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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那의여백] 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 화려한 공허 속에서

by 노유나 에디터
2026.06.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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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끝없이 달을 꿈꾼다. 그리고 사이버펑크의 여운을 자극하는 것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계 속에서도 끝까지 인간다움을 붙잡으려 했던 사람들이었다.


나이트시티의 사람들은 살아 있는 한 개별성이 배제된 상품으로 취급된다. 신체는 기계로 교체되고, 기억은 데이터가 되며, 인간은 효율과 성능으로 평가된다. 그곳에서의 삶은 기술과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시에서 인간을 증명하는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보다 어떻게 끝맺었는가를 기억하며, 그 마지막 순간을 통해 비로소 한 사람의 이름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조망하고 싶은 것은 주인공의 영웅적인 최후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살아남아야 했던 루시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맥락으로 죽음을 논한다. 그러나 남겨진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루시의 이야기는 오히려 그 사각지대에 있다. 그녀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도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도시의 구성원이자, 기억을 품은 채 내일을 맞이해야 하는 죽음의 증인이다.


그녀가 달을 꿈꾸었던 이유는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대안적 장소를 그리는 데 있었겠지만,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꿈조차 온전한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에 도착했다고 해서 상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유를 얻었다고 해서 외로움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루시는 결국 꿈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는 함께 꿈을 그리던 사람이 없다.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는 흔히 기술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본 것은 오히려 인간의 마음이었다. 신체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되더라도, 기억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인간의 정수만큼은 결코 데이터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곱씹게 된다.


그녀의 시선에 담긴 것은 달일 수도 있고, 지나간 시간일 수도 있으며,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의 흔적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곳에 스민 인간성이야말로 나이트시티가 끝내 갖지 못한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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