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의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숲으로 유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여전히 모동숲의 세계에 열광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 게임은 가구를 배치하고 빚을 갚는, 단순한 ‘노동’의 반복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현실의 피로를 잊기 위해, 또 다른 노동이 기다리는 게임 속으로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일까?
다시금 증명된 동물의 숲이라는 IP의 생명력. 그 이면에는 현대인의 결핍을 채워주는 정교한 심리적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두 손 안에 들어오는 마이 홈!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인 호텔은 인테리어 콘텐츠의 정점이다.
유저는 별장을 의뢰받아 벽지를 뜯어고치고 가벽을 세우며, 가구와 구조를 원하는 대로 바꿔나간다. 필자는 이 과정이 주는 쾌감이 단순한 시각적 만족을 넘어선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우리, 특히 한국 사회의 청년 세대에게 ‘집’이란 마음 편히 쉴 곳이기 이전에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이자, 자본주의의 지표처럼 받아들여진다.
내 몸을 누일 포근한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때론 다가가지 못할 신기루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어렵게 나만의 공간을 구했다고 한들, 벽에 못 하나 마음대로 박기 어려운 제약 속에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닌텐도 속 작은 화면 안에서는 다르다.
이곳에서 공간에 대한 통제권은 온전히 유저에게 속해있다. 예산의 제약도 크지 않고,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내가 원하면 벽을 허물고 또 다시 세우면 된다.
현실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온전한 공간 소유의 감각이 동물의 숲 속에서 완벽하게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 게임 속 인테리어에 몰입하는 이유는 그것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완전한 나의 공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뿌린대로 거두는 정직한 세계
낚시와 채집으로 돈을 벌고, 일거리를 받아 자재를 모으는 일들은 명백한 노동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힐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의 노동은 투입한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성과는 불확실하고 보상은 지연된다.
반면, 동물의 숲의 노동은 정직하다. 꽃을 심으면 반드시 피어나고, 가구를 배치하면 곧 바로 주민들이 만족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의 행위가 즉각적인 결과로 제시되는 정직한 피드백. 여기서 오는 자기 효능감이야말로 동물의 숲이 주는 최고의 위로일 것이다.
동물의 숲에서는 마음껏 실패해도 괜찮다. 언제든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니까!
현실과 다르게 실패에 관대한 가상 세계에서 수행하는 노동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통제 불능한 현실을 잠시 잊고, 내가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귀여워지는 나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오늘도 퇴근 후, 또 다른 행복 노동을 위해 게임기의 전원을 켜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