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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by 박형주 에디터
2026.05.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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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아닌 진짜 가우디를 만나다.


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년 기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완공을 앞두고 만나는,

가우디 전기의 결정판.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맞아 국내에 소개되는 본격적인 가우디 연구서이자 전기이다. 가우디 연구자이자 성서학자인 아르만드 푸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상징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대표적인 학자로, 방대한 자료와 동시대 기록,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신화와 전설, 자의적 해석에 가려졌던 가우디의 실제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되살려낸다.

 

가우디의 고향 레우스 인근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가우디가 보고 자란 지역의 빛과 흙, 지중해의 풍경과 민간 신앙, 카탈루냐 문화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집필된 이 책은 단순한 전기를 넘어, 가우디를 둘러싼 문화적·정신적 풍경까지 함께 담아냈다.

 

가우디는 살면서 자신에 대해 거의 글을 남기지 않았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그의 작업실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공방이 불타면서 메모와 도면, 모형과 연구 자료 상당수가 소실되었고, 오늘날까지도 가우디를 둘러싼 수많은 신화와 과장, 불분명한 해석들이 반복되어왔다. 말보다 건축으로 자신을 드러낸 가우디의 삶과 사상은 철저한 검증과 연구를 통해 다시 읽힌다.

 

책은 가우디의 삶을 세 시기로 나누어 살펴본다. 먼저 레우스의 자연과 빛 속에서 감수성을 키운 어린 시절을 거쳐 바르셀로나에서 젊은 건축가로 성장하던 초기, 폭발적인 창작 활동 속에서 사순절의 단식과 정신적 위기를 겪으며 내면의 변화를 맞이하는 중기, 점차 신앙과 상징, 전례적 의미에 깊이 몰두하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삶 전체를 바치게 되는 말년까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저자는 가우디를 단순한 모더니스트가 아니라, '빛과 공간, 재료와 형태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다루는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 바라본다. 가우디는 자연을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작품'으로 보았고, 자신의 건축이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으며, 자연 속에서 건축의 원리를 발견하려 했다. 또한 고딕 건축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구조를 고민했다. 기울어진 기둥과 하중 전달 구조를 통해 기존의 건축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건축 언어를 구축했고, 이는 콜로니아 구엘 교회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카사 바트요, 라 페드레라(카사 밀라), 구엘 공원, 콜로니아 구엘 교회, 마요르카 대성당 복원 작업 등 가우디의 주요 작품들은 개별 건축 해설이 아닌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읽힌다. 나아가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십자가와 묵주, 복음서의 상징, 자연과 빛의 의미, 카탈루냐 문화와 건축적 전통까지 세밀하게 추적하며, 왜 가우디의 건축이 지금까지도 독보적인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1894년 사순절의 단식과 정신적 위기를 겪은 이후, 가우디는 자신의 작품 안에 가톨릭 신앙과 상징을 더욱 깊이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생애 말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공사에만 전념하다시피 했고, 직접 성당 건축 기금을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1926년 비극적인 사고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가우디에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동시대의 자료와 그가 만든 작품을 바탕으로, 가우디의 삶과 작품, 사상과 신앙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인간 안토니 가우디의 내면과 사유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에 더해 본문에 수록된 가우디 건축 작품 사진과 미공개 스케치 작업물은 글로 설명된 가우디의 건축 세계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의 생애 여러 순간들을 담은 사진은 독자를 100년 전 가우디의 시간 속으로 이끈다.

 

속도와 효율이 당연해진 시대에, 한 인간이 삶과 신념, 상상력을 바쳐 세운 건축은 어떤 시간의 깊이로 남게 될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지금 그 질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가우디는 끝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건축은 한 세기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서 계속 이어져 왔다. 이는 위대한 건축이란 한 사람의 재능에서 시작되어, 시간을 건너 이어지는 믿음 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6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성을 향해 가는 지금,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은 가우디라는 거대한 세계를 가장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

 

아르만드 푸치

 

아르만드 푸치(Armand Puig i Tàrrech, 1953~)는 가톨릭 사제이자 성경학 박사로, 현재 로마에 본부를 둔 교황청 산하 대학 및 신학대학 교육 품질 평가·진흥 기관(AVEPRO) 회장을 맡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장식할 상징들을 신학적으로 해석해온 대표적인 학자이기도 하다. 산 푸시아 대학 아테네오(바르셀로나) 신학부 학장과 동 대학 총장을 역임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타라고나 지역 출신으로, 가우디가 태어나고 성장한 레우스 인근 동네에서 자랐다. 그는 스스로를 가우디를 멀리서 분석하는 학자가 아니라, 가우디가 살았던 땅의 풍경과 신앙, 언어와 감각을 몸으로 알고 있는 연구자라고 밝힌다. 이러한 배경은 가우디의 삶과 건축에 영향을 미친 지역적·신앙적 맥락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 책은 가우디를 '천재'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이자 신앙 안에서 작업한 건축가로 이해하려는 저자의 오랜 연구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아르만드 푸치는 가우디를 신비화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동시대 문헌과 교회 기록, 건축 작품을 토대로 가우디의 삶과 작업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가우디가 거의 글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문헌 비판과 사료 검토를 통해 그의 사유와 삶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복원하고자 한다. 성경을 주제로 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으며, 대표작으로는 7개 언어로 번역된 [예수: 한 생애](2005), [신약 연구](2014), [말씀의 신학](201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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