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유나
생성과 소멸의 관계에는
빛과 그림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습니다.
빛이 드리우는 공간에 그림자가 지듯,
시간의 흐름 속 우리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갈 때,
우리 주변의 불변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손가락 사이의 모래알처럼 작고 허망해집니다.
그러나 세상의 유한함이
곧 무가치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소멸 위에 또 다른 견고한 구축물을 세움으로써
또 다른 생성을 자아낼 것이며,
이전에 존재했던 유한함은
곧 희소성의 가치로 전환됩니다.
덧없음의 가치를 서술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이 떠오릅니다.
무언가의 상실에 대해 우리가 슬픔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가 애착을 느꼈던 그 대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에 있다.
욕심은 수많은 고통을 부르는 나팔입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궁극엔 유한함으로 매듭지어질 삶 속에서,
피라미드형 생물관에 종속된 사회이념 안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르말린 속 썩어가는 동물을
새로운 죽음으로 교체하는 전시 곁에서,
내가 인간됨으로 사수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