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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토마토와 치즈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세계 - 도서 '피자에 담긴 세계사'

피자의 변천사가 증명하는 '취향 존중'의 미학

by 임솔지 에디터
2026.11.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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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안 피자는 맛있다.

       

      아, 잠깐만. 혹시 당신과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색하며 뒤로 가기를 누르려 했다면, 내 말을 조금만 더 들어줬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피자에 과일을 왜 올리냐고. 그렇다면 피자에 무엇이 올라가야 피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누군가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모차렐라 치즈를 올려 구우면 그게 바로 전통적인 피자 아니겠냐고. 그런데 그런 형태의 피자는 과연 ‘전통적’인 게 맞을까?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피자의 모습이 과거 누군가에게는 무척 이질적이고,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다면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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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피자는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구성이 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우 클래식한 스타일로 여겨지는 마르게리타 피자가 등장한 이후에도, 처음부터 다른 '전통적인' 피자들보다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 과거 사람들은 '피자' 하면 붉은색 소스 위를 덮은 노릇노릇한 흰 치즈를 무조건 떠올리지 않았다. 피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두꺼운 빵 위에 마늘 조각, 앤초비, 돼지기름 등을 올려 구워 먹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이처럼 단순한 조합이었던 이유는 피자가 애초에 집에서 요리할 여력조차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선택한 하찮은 길거리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피자를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이 생겨나면서 피자는 점점 다양해지고 한층 정교해졌다.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중산층과 부유층도 피자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 19세기 말, 미국으로 대규모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들은 현지에서 피자를 만들어 먹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인 토마토와 치즈를 활용해 마르게리타와 비슷한 형태의 피자를 만들어냈다. 이후 이탈리아 식단이 균형 잡힌 식생활의 한 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경제 호황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빠르고 간편한 음식을 선호하는 '틴에이저'가 새로운 주 소비 계층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들이 맞물려 피자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피자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될 때마다 당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860년에 영국인 기자가 발표한 <나폴리 피자>라는 기사에 따르면, 당시 미식계의 권위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기발하고 색다른 토핑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파격적인 시도를 한 피자들은 피자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조차 없다며 혹평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피자 역시 한때는 새로운 배리에이션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호불호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하와이안 피자처럼!

       

      음식 역사학자 루카 체사리는 <피자에 담긴 세계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피자의) 진화는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수천 가지 스타일과 토핑을 굳이 고려하지 않고

      나폴리에서 구워지는 전통적인 피자만 보더라도 그 변화는 뚜렷하다. 

      … 일반적으로 우리가 ‘전통적’이라고 여기는 것이 고정되어 있으며,

      지리적 위치나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아무런 변화도 겪지 않는다는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또한 그는 진화론에 빗대어 피자의 변화를 설명한다. 어떤 생물 종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고, 결국 그 특성이 종의 보편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피자 역시 시대마다 달라지는 대중의 입맛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적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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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가 전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단순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파급력이나 이탈리아 식단의 인기 상승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사실 피자의 성장 서사는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미국으로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을 통해 토마토와 치즈를 올린 피자가 대중화되었듯, 시대에 따라, 이제는 국가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유연함과 무한한 가능성이 피자를 지구 곳곳으로 퍼뜨린 것이다.

       

      토마토와 치즈만 올라가는 피자가 있는가 하면, 값비싼 스테이크가 올라가는 피자도 있다. 지하철역에서 2천 원에 한 조각씩 파는 피자가 있는가 하면, 한 판에 2만 원을 훌쩍 넘기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피자도 있다. 루카 체사리는 말한다. 모든 피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세계라고. 그러니 당신은 '원래'나 ‘전통’이라는 말로 내게 하와이안 피자를 반박할 수는 없다. 변화한다는 것이야말로 피자의 본질이므로, 과일이 올라가든 민트 초코 소스가 올라가든 모든 피자 메뉴는 메뉴판 위에 평등하게 놓일 자격이 있다.

       

      그러니까,

       

      … 취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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