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모두를 동경하지는 않는다. 성공한 이들은 지금도 자신의 분야나 삶의 지혜를 나누는 강연 등에서 열심히 자신의 성공 비결이나 스스로 깨우친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설파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이 모두를 찾아보지도 않고, 그들이 나누는 말들을 전부 귀담아 듣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빛나는 것을 동경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이의 말씨나 태도, 인품, 취향 같은 미묘한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곤 한다.
<완벽보다 완결>을 읽은 후, 저자 문예진에게서 그런 맥락에서 매력을 느꼈다. TV에 나오는 이들처럼 여유로운 자세나 재력과는 대비되는 소박한 태도 같은 뻔한 공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억대 자산가나 피땀을 흘려 세계 정상 자리에 오른 이들에게서 비치는 초인의 모습은 존경할 수는 있어도 감히 따라할 엄두조차 나지 못할 때가 많다. 브랜드 'oth,'를 운영하는 문예진은 자신의 에세이 <완벽보다 완결>에서 성공의 순간은 짧게, 고뇌와 고민의 순간은 길게 담아냈다. 스스로 느꼈던 자신의 미숙함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성장하고, 성공의 순간은 행운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쓴, 한 편의 감사 일기 같았다.
책을 덮으면서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 지금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청년들 중 한 명으로서 저자를 바라보게 되었다. 흔들리고 쉬어가더라도 오늘 하루를 완주하려 애쓰는 삶의 행간에서 나 자신을 읽어낸 것이다. <완벽보다 완결>은 문예진의 성공을 그의 인생의 결과로 상정하고 성공의 양분이 된 좌절을 늘어놓는 이야기가 아닌 성공과 좌절 모두를 거쳐가며 자신의 삶을 다듬어 가는, 한 청년 문예진의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였다.
솔직함으로 자신을 연마하는 일
<완벽보다 완결>에서 저자는 브랜드의 성공, 실패, 사람과의 충돌, 이별, 여행, 압화나 목공 같은 새로운 일을 배우며 느낀 것들을 나눈다. 문예진이 어떤 사람인지 이 한 권으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읽는 내내 그는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관찰력 있게 살피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읽으면서 자신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차분히 재정리하는 것이 참 좋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느꼈던 이유는 저자의 솔직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보다 완결>을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솔직함'을 꼽겠다. 나는 내 안에 쌓인 울분이나 격양된 감정을 견딜 수 없어 자신을 토해내듯 쓴 일기를 숱하게 지워왔다. 그만큼 솔직해진다는 것은 자신에게마저 어려운 일이다. <완벽보다 완결>에는 나라면 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가령 저자가 함께 일한 직원이었던 '성욱' 님을 비롯해 직원들에게 독선적으로 행동했던 일과 같은 것들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더불어 책에 낱낱이 적기에는 조심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가난했던 가정 환경이나 엄마와 충돌했던 일화도 담담하게 담아냈다. 사실 이런 일화를 그저 글로 늘어놓기만 했다면 그저 하나의 일화로 알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뜻밖에도 중간 중간 삽입된 사진과 스캔된 메모, 손편지 등의 이미지가 그런 이야기들을 바로 흘려보내지 못하게 했다. 진정성과 여운을 느꼈다는 뜻이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지나가듯이 보더라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그런 이미지가 그의 이야기에 대한 증명이 되어서 그 말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은 아니다. 삶은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위인전처럼 중요한 전개만을 인과관계로 엮어낸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지만, 쓰는 방식에 따라 누군가의 삶의 모습이 눈앞에서 자연스러운 파노라마로 펼쳐질 때도 있다. <완벽보다 완결>은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순간들이 유기적으로, 때로는 느슨하게 연결되면서도 쉽게 읽히고 사진과 글이 서로의 설명을 보완한다. 이런 점에서 페이지는 쉽게 넘어가고 상상 또한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이렇게 쉽게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인상 깊은 구간들은 분명이 있었다. 두번째 챕터인 '새싹'에는 저자가 "이름마저 차가운 '사리셀카'"에서 잠깐 재래식으로 생활해보며 외부로부터 단절된 생활을 한 내용이 나온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여행에서 자연을 즐기거나 힐링하기보다는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거나 즐거운 추억을 쌓는 데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다. 사실 내 또래나 나는 모두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찾는 데 집중할 여력은 많지 않다.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뒤늦게 교훈으로 다가오는 일은 있어도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사리셀카에서 부지런히, 그리고 조용히 보낸 시간이 사뭇 아름답게 느껴졌다. 추운 날씨를 질색하는데도 이 챕터를 읽을 때만큼은 핀란드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생겼다. 때로는 우리가 가진 한계 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요건, 가령 주변 환경이 우리를 끝없는 수렁으로 빠뜨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변 환경을 바꾸면 자신을 보다 멀리에서 바라보고,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아프게 채찍질하는 일보다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 언제나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
일에서 한발 물러나 고립된 삶을 살게 된 대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얻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사방이 흰 눈밭뿐인지라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남아도는 체력을 자연스럽게 식사 준비에 썼다. 이곳에서의 모든 행위는 오롯이 '나'를 향해 있었다.
(...) 뜨거운 물로 씻고 수건을 몸에 둘둘 만 채 사우나실에서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그 짧은 시간. 따뜻한 몸을 식혀 주는 찬 바람의 서늘함이 참 좋았다. 주위에 내려앉은 어둠도, 고요함도 무섭지 않았다. 몸만 있다면, 움직일 여력만 있다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느리고 조용한 시간이 반복되었다. 폭풍우 같은 경쟁도, 가시 같은 비교도 없는 시간이었다.
- <완벽보다 완결> p.67, 69
책을 덮으며, 저자 문예진의 솔직함은 그저 자신을 더욱 날카롭게 벼르는 무기가 아니라 모난 부분을 부드럽게 연마하는 도구라고 느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그저 '부족했다'거나 '그땐 몰랐다'라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지 않는다. 자신의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설명하고, 자신만의 의지로 극복해냈다고 과장하지 않고, 주변에 기대 가며 성장해온 과정을 설명한다. 압화 도구를 만들고 한 전시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자신이 이룬 몇몇의 성공 원인을 낱낱이 분석하기보다는 그 당시의 얼떨떨했던 심경을 고백한다.
그는 과거의 후회는 후회로, 감사한 일은 감사한 마음으로, 힘겨웠던 순간은 힘겨웠던 순간 그대로 남겨둔다. 애써 그 순간을 왜곡하거나 억지로 위안하는 일로 삼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완벽보다 완결>은 그때 그때 쓴 일기를 옮겨둔 것 같은 에세이였다. 당찬 도전이 흉한 실패로 남은 순간에도, 꿋꿋이 그 순간을 완결하려 애쓴 삶의 흔적들이 보이는 글을 읽으며 그 한 명을 응원할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를 고칠 순 없어도 더 나은 자신이 되려는 모든 시도를 응원하며, 오늘도 하루를 완주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