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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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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이라 칼만


 

Women holding things.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성들, 이라는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의 원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세계적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인 마이라 칼만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포함 각국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어 그녀의 그림을 전시했다. 어른과 아이를 위해 30권이 넘는 책을 그리고 쓴 그녀는 2008년, 앤디 워홀과 이세이 미야케 등이 이름을 올린 뉴욕 아트 디렉터스 클럽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또한 2017년에는 "스토리텔링,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그리고 세 가지 모두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으로 그 세대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에게 수상한다는 미국 그래픽아트협회AIGA 메달을 받았다.

 

 

 

2.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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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라 칼만의 책은 온통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성'으로 가득하다. 강렬하고 선명한 색채로 거침없이 채색된 여성들은 더없이 평범하다. 이는 곧, 칼만이 그려내는 세계와 그 속의 인물들이 더없이 생동적이며 사소하고, 현실적이다는 의미이다.

 

책을 보는 여자, 커다란 양배추를 든 짜증이 난 여자, 딸을 안고 달래며 위로하는 여자, 셰 조르주에서 큼지막한 리본을 두른 채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 아픈 개를 안고 길을 걷는 여자. 역사에 책임을 묻는 샐리 헤밍스,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 손녀를 안고 있는 오르탕스.

 

그녀가 그려내는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성'들은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이기도 하고, 익히 들어본 인물들이기도 하고, 칼만이 제대로 알고 있을 개인적인 그녀의 지인이기도 하다. 짧은 제목과, 구아슈로 그려낸 선명하고 독보적인 작화의 그녀의 그림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3.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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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은 단순히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이 그림 에세이에서 마이라 칼만은 다양한 여자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름이 붙은 그의 여자들은 악의나 시샘, 질투,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또한 가지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 서로를 미워하였고 서로를 배신하였다 느끼는 쌍둥이. 남편을 미워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에 괴로워 했던 칼만의 어머니 사라 버먼 등.

 

특히 그의 어머니 사라 버먼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였다. 그녀가 살던 마을 레닌에 간 칼만은, 1931년의 그의 가족을 그렸다. 그들은 다양한 옷과 다양한 표정을 한 채 그녀의 그림 속에서 무언갈 들고 있다. 칼만은 "그들도 무언갈 갖고 있길 좋아했다. 아우슈비츠에서 절반이 죽기 전에는." 이라고 짧게 진술한다.

 

"홀로코스트를 직접 겪으면, 결코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남은 생애 동안 그것이 모든 것에서 울려 퍼지는 걸 느끼게 된다."라고 말한 칼만은 1949년생이다.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났고, 세계대전을 겪지 않았으나 그 기간을 관통해온 그녀의 어머니의 영향으로 전쟁과 테러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묻곤 했다.

"가장 중요한 게 뭐지?"

우린 정답이 시간이란 걸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불행한 결혼 생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만큼 불행했을까? 셰익스피어적인 수준으로?

흔해 빠진 정도로? 알 수 없다.

어머니는 더 이상 살아계시지 않기 때문에 여쭤볼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를 떠났고

자신의 시간을 찾았다. 

 

그런 시간을 찾는 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다.

당신은 시간을 찾자마자 더 많은 시간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사이에 더 많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 붙들고 있을 수도 없다.

 

너무도 이상하다.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 다음 우리는 죽는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다.

 

- 마이라 칼만, 우리가 가진 것들 중에서.

 

 

이렇게 많은 여성을 그려낸 그의 책을 보면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이조차 장면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생동적인가? 우리는 무언가를 인생에서 가지고,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며, 누군가와 관계한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하는 채 그 시간들을 덧없이 흘려보낸다.

 

마이라 칼만의 그림과 글을 읽으며,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다채로운 것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느낄 수 있다. SNS와 인터넷, 수많은 오락과 페르소나...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살아있는 상태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장 명확한 것은. 당신은 현재 살아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들고 있는 채로. 당신의 고독조차도, 당신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단지 '들고 있는 것' 중 일부이다. 우리에겐 육신이 있으며, 그 육신을 두르고 있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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