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 옴브리뉴는 ‘잘’ 추는 게 아닙니다

옴브리뉴로 맛보는 브라질의 새로운 음악 장르
글 입력 2024.10.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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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을 외면으로만 보아 그 달콤한 과육은 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어떠한 것을 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에서는 다채로운 브라질 문화를 다룹니다. 삼바와 축구, 자유와 열정… 그 속에 있는 이야기에 한 입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왜 브라질이냐고요? 이유는 없습니다. 수박, 맛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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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파벨라의 이미지.

 

 

 

옴브리뉴가 뭔데 - 생뚱맞게 바이럴된 브라질 트렌드


 

조금 많이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정말 뜬금없이 한국을휩쓴 ‘옴브리뉴 챌린지(Ombrinho Challenge)’에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클래식한 아디다스 저지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무심한 듯 가볍게 춤을 추는 여성을 봤을 겁니다.

 

 

 

 

그가 내뿜는 아우라와 함께 가볍게 추는 춤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춤이 바로 ‘옴브리뉴’입니다.

 

옴브리뉴라는 춤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활동하는 디제이인 ‘DJ 아라나(Arana)’가 유행시킨 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략 2~3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한국까지 오게 된 셈입니다. 참고로 한국인들이 주목하는 영상 속 여성은 DJ 마르께자(Marquesa), 그 옆에서 춤을 추는 흰 옷을 입은 남자가 DJ 아라나입니다.

 

 

 

Funk 아니고 Phonk도 아니고 ‘Brazilian Phonk’


 

옴브리뉴 챌린지 영상에 대한 재밌는 얘기 조금 더 해드릴까요? 이 영상은 2023년도에 게시되었고, 사실 나름 ‘풀 버전’이라 할 만한 영상도 있습니다.

 

 

 

 

일종의 댄스 배틀 현장을 담은 것 같이 연출한 뮤직비디오입니다. 이날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까요? 영상을 보면 많은 사람이 옴브리뉴를 추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옴브리뉴 챌린지 영상을 보신 분 중에는 원본 영상을 보고 혼란스러우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귀에 착착 붙던 DJ Beltran의 ‘Smack Yo’가 아닌 낯선 노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일 텐데요. 영상 원본에 삽입된 곡은 DJ 아라나, 제다이(Gedai)의 ‘Ela Mamou Versão  Agressiva’입니다. 최근 브라질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 장르, ‘Brazilian Phonk’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브라질의 Phonk? 이건 또 무슨 장르일까요? 사실 퐁크(Phonk)는 미국에서 시작된 힙합의 서브 장르입니다. 멤피스 지역에서 유래되었고, 어둡고 묵직한 비트가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오리지널 퐁크를 몇 곡 찾아 들어보면 조금 전 들었던 브라질 노래와는 전혀 다른 음악들이 나옵니다.

 

 

멤피스 스타일 Phonk 플레이리스트.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비트네요.

 

 

왜 그럴까요? 저는 모든 것에 ‘브라질’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브라질이 브라질 했습니다, 힙합의 하위 장르마저 브라질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브라질 퐁크는 이미 2017년 즈음부터 사운드클라우드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브라질의 훵키(Funk)와 퐁크를 결합한 노래 한 곡이 ‘Brazilian Phonk Mano(It’s Brazilian Phonk Man)’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곡은 노르웨이 DJ가 만들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곡이 바로 ‘Brazilian Phonk’라는 장르 이름의 유래가 된 셈입니다. 브라질의 퐁크는 틱톡과 같은 숏폼 중심 SNS에서 주로 유행하기 시작해, 세계로 퍼져갔습니다.

 

 

'Brazilian Phonk'의 유래가 된 곡. 앨범 커버도 브라질 퐁크의 무드를 잘 보여줍니다.

 

 

 

‘어깨’ 그 이상의 의미 – 브라질의 애칭 문화


 

한국인들은 이미 옴브리뉴를 ‘어깨’라는 의미로 잘 해석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 부족합니다.

 

옴브리뉴에는 어깨보다 조금 더 많은 의미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브라질에는 ‘지소사(diminutivo), 증대사(aumentativo)’라는 것이 있습니다. 접미사이기 때문에 단어의 뒤에 붙어 사용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원래 단어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축소사는 단어의 뒤에 -inho(a)를 붙여 완성되는데, 그 의미는 맥락에 따라 무궁무진해질 수 있습니다. 꼭 크기의 대소만을 나타내기 보다는, 애정을 드러내는 표현이 될 수도 있고, 어떨 땐 빈정거리는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죠. 옴브리뉴의 경우엔 이런 상황을 생각할 수 있겠네요.

 

다 같이 춤을 추는 파티 또는 클럽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분위기가 아주 고조되었어요. 그때 누군가 당신에게 말하는 겁니다. ‘어깨춤 좀 보여줘 봐!’ 옴브리뉴는 여기서 대략 ‘어깨춤 좀’ 까지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까요. 확실히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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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즐기는 마음 (옴브리뉴는 잘 추는 게 아니예요)


 

한국에서 옴브리뉴 댄스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지 꽤 됐습니다. 그런데 댓글을 보고 있다 보면 챌린지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여러 ‘평가’가 오가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옴브리뉴? 사실 브라질 사람들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살리기 어렵죠! 다만 저는 국가마다 특유의 리듬과 동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몸은 움직이지 않고 팔다리를 위주로 흔드는 동작이 익숙하다면, 브라질은 몸을 사용하는 것이 특유의 제스처라고 할까요, 그러므로 어색한 것이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옴브리뉴의 핵심은 잘 추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본격적으로 추는 춤이 아닙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흥이 올라 추는 춤인 거죠. 그 점이 옴브리뉴를 더욱 ‘브라질스럽게’ 만듭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습니다. 사실 옴브리뉴는 진짜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옴브리뉴의 풀 네임은 ‘Passinho Ombrinho(빠씽유 옴브리뉴)’. Passinho는 포르투갈어로 ‘걸음(Passo)’이라 해석되지만, 언어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풍부하게 사용하는 브라질 사람들이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용했을 리가 없죠. 빠씽유는 발로 가볍게 추는 춤, ‘발재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브라질 아티스트 빠블링유 판타스치꾸 @pablinhofantastico.

춤의 이름 답게 발을 현란하게 사용합니다.

 

 

빠씽유는 2000년대 전후부터 리우데자네이루의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옴브리뉴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춤입니다. 주로 맨발로 현란하게 발부터 허리까지의 관절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은근히 옴브리뉴와 통하는 지점이 있죠? 옴브리뉴 빠씽유의 ‘어깨 버전’인 것입니다.

 

빠씽유는 올해 리우의 무형 문화재산으로 인정되기도 했습니다. 브라질 고유의 자유로운 정신과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잘 보여주는 문화적 자산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죠.

 

빠싱유도, 옴브리뉴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추는지가 아닙니다.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춤을 추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브라질 문화의 많은 부분이 바로 이런 자유로움과 순수한 즐거움에 있습니다. 복잡한 생각은 다 버리고 가볍게 옴브리뉴나 한번 춰 보는 건 어떨까요?

 

 

* 브라질 한 입 파먹기 시리즈 다섯 번째 에피소드 - '옴브리뉴는 '잘' 추는 게 아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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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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