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린이였던 당신에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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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다.
유년을 상기해보자면, 어린이였던 당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 중 하나는 어린이날이였을 것이다. 이 날만큼은 당신이 주인공이라며 갖고 싶었던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을 것이며 학교를 가지 않아 들뜬 마음으로 즐겁게 놀러다니기도 했을 것이다.
자그마한 몸의 당신은 세차게 들판을 뛰어다녔을 것이고 그 여린 살이 행여 다칠까봐 당신의 부모님은 걱정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눈길로 당신을 쳐다봤을 것이다. 어린이에서 졸업한 당신은 당시의 행복했던 여운을 가슴에 안고 여전히 매년 5월이 될 때마다 어린이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다만, 그 기다림이 지친 일상 속에 자그마한 휴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어렸던 시절과는 다른 점일 수도 있겠다.
이처럼 어린이날은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주는 날이다. 그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서 사회를 이룩해나간지 어느 덧 100년이 되었다. 즉,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인 해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풀리면서 올해는 다른 어린이날보다도 조금 더 특별한 것 같다.
침체되었던 어린이날 맞이 행사들도 올해만큼은 활기를 띄고 이 곳 저 곳에서 소식이 들려온다. 괜시리 설레며 어릴 적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나 또한 어린이날이라는 선물을 받은 유년을 추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이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잊혀지고 미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엔 그렇게나 괴롭고 힘들었던 일이 아무렇지도 않기도 하다. 어릴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넘어져서 다친 그 상처가 너무나도 쓰라렸고 맨 처음 부모님의 손을 놓고 유치원에 가야 했던 그 아침이 너무 무서웠는데 지금은 그것이 피식하고 웃어 넘길만한 기억들이다. 더 크게 아파도 이를 악물고 참고 오히려 부모님과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러다보니 어린 시절을 상기하다 보면 그 시절의 순수했던 마음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크게 감정을 느끼곤 했던 어릴 시절의 당신은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풀잎의 부드러운 촉감, 달큰한 꽃 향기,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여유롭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보며 당신은 설렜을 수도 있겠다. 어렸던 그 땐 그 작은 경험들을 일기장에 적으며 새롭게 느낀 것들을 적곤 했었다. 그러나 커버린 지금은 하늘은 커녕 허공만을 응시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안광은 그 빛을 잃을 때가 많으며 주변에 무감각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는 어쩌면 어린이의 시선을 따라가봐야 할 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나의 설렘을 찾고 작은 것 하나에도 깊게 생각할 수 있게끔 말이다. 어린이는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해야만 하는 어리숙한 존재가 아니라 그 또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배울 점이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익숙한 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어린이를 바라본 관점과 비슷하다. 그의 사고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지친 삶 속에서 이번 100번째 생일을 맞이한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그 행복한 하루에 잠시 놀러가보는 건 어떨까. 5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는 어린이 주간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이 개최된다. 또한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어린이날부터 28일까지 '지구인 축제'를 개최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쌓게끔 하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5월 5일 어린이날, 이 날만큼은 동심 속의 작은 어린이를 조우하며 추억을 상기해보자. 그 어린아이로부터 위로받는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지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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