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AI에게 맡긴 세상 [문화 전반]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2)
글 입력 2023.03.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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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오피니언에서는 chat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을 다루며 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아주 단편적으로나마 이야기해보았다. 그 뒤로 새 오피니언을 작성하던 중 ‘차이나는 클라스’ 185회에서 chatGPT가 기반으로 하는 GPT-3.5의 이전 버전인 GPT-3를 다루는 내용을 보았는데, 전문가로서의 설명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유익하였다. 관심이 있다면 위의 영상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chatGPT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이 많이 등장하였다. 소설을 쓰는 AI, 그림을 그리는 AI 등 창작의 영역에도 인공지능이 제법 발을 들인 상황이다. 기존 인공지능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안겨주었지만, 인공지능이 창작을 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 인공지능의 창작물, 창작인가 표절인가



 

창작

1.방안이나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 냄. 또는 그렇게 만들어낸 방안이나 물건.

2.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또는 그 예술 작품.

 

(표준국어대사전)

 

 

표절

1.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

 

(표준국어대사전)

 

 

최근 그림을 그려내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플랫폼이 많이 등장하였다.


단순히 채색을 돕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혹은 어떤 분위기나 누군가의 화풍을 적용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 인공지능의 문제는 그 창작물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빅데이터가 기존에 만들어진 인간의 창작물이라는 점이다.


우선 창작자로서는 상당히 찝찝할 수밖에 없다. 내 창작물이 소리소문없이 누군가의 창작물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니. 심지어 자신의 화풍을 따라 한다면 그 불쾌함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러한 주장도 생겨난다. 사실상 우리도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누군가의 그림을 참고하며 공부하게 되는데, 인공지능도 비슷한 원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인공지능의 창작물도 인간의 창작물처럼 인정할 수 있지 않은가?


우선 기술 자체의 면에서 엄밀히 따지자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은 그 메커니즘이 절대로 같지 않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지점이다. 인간의 지능과 최대한 비슷한 인공지능, 즉 ‘강 인공지능(strong AI)’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자의 최종 목표이지만, 여전히 현재 인공지능은 그와 동떨어진 ‘약 인공지능(weak AI)’에 머물러 있다.

 

 

KakaoTalk_20230310_005639187.jpg

 

 

그리고 인간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어느 예술 작품을 보고 그곳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어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작물에 담긴 창작자의 기법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와 메시지를 이해하고, 창작물의 구도와 색감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느껴지는 미적 감각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다른 창작물을 참고할 때는 그러한 감정적, 사유적 교류가 없다. 그저 수많은 데이터의 픽셀 패턴을 분석하여 사람들이 ‘그림’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재현하는 과정이다. 그것을 창작이라고,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AI의 창작물을 표절했다는 것을 넘어,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작품을 표절했다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AI가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낸 결과물을 똑같이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는 것과도 같다.


창작 인공지능이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크롤링하는 것도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물론 인공지능은 결국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집할 창작물이 많아야만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창작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딜레마와 논쟁을 낳고 있다.

 

 

 

2. 편리함을 가장하여 의존성을 만들어내다



위와 같은 창작 인공지능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결국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 음악, 소설 등의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논문과 같은 학술 자료도 AI가 만들어내면서 이를 사용하고, 심지어 팔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이를 추적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지만 인공지능 플랫폼의 유형이 다양하다 보니 아직은 정확성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카피캣(copycat)들도 있었다. 이들은 창작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유형은 아니다. 여러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인간의 창작물을 오히려 더 교묘하게 베껴가는 수법을 사용하였다.

 

 


 


위의 영상 속 과학 유튜버 A는 자신의 영상을 표절한 한 유튜버 B를 고발하였다. 


B는 본인이 ‘노아’, ‘클로바노트’, ‘뤼튼’을 사용하였다고 말하였는데, 이때 ‘노아(노아 AI)’는 키워드를 입력하여 기존의 관련 유튜브 영상들의 수익 구조를 분석하여 인기가 많을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 보조 역할을 하는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이다. 그리고 ‘클로바노트’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도구, ‘뤼튼’은 문서 작성 보조 도구이다.


각각 놓고 보면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들을 표절을 위해 악용한 것이다.


B는 아무런 부끄럼이 없다는 듯이 자신이 어떻게 영상을 제작했는지 오히려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본인이 전문적인 논문을 읽는 데에 지식이 충분치 않아 A를 포함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그대로 따온다는 말과 함께, 다른 유튜버들은 만드는 데 몇 주가 걸리는 영상을 B는 3시간이면 만든다고 하였다.


이전 오피니언에서 말했듯이, 인공지능의 신속성은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면서도 인간에게는 상당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결과물을 만든다고 한들, 다른 누군가의 정성 들인 창작물을 베낀 속없는 알맹이가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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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인공지능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인간의 고유 능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그 의미와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본인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모든 의미 있는 활동을 그것을 하지도 못하는 인공지능에 맡기고 있다.


마치 책과 영화를 리뷰하는 글 혹은 영상만 보고 그 작품을 직접 감상하며 공감하는 즐거운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한순간의 편리함과 결과물에만 집착하여 그 과정을 놓치는 것은 결코 인간을 발전시킬 수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될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생산성은 추락할 뿐이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그들이 우리를 지배하거나 인간의 명령에 저항하는 미래를 상상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여전히 독자적인 활동을 못하는 인공지능에 인간이 주도권을 손수 내주고 있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인공지능의 발달을 걱정하기보다, 인공지능을 향한 인간의 의존부터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지만,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귀찮지만 꼭 해야만 하는 활동까지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순간, 인간에게 의존하는 인공지능과 다를 바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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