 따라간다. 훌리오에게 남은 재산은 자동차 한 대다.

       

      하지만 그 차마저 성질 급한 택시 기사 마리엘라가 들이받으면서 그의 계획은 초장부터 틀어지게 된다. 보험도 없이 어린 아들을 키우는 마리엘라 역시 먹고사는 일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사고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온기를 띠는 과정 역시 이 영화에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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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에서 탱고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 그 자체다. 탱고는 원래 항구 도시의 가난한 이들이 서로의 서러움을 달래며 만든 음악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슬픈 노래에 맞춰 서로를 끌어안고 춤을 춘다.

       

      위기를 노래로 이겨낸다기보다, 위기를 함께 통과하는 방식으로 탱고라는 소재를 쓴 셈이다. 소리를 맞춘다는 건 결국 숨을 맞춘다는 뜻이기에, 훌리오의 밴드 역시 위기 앞에서도 함께 연주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떠나겠다는 훌리오의 결심을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은 사랑보다 밴드 동료들이다. 한 친구는 신념을 위해, 부패한 권력자를 위한 연주를 거절하고 시위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은 그 상실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웃음이 많은 영화일수록 잃는 순간은 더 조용하게 온다는 걸 영화는 알고 있다. 그의 죽음은 훌리오가 자신이 떠나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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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 남은 생각은 이렇다. 떠나려는 것도, 남으려는 것도 결국 사랑을 위한 일이라면, 정말 중요한 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박자로 사느냐일지 모른다는 것.

       

      훌리오는 도시를 떠나려다 오히려 그 도시가 얼마나 많은 사랑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게 된다. 떠남을 결심한 마음이 뿌리내림의 의미를 새로 쓰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었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많은데도 극장을 나설 때 코끝이 찡했던 이유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이 영화가 위기를 영웅적으로 이겨내는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위기 속에서도 농담을 하고, 사랑에 빠지고, 합주를 이어간다. 그 평범한 일상의 박자가 사실은 가장 강한 저항이라는 걸 영화는 조용히 말해준다.

       

      돌이켜 보면 이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지키려고 움직인다. 훌리오는 가족을, 다른 이는 도시의 양심을, 마리엘라는 아이와 자신의 생계를, 밴드는 서로를 지키려 한다. 이들이 지키려는 것은 다르지만, 마음의 뿌리는 같은 곳에서 나왔다.

       

      위기의 시대를 다룬 영화는 보통 분노나 슬픔으로 기울기 쉽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은 오히려 농담과 노래, 사랑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그것이 마냥 현실을 뒤로 하는 낙관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그 웃음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이 그 뒤에 서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멈춰 세울 수 있는지, 그럼에도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박자를 맞추는지. ‘부에노스 아이레스여 안녕’은 그 모든 것을 탱고의 속도로 천천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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