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정하는 것들 - 2. 음식 [음식]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재미와 경험을 선사해주는 음식!
글 입력 2022.04.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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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향에 이어, 오늘도 내가 <애정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두 번째 글은 어떤 걸 써볼까 하다가 "음식"이라는 키워드를 골라보았다. 음식과 관련된 영상이나 글들이 자주 사랑받는 요즘, 내가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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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넌 어떻게 그런 맛까지 알아?" 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식견이 깊다고 말할 정도까진 아니다. 그렇지만 간혹 좋아하는 음식에 얽혀있는 역사를 읊을 수 있을 만큼의 애정이 있다. 먹는 행위 그 자체로부터 오는 만족감과 '맛있음'이라는 본질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음식이 에너지원 그 이상의 좋은 경험과 기분을 안겨주기 때문에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음식을 즐기고 사랑하게 된 이유


 

나는 호기심이 무척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한다. 당장이 아닌 언제라도 괜찮으니 말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은 음식을 먹을 때에도 드러난다. 혹자는 맛이 검증된, 그러니까 먹어본 것들 중에 맛있었던 걸 찾아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내게 있어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또 알아가는 과정은 늘 흥미롭고,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보다 재미있기 때문에 음식을 대할 때에 모험하는 자세가 되고는 하는 것 같다. 식사시간마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는 행위는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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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낯선 언어가 즐비한, 낯선 곳에서 또 새로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아주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닐 때는 설레고 벅찬 마음이지만, 호기심이 많은 것치고는 비행기 이륙 전까지 걱정을 한가득 안고있는 편이다. 참 웃기지 않은가. 막상 가보면 제일 잘 놀고,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 그 전까지는 "괜히 여행을 간다고 했다." 싶을 정도로 겁을 내니까.


아무튼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행복한 시간이지만, 호기심 많은 내게 여행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운 요소였다. 평소와는 환경과 분위기에 둘러싸여서 이방인으로 다니는 기분은 외로움보다 짜릿함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짜릿함을 더해준 것이 익숙하지 않은 맛이었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현지에서 다양한 음식을 경험했기에 여행이 한층 다채로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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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이 원체 많아서 꽤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편인데, 맛에 있어서는 대범하다.

 

왜 음식 앞에선 달라질까 생각해보았다. 생소한 식재료와 맛 앞에서 쫄지 않고 늘 새로운 맛을 찾아다니는 이유를 말이다. 새로운 향신료가 궁금해서 먹어보고, 식재료가 궁금해서 먹어보고, 색감이 예뻐보여서 먹어보고, 음식이 가진 이야기에 매료되어 먹어보고...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보고 듣기만 해서는 알 수 없어서 꼭 입에 넣어보고 오래오래 씹어봐야 그 궁금증이 풀리는 타입이기에, 음식은 나의 호기심을 배불리 채워주는 도구였던 것이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음식들을 먹어보았고 사랑하지만, 사실 국외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했다. 기껏 해봐야 3번 나간 것이 다이고, 아메리카 대륙은 밟아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우습게도 멕시코, 인도, 호주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나는 현지식 과카몰리와 커리, 플랫화이트를 매우 사랑한다.

 

이처럼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국제화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맛에 있어서는 직접 여행을 가지 않아도 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한 셈칠 수 있다.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라도 우리는 직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고, 유튜브에 나와있는 레시피를 통해 생경한 요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것도 음식이 참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다. 책이 간접경험을 하게 해주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찾아보게 되고, 역사까지 찾아보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문화권의 요리를 접하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식견 또한 넓어졌다. 맛에 있어서 까다로운 편임에도 편식하는 것이 거의 없는 편이라 처음부터 거부감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접근하는데,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접하면서 나의 태도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 덕분에 나는 한층 포용성 있는 사람이 되었고, 경험하지 않고서 편견을 갖지 말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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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우리에게 소중한 관계를 선물하기도 한다.


 

휴학을 하고 유럽여행을 갔을 때의 이야기다. 그 시절 나는 학생이라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짧고 굵게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것을 여행의 목표로 했었다. 한 달 정도 되는 여행 기간 중에서도 바르셀로나는 일정의 막바지에 있는 도시였는데, 기간은 3박 4일로 짧은 편이였고 숙소는 한인민박이었다.

 

낯선 음식은 잘만 먹으면서, 호스텔은 웬지 겁이 났던 것이 이유였다. 아무튼 이른 아침부터 세비야에서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도착을 했던 터라 숙소에 막 들어 갔을 때는 엄청나게 배가 고픈 상태였다.

 

그 때 스텝으로 일하던 A라는 언니가 체크인을 도와주었는데, 굶주린 내 배를 알기라도 하듯이 밥을 먹지 않겠냐고 물어봐주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였고, 언니는 따뜻한 흰쌀밥과 육개장(라면이 아니고 진짜 육개장이다!)을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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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타지에서 먹는 흰쌀밥이 이렇게 맛있었던 적이 있었나. 여행 중에 종종 한식을 먹으면서 다녔는데도 이 밥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맛이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집밥 향이 물씬 나는 맛이였기 때문이다.

 

원래 맛있는 거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랬는데. 하물며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주고 대접해주는 이는 얼마나 좋은 사람이겠는가! 나는 본능적으로 언니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았고, 언니도 나를 편하게 생각해주어 여행을 다녀온 지 3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연락하며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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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속 요리들은 가장 최근에 언니가 나에게 대접해준 중동지역의 음식인 후무스와 쿠스쿠스 샐러드, 팔라펠, 피타브레드와 여러 가지 곁들임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채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후무스나 쿠스쿠스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생겼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쿠스쿠스 샐러드는 아직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걸 모조리 집에서 만들다니. 만들기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그 마음이 상당하다는 걸 잘 알기에 더욱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처럼 맛있는 요리들을 놓고 겸상하는 사이는 아주 특별하다.

 

 

겸상 :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이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차린 상. 약식으로 노부부, 미혼의 형제나 동서, 친구들 사이는 친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겸상은 정말 애정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나누는 대화만큼 영양가 있는 게 있을까!

 

또 대화의 소재로 음식만큼 좋은 게 또 없는데, 대체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 음식 취향이나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 입맛이 아예 다르거나 이야기의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식탁에 있으면 불편한데, 그렇기 때문에 겸상하는 사람은 나와 잘맞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물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 할 때에도 잘 활용했지만, 음식의 맛과 역사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풍부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과 음식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할 때가 참 재밌는 것 같다.

 

여러가지 영감을 주고 또 매순간 매력적인 음식이 난 참 좋다. 적어도 내게 음식은 먹는 행위가 주는 원초적인 행복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기도 하고, 배움을 도모하기까지 하니까!

 

음식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무해하고 유익하다. 내면의 깊이를 더 하고 좀 더 재미있는 삶을 사는 도구로 쓰는 나는 내일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즐거운 경험도 주고, 영감도 주고, 배불리 해주는 음식을 앞으로도 이만큼의 마음으로 사랑할 것이다.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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