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어디에나 있고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 환희를 만나다 – 환희의 얼굴

그 모든 순간에 우린 어떤 얼굴을 짓게 될까

by 신지원 에디터
2026.09.14 12:09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

      해당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볼까? 문득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모든 경우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크레딧이 올라갈 때, ‘무언가 설명할 수 없이 머릿속이 새로움으로 가득차는 감각이 좋아서’였다.

       

      내가 생각하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삶의 단면을 찾아내게 되는 즐거움이 내가 극장을 찾는 이유였다.

       

       

      131.jpg

      <환희의 얼굴>(2026), 감독: 이제한, 출연: 정이주, 김시은, 황미영

       

       

      그런데 이번에 보았던 <환희의 얼굴>(2026)은 사뭇 달랐다. 2시간 5분의 러닝타임이 지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내 머릿속은 으레 기대했던 명쾌함이 아닌 어딘가 어색하고 모호한 감각만이 남아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환희’의 여정을 따라가면서도 그 끝을 종잡을 수 없던 탓에 아리송함만이 켜켜이 쌓였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끝내 스스로 답하지 못했던 물음이 남았다.

       

      환희, 너는 누구야?

       

       

      042_사진자료_01.jpg

       

       

      <환희의 얼굴>은 ‘소설가의 집’, ‘프랑스 요리처럼’, ‘꿈과 희망의 나라로’, ‘환희의 얼굴’이라는 총 4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된, 연작 소설의 형식을 빌린 영화이다. 제주를 배경으로 주인공 ‘환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 서정적인 영화는, 낯선 제주의 일상적 풍경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환희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때로 환희가 스쳐 지나갔던 인물들의 시점에서 환희를 관조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1장 - 소설가의 집’에서 환희는 오랜만에 소설가 ‘난영’을 찾아와 느닷없이 고민을 털어놓고,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그에게 감동을 받아 울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다시금 밤 늦게 난영을 찾아와 돈을 빌려줄 수 있냐고 대뜸 묻는다.

       

      우리가 부족한 정보 값 속에서 당황스러움과 혼란을 느끼기도 잠시, 영화는 ‘2장 - 프랑스 요리처럼’으로 넘어간다. 프렌치 식당에서 일하게 된 환희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요리해주었던 친절한 요리사 ‘기정’을 위해, 그 대신 자신이 식당을 그만 둔다. 무슨 사정인지 난영에게는 대뜸 돈을 빌려달라더니,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기정을 위해서는 일자리를 잃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환희는 ‘3장 – 꿈과 희망의 나라로’에서는 오래 사귀었던 남자 친구의 유학비가 든 통장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 돈을 들고 도망치듯 떠난다. 충격도 잠시, ‘4장 – 환희의 얼굴’은 초가을의 제주가 아닌 서울의 시린 겨울 끝에서 4년만에 재회한 난영과 환희를 보여준다. 서로를 다르게 기억하던 두 사람 사이의 묘하게 불편한 대화, 그리고 난영의 신작 소설을 다 읽어낸 환희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042_사진자료_03.jpg

       

       

      이야기는 흘러만 가는데, 나는 아직 환희라는 이 인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조금도 없다. 솔직히,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깨달으려 애썼다. 영화가 마지막 장에 들어섰을 땐 조급한 마음까지 들었다. 난 아직 불편한 - 해소하고 싶은 궁금증들 뿐인데. 환희가 왜 난영에게 돈을 빌려가려 했는지, 모호하고 아리송한 질문들만 했는지. 왜 스스로조차 믿을 수 없는 배신을 했는지, 그 지난 4년 동안 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래서 환희 너는 대체 누구야?

       

      고민 끝에 내 생각을 글로써 정리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흘러가는 대로, 소설을 읽듯 뒤따라간 환희의 여정 끝에는 어떤 깔끔한 결말이나 명쾌한 결론이 있는 게 아니라, 그 모든 모순 투성이인 환희의 시선, 환희의 얼굴이 있을 뿐이다.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하고 답답했던 환희의 존재가,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때로 참을 수 없이 벅찼다가 – 화날만큼 뻔뻔스러워졌다가, 아주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하는 그 얼굴이 나와도 아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042_사진자료_04.jpg

       

       

      ‘넌 어떤 사람이야?’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그 어느 것도 확신해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우리 모든 존재들은 무 자르듯 명쾌하지 않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다. <환희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판단 내리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안녕, 모순의 동반자들”이라는 이 영화의 캐치프레이즈가 이해되었다. 환희는 어쩌면 어디에나 있고 단 하나밖에 없는 우리와 가장 닮아서, 가장 밉고 아리송하고 사랑스러웠던 것 아닐까.

       

      다시 한 번 <환희의 얼굴>을 보고싶다. 이제는 좀 더 따스한 시선과 편안한 마음으로 그 모든 순간 환희가 어떤 얼굴을 지을지 지켜보고 싶다.

       

       

      042_사진자료_02.jpg

       

       

       

      컬쳐리스트 태그.jpeg

       

       

      신지원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동시대의 문화예술을 향유합니다

      신지원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그의 사랑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었는가 –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문화 전반]
      2. 02 [Opinion] 민중, 예술, 그리고 사랑의 힘을 믿는다는 것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문화 전반]
      3. 03 [Opinion] 수능이 끝나고, 그 뒤에 오는 것들에 대하여. – 성적표의 김민영 [영화]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