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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먹고사는 게 다여야 되겠습니까? [사람]

우리의 더 나은 풀칠을 위하여

by 곽한별 에디터
2026.09.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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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칠러가 누구냐고?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이지 뭐



      뉴스레터 <풀칠>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첫 직장생활의 1년을 거의 마무리하던 11월 말이었다.

       

      나는 지방의 한 중소 제조회사의 영업 사원이었고, 서울로부터 1박 2일의 중동 바이어를 “가이드” 하는 접대 출장을 다녀오는 KTX 길이었다. 나의 몸에서는 땀 냄새와 모든 일들을 “적절하게” 해 내지 못했다는 수치심의 냄새가 풍겼다. 그 냄새를 나의 코가 맡고 있었다. 이전부터 구독하던 뉴스레터였지만, 그날은 어쩐지 몇 가지 글을 정독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기찻길에서 울고 말았다. 그 즈음 나의 마음은 두부처럼 손으로 꽉 쥐면 뭉개질 정도로 약해져 있었고, 직장인의 애환과 그럼에도 입에 풀칠하기 위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의 아름다운 애처로움은 나의 마음을 건드렸다. 이 사람들과 더 연결되고 싶었다. 마침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십여 일 간의 글쓰기 회고 모임을 모집하고 있었다. 나는 잔액을 털어 신청했다.


      익명의 글쓰기 모임은 하루에 하나씩 2023년의 한 달을 회고하는 글을 노션에 써 내는 것이었다. 나는 광인처럼 내가 어떤 미친 삶을 살았는지를 낱낱이 까내리면서 써갔다. 사실 일기야 비공개 블로그에서 써 왔던 것이었지만, 타인에게 글을 공개한 것은 인생에서 거의 처음이었다.


      각자의 일터에서 땀 흘리고 때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과 혼란을 읽는 것은 훌륭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다. 나의 힘듦과 너의 힘듦이 이어져 있다는 것에. 나는 글을 쓰고 또 불렛으로 댓글을 달면서 그들을 응원했고 첫 직장에서의 1년을 울면서 버텼던 과거의 나 자신을 응원했다.


      한 해의 마지막 회고 글 중 나의 부분을 인용한다.

       

      “올해 새로 시작했던 요가에서(지금은 안 감) 통나무같은 내 몸을 미워하고 있었던 날,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이렇게 몸을 써 가면서 노력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고 몸에 남아 있는 거라고. 그 말이 너무 위로가 되어서 그 날은 요가가 끝나도 맥주를 사 먹지 않았었다. 올해 몸과 마음을 써 가며 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남아서 사라지지 않는 걸까? 지금으로서는 그것들이 남았으면 좋을지 영영 사라졌으면 좋을지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어느 날은 이 회사에서 겪은 모든 일들을 잊고 이름도 얼굴도 바꾼 채로 잠적하고 싶다가도 어느 날은 제발 여기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했었기를 바라게 된다.

       

      과거의 행적과 내 생각을 적어가니 난 좋은 사람이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멋진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런데 난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 말로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어색하다는 것을 너무나 생생히 느끼면서도 이렇게 말고 다른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그냥 이게 나 자신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겠지? 때로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또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면서. 순간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파주님과 아매오님 그리고 야망백수님의 “밥벌이 미학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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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칠>은 사회초년생들이 직장 생활 푸념의 규모를 키우자며 시작한 뉴스레터다.


      2025년 스티비 인터뷰를 인용한다.


       

      야망백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뭐랄까 '중도'를 지키고 싶어요. 너무 자기계발적이지도 그렇다고 일하기 싫다는 태도도 아니게요. '밥벌이'라고 하는 게 '먹고살려고 하는 거야, 돈 벌려고 하는 거야'로 약간 자조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해학적인 의미도 담겨있거든요. 팀 이름이자 뉴스레터 이름인 '풀칠'도 같은 맥락이에요. '입에 풀칠한다.'라는 말에서 왔고 생계를 이어가는 행위라는 점에서 '밥벌이'에 닿아 있죠.

       

       

      세상의 여러 가지 밥벌이가 갖는 의미를 포착하는 수많은 활자들. 이직과 거북목 우리들, 이력서 상시 오픈, 직장인의 동물적 본능과 “뽀송뽀송”한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은 사무실 밖에서 흘린다는 이야기는 어떤가. 심지어 “월루하면서 웹에서 보기” 옵션과 야망백수님의 멋진 그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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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사는게 다여야 되겠습니까?


       

      모두가 자기의 밥값과 싸우고 있다는 문구에 공감하지 않을 노동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칠>의 필진들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자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원래 엉망진창이라고. ‘밥값을 하느냐’보다 ‘밥값을 계속 벌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그러니까 밥을 잘 먹자고 (아매오님, 언젠가 꼭 게장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겠습니다. 화이팅). 모든 건 밥심이라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 야근 끝에 헬스장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핸드 드라이어에 머리를 대충 말린 채로 아예 새벽에 출근하던 시간들. 고향으로 향하며 나의 청춘이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 처럼 느껴지다가 결국 청춘이 사망했음을 온몸으로 깨닫는 나날들.


      그런데 우리, 먹고사는 게 다여야 되겠는가.


      내일을 기대하면서 괴로움에 중독되지 않을 자유가 왜 우리에게 없겠는가.


      긴 말 하지 않겠다.


      구독하시라. (아트인사이트 뉴스레터는 당연히 구독하셨겠죠?)

       

      우리의 더 나은 풀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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