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물든 낙엽은 가을의 전형적 상징이다. 이것들로 가을을 설명하는 장면은 꽤 익숙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가을을 가을답게 만드는 것은 꼭 그런 풍경만이 아닌 것 같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와 밤송이, 바닥에 나뒹구는 작은 가지들. 누군가에게는 그저 밟고 지나가는 길 위의 일부일 뿐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을 가지고 있다. 뾰족한 가시가 빼곡하게 돋아난 밤송이와 매끄러운 도토리, 불규칙하게 뻗은 나뭇가지까지.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것들이 모여 가을의 한 장면으로 수렴한다.
그림을 완성했을 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계절은 반드시 눈에 띄는 풍경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때로는 발밑에 떨어진 작은 열매 하나, 바람에 부러져 굴러다니는 나뭇가지 하나가 그 계절을 더 선명하게 떠올리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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