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는 물 위를 동경했다.
사람들은 흔히 인어공주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비극적인 인물로 기억한다. 나 또한 별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인어공주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먼저 물 위의 세상을 동경했던 존재였다.
인어공주에게 바다는 집이었지만 동시에 한계이기도 했다.
가족과 친구, 익숙한 일상은 모두 바다에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늘 수면 위를 향했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만족하며 살아갈 것 같지만, 인간은 물론 인어도 가보지 못한 세계를 궁금해한다. 지금 있는 곳이 나쁘지 않아도 창밖을 바라보고, 다른 도시를 꿈꾸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것은 현재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다.
어쩌면 동경은 불만족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더 깨닫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처음 '인어공주는 물 위를 동경했다.'라는 문장을 접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왕자를 만나기 전,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기 전부터 이미 인어공주는 바다 곳곳을 모험하며 물 위의 모든 것을 궁금해했다.
물 위는 그녀에게 자유이자 가능성이었다.
그곳에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삶이 존재했다. 왕자를 만난 것은 동경의 이유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동경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 준 계기였던 것이다. 사랑은 목적이 아니라 물 위의 세계를 선택하게 만든 또 하나의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것이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물속에서 살아간다. 익숙하면서도 안전한 일상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를 머물게 하기도 한다. 반대로 새로운 도전은 두렵고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 이유는 현재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동경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계에는 대가가 따르고,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경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세계를 넓혀 보려는 용기가 있었기에 인어공주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인물이 되었다.
물속에서 올려다본 햇빛은 유난히 아름답다.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쉽게 닿을 수 없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어쩌면 인어공주에게 물 위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언젠가 꼭 닿아 보고 싶은 세계였을 것이다. 나는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사랑 이야기보다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로 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바다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는 그 수면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이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 동경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가장 인간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물속에서 올려다본 햇빛은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쉽게 닿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빛을 향해 헤엄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동경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