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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오늘을 이기는 나만의 방법 - 날마다 이기는 게임 [도서]

매일의 작은 순간에 ‘이겼다’고 말하는 법

by 박지영 에디터
2026.08.17 15:28

오늘을 이기는 나만의 방법

— 요시타케 신스케 <날마다 이기는 게임>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모랫바닥을 용암이라고 생각하며 놀던 때가 있었다. 바닥에 발이 닿으면 그대로 탈락이라 미끄럼틀에서 철봉으로, 철봉에서 벤치로 어떻게든 발을 떼지 않고 이동해야 했다. 사실은 그냥 동네에 있을 법한 놀이터였지만 친구들과 규칙을 정하는 순간 그곳은 금세 위험한 용암 지대가 됐다. 누구에게 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끝까지 살아남으면 정말 용암 지대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기뻤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하루 곳곳에 게임을 만들었다. 별것 아닌 행동에도 마음대로 조건을 붙이고, 성공과 실패를 정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날마다 이기는 게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때가 떠올랐다. 이 책 역시 평범한 일상에 자신만의 규칙을 하나씩 만들어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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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말하는 게임은 거창하지 않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싫었던 일을 계속 되새기지 않고 이불을 덮어 아침까지 자는 것이 하나의 게임이다. 누군가를 여전히 미워하고 있다면 완전히 용서하려 애쓰기보다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 보고, 냉장고에 변변한 재료가 없어도 그 안에 있는 것으로 먹을 만한 한 끼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책에 등장하는 상황들은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 마주하는 것들이다. 크게 문제라고 부르기에는 사소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에는 은근히 마음에 남는 일들이다.


작가는 이런 작은 불편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으로 다루는 방식을 바꿔본다. 화가 난 마음을 억지로 없애기보다 그 일 때문에 남은 저녁까지 망치지 않고, 복잡한 생각을 끝까지 정리하기보다 오늘 밤만큼은 푹 자는 식이다. 상황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바로 그 지점에 규칙을 하나 붙이고 그것을 ‘이기는 게임’이라고 부른다. 제목의 ‘이기는’이라는 말도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승리와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보다 잘해야 하는 것도, 정해진 점수를 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지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해 보면 이런 방식은 우리가 어릴 때 자연스럽게 해오던 것이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특정 색깔의 자동차를 몇 대 찾을지 정하거나, 정해놓은 시간 안에 장난감을 모두 치우려고 괜히 속도를 내는 식이다. 별것 아닌 행동에 스스로 규칙을 붙이고, 그것을 지키는 동안 평범했던 시간이 하나의 놀이가 됐다.


이런 생각의 방향은 요시타케 신스케가 그동안 자신의 책에서 보여준 태도와도 닮았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에서는 눈앞에 놓인 사과 하나에서 끝없이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고, <이유가 있어요>에서는 어른들이 고쳐야 한다고 여기는 아이의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를 붙인다.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것을 다시 들여다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다른 가능성을 더하는 방식이다. <날마다 이기는 게임>에서는 그 시선이 우리의 하루와 감정으로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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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좋았던 것은 이 책이 힘든 마음을 다루면서도 무작정 긍정적인 생각을 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당장 용서하려고 애쓰지 않고, 슬픈 일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 괜찮아질 필요도 없다. 그 대신 그런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도 오늘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게임'이라는 방식이 조금 엉뚱하고 때로는 뻔뻔하기까지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출근해야 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밥을 먹어야 하며, 답을 찾지 못한 채 하루를 끝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은 마음을 금세 좋은 방향으로 바꾸라고 재촉하기보다 그 상태 그대로 다음 순간으로 넘어갈 방법을 찾아본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날마다 이기는 게임>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면서도 어른이 함께 읽기 좋은 책이 된 것 같다. 어린이라면 책장을 넘기며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봐야지’ 하고 새로운 놀이를 떠올릴 수 있다. 반면 어른은 같은 장면 앞에서 자신이 언제부터 하루를 이렇게 엄격하게 평가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상상이 누군가에게는 놀이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래전에 잊고 있던 삶의 방식이 되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펼쳤다가 오히려 어른이 한 페이지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되는 동화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웃기기도 하고, ‘이런 것도 게임이 될 수 있구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게임 하나를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린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한 이야기라기보다 각자가 자기 상황에 맞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볼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쪽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목표한 것을 이루거나 경쟁에서 앞섰을 때 비로소 이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일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날에는 별다른 사건 없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식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책이 건네는 게임에는 정답도 일정한 난도도 없다. 어떤 날에는 큰마음을 먹고 미뤄두었던 일을 시작하는 것이 게임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날에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일찍 잠드는 것이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어린 시절 용암 놀이터에서는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바닥에 닿지 않도록 일단 눈앞의 철봉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다음 놀이기구로 몸을 옮기면 됐다. 그렇게 하나씩 건너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면 그날의 게임은 끝이었다. 어른의 하루도 가끔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기보다 오늘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는 것, 그리고 무사히 도착했다면 혼자서라도 한 번쯤 이겼다고 생각해 보는 것. <날마다 이기는 게임>을 읽으며 어린 시절에는 너무 자연스러워 굳이 배울 필요조차 없었던 그 방법을 다시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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