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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8자 눈썹의 그 소년은 어떻게 영웅이 되었나 - 파라노만 [영화]

전혀 Normal하지 않은 노만의 성장기

by 손현진 에디터
2026.08.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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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영화 <파라노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8자 눈썹을 한 소년이 음울한 표정으로 좀비 영화를 보고 있다. 그의 옆에 앉은 할머니는 뜨개질을 하다 말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한다. "폭력 대신 말로 하면 좀 좋아?"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이 소년, '노만'에게는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자꾸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노만에게, 부모님이 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타박하는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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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라노만>은 유령을 보는 소년 노만이 마을에 내려진 마녀의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코믹 좀비 판타지 영화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3D 스톱모션 기법으로 완성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 있다. 스톱모션은 한 프레임씩 움직임에 변화를 주고 이를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 장면을 만들어내는 기법인데, <파라노만>은 긴박한 자동차 추격전과 같은 역동적인 액션 시퀀스까지 스톱모션으로 속도감 있게 구현해 낸다. 많은 아티스트가 손으로 한 땀 한 땀 빚어낸 이 세계는 관객을 단숨에 기상천외한 모험 속으로 끌어당긴다.

 

 

  

알고 있잖아, 위축되고 소심한 소년 노만은 사실 'Paranormal' 하다는 거!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 주인공치고 노만은 영 생기가 없다. 언제나 남들의 손가락질과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만 하는 노만은 잔뜩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늘 축 처진 눈썹을 하고 걷던 노만이 처음으로 활발하게 입을 여는 순간은 다름 아닌 등굣길이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는 노만의 모습은 그저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지껄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뒤로 음악이 고조되는 순간, (관객의) 시야가 탁 트인다. 노만은 평범한 아침을 맞이한 길거리의 유령들과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보다 차라리 죽은 유령이 더 편안한 아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유쾌한 액션이 넘쳐나는 <파라노만>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바로 이 등굣길 시퀀스였다.

 

이 짧은 순간만으로 노만의 결핍과 욕망을 완벽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노만은 학교에선 괴짜 취급을 받고 가족에게조차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 영화는 그런 소년이 간직한 외로움을 서정적인 선율로 표현해 낸다. 유령들의 등장과 함께 고조되던 음악은 이내 다시 가라앉으며 노만이 처한 현실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렇듯 감정의 완급을 조율하는 OST에 귀 기울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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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의 친구 '닐' 역시 아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지만 구김살 없이 긍정적이다. 유령을 본다는 노만의 말을 의심 없이 믿어주고, 두려워하기는커녕 죽은 자기 강아지의 유령을 봐달라며 집으로 초대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평범, 아니 비범한 하루를 보내던 노만 앞에 작은할아버지가 나타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마을에 내려진 마녀의 저주를 막을 사람은 너뿐이라며 노만을 압박한다. 해가 지기 전까지 마녀가 묻힌 곳을 찾아가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말에 노만은 결국 묘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의식에 실패하자 결국 좀비들이 깨어나고, 그제야 자신이 엉뚱한 묘지를 찾아왔음을 깨달은 노만은 진짜 마녀의 무덤을 찾기 위해 마을로 달아난다.

 

 

 

언제까지 반복될지 모르겠는,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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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이 아닌 '비인간' 존재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건 꽤 생소한 경험이었다. 무언가 절박하게 호소하려는 좀비들의 몸짓은 정작 인간에겐 극심한 공포로 작용한다. 미지의 존재가 보이는 낯선 행동은 그 자체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노만 일행을 쫓아 마을로 내려온 좀비들은 역으로 무기를 빼든 주민들에게 '사냥'당하는 입장이 된다. 낯선 존재를 척결하기 위해 결집한 마을 사람들의 광기, 그들이 쏘아대는 총과 주먹을 피해 혼비백산 달아나는 좀비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맹목적인 마녀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마을 위로 거대한 마녀의 얼굴이 떠오르며 무차별적인 공격이 쏟아진다. 과거 마녀사냥의 희생양이었던 아가사의 유령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아가사는 노만처럼 유령과 대화한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려 처형당했고, 수백 년간 묵혀둔 분노로 마을을 집어삼키려 한다. 하지만 이 마을은 반성은커녕 여전히 '마녀사냥'을 자행하고 있다. 단지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낯선 존재에게 폭력을 퍼붓는 현재의 군중은 과거의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

 

더 기괴한 상황은 마을의 이중성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마녀'의 전설을 이용한 관광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마녀 캐릭터 상품으로 가득 찬 거리가 진짜 마녀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필요할 때는 마녀를 소비하면서도, 막상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자 대화 대신 손쉬운 폭력을 택하고 마는 인간의 이기적인 민낯이 고스란히 폭로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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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유령과 대화하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해 윽박지르는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무서워서 화를 내는 거라고. 이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인간은 두려우면 화를 낸다. 마을 사람들은 유령을 본다는 노만이 두려워 그를 배척했고, 아가사 역시 같은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폭력 대신 말로 하면 좀 좋을까. 막연한 공포를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말을 건네는 용기. 우리는 그 일을 해내지 못해 지금까지도 형태만 바뀐 마녀사냥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공포심에 몰려 주먹을 쥐는 대신 기꺼이 '대화'를 선택한 소년의 용기가 유독 빛을 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쉼없이 달려온 이 영화의 끝에서 소년은 어떻게 영웅이 되었나. 노만은 분노하는 아가사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끊임없이 반복되던 혐오와 분노의 굴레를 끊어낸 것은 결국 타인을 향한 이해와 대화였다. 언제나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던 괴짜 소년 노만은 그렇게 마을을 구해낸 진짜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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