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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K-POP 팬덤은 더 이상 완성된 무대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멤버 간의 관계성, 앨범 기획 과정,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 등 무대 너머의 이면을 보고 싶어 한다. 소속사에서 직접 제작하여 배포하는 비하인드 콘텐츠는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는 핵심 도구다. 팬들은 이를 통해 아티스트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동시에 그들의 활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영상이 소속사의 기획 아래 제작되고 배포된다는 점을 떠올릴 때, 이것이 진정한 ‘비하인드’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각본과 편집을 거친 연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아티스트의 ‘인간미’는 과연 실존하는 것일까? 잘 포장된 그들의 일상이 팀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상품이 된 지점에 우리는 서 있다.


 

 

뉴진스(NewJeans) - 친근함과 신비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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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Jeans'는 졸업식 브이로그, 솔직한 감정 토로, 가족과의 일화, 오늘의 룩 공유 등을 통해 그 나이대 학생다운 면모를 조명한다. 마치 멤버들이 친구에게 자신의 일정이나 소일담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름 그대로 하나의 작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은 'Making Jeans'는 주로 촬영 현장 비하인드를 비춘다. 뮤직비디오 현장, 모니터링 과정, 안무 연습 등을 통해 친근한 친구 같았던 멤버들의 열정과 반전 매력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멤버들끼리 장난치는 익숙한 모습을 잃지 않으며 이들만의 ‘청춘다움’을 유지한다.

 

이는 신비로운 청춘을 추구하는 뉴진스의 정체성에 부합한다. 픽셀 폰트(Pixel Font) 자막과 의도적으로 흐릿하고 몽환적인 카메라 필터는 뉴진스를 우리의 학창 시절 속 친한 친구처럼 느끼게 하면서도, 동시에 손에 잡히지 않는 신비로운 존재로 각인시킨다. 카메라를 향해 살갑게 인사하는 모습은 마치 팬이 절친이 되어 촬영 현장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속 옛 친구들과의 추억을 지켜보는 듯한 아련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라이즈(RIIZE) - 완성보다 강력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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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가 비하인드 콘텐츠 'RISE & REALIZE'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언가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레코딩 비하인드에서 끊임없이 수정을 반복하는 모습은 이들이 작업에 얼마나 적극적이고 노력하는 그룹인지 보여준다. 완벽한 모습이 아닌 완성해 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 같다는 어느 팬의 댓글처럼, 이러한 연출은 아티스트의 간혹 부족해 보이는 순간마저 팬들이 수용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은 대중의 호감을 사는 동시에 그룹의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무대 장치나 소품에 겁을 먹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정작 본 공연에서는 이를 티 내지 않고 완벽히 해내는 모습으로 프로 의식을 암시한다. 장난스러운 모습과 진지한 피드백 사이의 반전 매력은 노력을 통해 하나의 무대를 구축하는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는 이들의 여정이 많은 흔들림을 겪었을지언정 결국 빛을 발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 - 날 것의 현장이 증명하는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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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비하인드 콘텐츠인 'SKZ-TALKER'는 뮤직비디오 현장부터 스타일링 과정, 챌린지 안무 속 NG 등을 담아낸다. 화려한 보정 대신 대기실의 소음과 어수선한 현장을 그대로 노출하는 시선은, 아티스트의 스케줄을 밀착해서 따라다니며 이면을 포착한다. 이는 팬들로 하여금 마치 그들의 삶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자체 제작을 지향하는 팀답게, 레코딩 비하인드인 'Recording Scene'에서는 프로듀싱 유닛인 ‘3RACHA’를 필두로 멤버들이 서로의 녹음물을 검토하는 광경이 주를 이룬다. 녹음 부스 안팎의 피드백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분위기는 경직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과 즐거운 일을 벌이는 듯한 유연함 속에서도 날카로운 프로 의식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 이들의 비하인드의 핵심이다.

 

스스로 팀의 활동 방향을 구상하고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땀 흘려 직접 일궈낸 작업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뇌를 공유하는 비하인드는 팬덤이 이들의 음악에서 진정성을 체감하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

 

 

 

잘 짜인 각본 속 인간미,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이돌 비하인드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주로 셀프 카메라를 활용해 화면이 자주 흔들리고 공적인 자리보다 한결 친근한 말투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대기실, 연습실, 촬영 현장의 생동감을 담아내는 것 또한 주요한 특징이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듯하면서도, 틈만 나면 연습에 매진하는 아티스트의 모습과 치열한 작업 과정을 비추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제 공연 그 이상의 서사를 요구하는 팬덤에게 비하인드는 단순한 부록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다. 이는 촬영 이면을 확인하는 수단을 넘어, 아티스트의 다른 활동과 결합해 이들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굳히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비하인드를 통해 아티스트의 가공되지 않은 진면모를 발견하기보다, 우리 내면에 이미 설계된 이들의 이미지를 확인하고 강화할 뿐이다. 때로는 팀의 컨셉을 선명하게 만들고, 때로는 털털한 모습을 노출해 인간미를 덧입히는 식이다.

 

카메라와 연출로 인해 편집되고 각색된 비하인드는 이제 더 이상 본래 의미의 ‘비하인드’로 다가오지 않는다. 철저히 콘텐츠화될 만한 순간들만 선택되어 배열되고, 불필요한 부분은 가차 없이 잘려 나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아티스트의 진실한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면을 보여주겠다는 이 콘텐츠들이 아티스트의 진짜 얼굴을 더 꼭꼭 숨기고 있는 셈이다.

 

친밀함조차 각본이 되는 시대에,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실체가 아니라 잘 만들어진 환상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 사진 출처: [Making Jeans] NewJeans(뉴진스) 'Ditto' MV Behind, Getting Ready for 'RIIZING LOUD' #2: RISE & REALIZE EP. 72, Straykids(스트레이키즈) "樂-STAR" Recording Scene: MEGAVERSE, 가려줘(Cov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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