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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어쩌다 불안핑 어른 [사람]

불안이 동력인 사람의 불안 다스리기

by 백승원 에디터
2026.10.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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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서른을 향해 달려가는 어른이들 사이에서 티니핑 놀이가 한창이다. 하츄핑, 빛나핑 같은 귀엽고 발랄한 핑들은 없다. 걱정핑, 유난핑, 억울핑··· 어쩌면 약점이 될 만한 것들이 우리의 별명이 된다. 그중에서 나는 단연 ‘불안핑’이다. 불안이 동력이라 말할 정도로, 불안을 빼놓고는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어느 것이든 양면성이 있고, 불안도 마찬가지인 탓에 때로는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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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구두보다 크록스가 좋다


       

      가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면, 주변부터 정리한다. 머릿속이 어지럽고 마음이 시끄러울수록,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부터 치워야 한다. 자극에 민감하고 외부 환경에 쉽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을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 한다는데, 이 개념을 안지도 벌써 2년이 됐다. 그러나 이런 진단이 내려졌다고 삶의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지 ‘아하 모먼트’로 잠시 속이 시원해질 뿐 하루하루는 여전히 산넘어산이다. 이 글이 누구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혹 주저리 써내려간 이야기에 공감하는 동지가 있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에게 유용하기보다, 그저 불안을 안고 살기로 한 내게 유효했던 몇 가지 방법을 적어봤다.

       

       

       

      부끄럽지만 교복을 입는 건 도움이 된다


       

      부끄럽지만 취미 아닌 취미가 ‘우산 잃어버리기’다. 늘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 잠깐 방심하면 손에 있던 우산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머릿속에 신경 쓸 일이 많거나 특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면, 의식적으로 일상의 선택지를 간소화한다.


      그중 가장 ‘유효’했던 방법이 바로 ‘교복’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어디서 재봉틀을 빌려다 진짜 유니폼을 갖춰 입는다는 뜻은 아니다. 단벌 신사로 살 수는 없으니, 몇 가지 검증된 패턴을 만들어두고 돌려 입는다. ‘동물의 숲’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팡이’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행거 한쪽에는 오직 출근용 교복만을 위한 전용 공간이 있다.


      가방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가방을 교체하다가 정작 빠지면 곤란한 소지품을 집에 두고 나오는 불상사가 심심찮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불안핑이 아니라 덜렁핑 같지만, 그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어딘가 과한 이 루틴 덕에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 이러한 고백으로 인한 부끄러움은 결국 내 몫이지만 말이다.

       

       

       

      아침에는 세수랑 양치만 하자


       

      앞서 말한 것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이 불안핑은 아침에도 약하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지각하는 걸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물건을 찾다가 시간이 지체되거나 하면 조금 과장을 보태 그날 하루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일찍 잠드는 것 못지않게 저녁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퇴근 후 혹은 잠들기 전, 아침의 변수를 줄이기 위해 미리 판을 짜둔다. 다음 날 아침에 입을 ‘교복’을 행거 맨 앞에 꺼내두고, 출근 가방 속에 지갑이나 이어폰 같은 소지품을 미리 다 챙긴다. 일기예보로 내일 아침 기온을 확인한 뒤 겉옷을 걸어두거나 우산을 현관 앞에 꺼내두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이렇게 전날 밤 모든 세팅을 마쳐두고 침대에 누우면 그게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세수랑 양치만 하고, 준비된 것들을 챙겨 곧장 문을 나서면 된다. 매일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오늘을 소환하자


       

      흔히 후회는 과거에 매여 있을 때 오고, 불안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겨눌 때 찾아온다고들 한다. 그래서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게 이 두 가지 감정일지도 모른다. 과연 살면서 얼마나 ‘오늘’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을까. 흐르는 현재를 손으로 붙잡아둘 수는 없으니, 과거와 미래 사이를 부유하는 자신을 지금, 여기로 끌고 와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뻔하디뻔한 ‘운동’이다. 본래 ‘기승전 운동’으로 결론이 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불안을 데리고 살기 위해 이번만큼은 운동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살려고 운동한다는 말은 참으로 맞는 말이다.


      운동의 가장 큰 미덕은 잡생각을 차단하고, 오로지 심장이 뛰는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멀티가 된다고들 하지만, 인간의 뇌 구조상 멀티태스킹이 어렵다는 건 이미 입증된 바다. 숨 가쁘게 운동하는 사이 머릿속에 숨어들 수 있는 생각은 없다. 있다면 아직 숨이 덜 찬 거다.


      불안을 완전히 통제하려는 생각은 도리어 불안을 부추길 뿐이다. 억눌린 불안도 언젠가는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때론 어떤 땔감으로도 대신하기 힘든 강력한 동력이 된다. 어찌 보면 꽉꽉 찬 플래너부터 집이 깔끔하게 정돈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불안의 산물인 셈이다. 어딘가에서 열심히 불안과 씨름할 동지들에게 이 글이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영화 ‘인터스텔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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