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이자, 막무가내로 망가진 채 몸부림치는 청소년들을 소재로 한 두 하이틴 드라마 '스킨스'와 '유포리아'.
이 시리즈들은 역설적으로 내 청소년기에 이상한 안식처로 존재했다. 굴곡지게 변하기 시작하는 몸, 언제 시작되었는지 자신도 모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파괴되는 자아.
두 시리즈가 불안정한 자아로 서로를 매혹하며 동시에 무너뜨리는 청소년 간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은, 내게 태풍의 눈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묘한 평온을 제공했다.
NOT ALLOWED, ADOLESCENCE
청소년은 보지 못하도록 제한된 '청소년 이야기'의 역설적인 존재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당시 내게 허용되었던 한국 미디어 속 학생 드라마에는 존재론적인 일탈이 부재했다. 친구 사이의 표면적인 갈등 이후 이어지는 바람직한 화해, 보수적인 기성세대를 향한 학생으로서 용납 가능한 정의로운 분노, 설레는 사랑싸움, 그리고 아름다운 청춘의 스냅샷에 대한 강요뿐이었다. 정작 내가 통과하던 청소년 시기는 한국 미디어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들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미디어 속 풍경은 그 자체로 이상적인 무균실과 같은 괴리감을 주곤 했다.
국내 공개 기준 4월 15일, 시즌 3로 돌아오게 된 '유포리아'는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미학으로 큰 인기를 끌어온 미국의 대표적인 하이틴 드라마다. 고등학생 시절 유포리아를 볼 방법을 수소문해 찾아보았던 내가 결국 다시 스킨스로 돌아갔듯, 이 시리즈의 팬들은 '유포리아' 이전에 그 원형으로서 '스킨스'가 존재했다고 말하곤 한다.
두 시리즈 모두 청소년 인물의 이름을 에피소드 제목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이는 아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각자가 어떤 파괴적인 가정 환경과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엮어낸다. 망가지고 다치며 이상하게 성장하는 스킨스의 서사는 내 청소년기에 깊은 상처를 내는 동시에 치유를 남겼다. 모든 것이 고통스럽고 싫어지기 시작했지만 이유는 모르겠고,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동기부여 자체가 모호하여 충동적이기만 했던 상태. 근본적인 '답 없음'과 혼돈을 다루는 이 시리즈들은 필연적으로 난잡하며 교육적이지 않고 퇴폐적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여기서 질문이 남는다.
과연 실제 청소년들의 삶은 '청소년 관람 가능'한 수준인가?
어른들의 삶이 그렇듯 모든 인간의 삶은 모범적이지 않다. 이 시리즈 속 어른들은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진절머리를 내거나 때로는 농락당하며, 끊임없이 삶의 정답을 제시하려 하지만 매번 오답만을 남발한다. 본인들 또한 알코올이나 섹스 중독, 이혼 위기, 삶에 대한 회의를 겪는 불안정한 상태이며, 이를 반복함으로써 자식들에게 상처를 준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정답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해결책 없음, 답 없음'의 굴레 안에 고정된 채 살아갈 뿐이다. 답 없는 부모가 답 없는 자식을 낳아 놓고 다시 답을 요구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섹스로 옮는 불치병인 삶. 그 과정에서 잠깐 반짝하는 '중2병', 그리고 다시 불치병으로 이어지는 질병의 굴레 안에서 중2병은 따로 명명될 만큼 인생에서 강력한 피크 포인트다.
중2병의 특별함은 아마도 청소년들이 가진 '고정될 수 없음'에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종의 진보성을 획득한다.
그들이 아무리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며 퇴보하더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진화의 반열에 오르고, 그 과정에서 분명 무언가를 배워 간다. 상처받고 방탕한 행동을 하면서 그것이 단순한 노화의 과정이라는 소진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상실을 필연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어른이라는 '답 없음'의 고정 상태, 즉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단계에 진입하기 직전의 카오스는, 어찌 되었든 그들이 살아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성장을 향한 감성적 발판이 된다. 청소년기의 자기 파괴성, 파괴해 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파괴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에너지의 폭주. 이해되지 않는 요소를 이해하려 몸부림치다 정면으로 모순과 부딪히는 기분. 싫어하는 것만 늘어가다가도 친구가 너무 좋아 함께 멍청한 짓을 하다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착각. 그리고 그것을 이행할 만큼의 낮은 현실 감각과 넘치는 체력, 혹은 폭주가 두려워 갑자기 도태되고 숨어버리고 싶었던 마음까지.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감정을 지나왔기에, 우리는 시리즈 속 인물들의 '거지 같은 선택'에 단순히 중2병이라 비웃는 것이 아닌 공감으로 반응하게 된다.
감각적인 유행을 선도한 '스킨스'는 메인 여성 캐릭터인 에피 스토넴이나 캐시를 선망하고 따라 하는 '에피병', '캐시병'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들 사이에 번졌던 이러한 정체성 모방은 중2병의 근본적 속성인 '오글거림'을 이 드라마가 얼마나 시크(CHIC)하고 감성적으로 담아냈는지를 방증한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중2병 바이러스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유포리아의 전신인 '스킨스'는 시즌 7까지 이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브로큰 하이틴 드라마의 클래식이다. 그중에서도 1세대(시즌 1, 2)와 2세대(시즌 3, 4)가 이러한 본질을 각기 다른 방향성으로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시즌 1이 아이들의 연대와 꿈, 상처로부터의 회복과 성찰에 치중한다면, 시즌 2는 부모와 사회에 의해 파괴된 채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카오스적 성장 과정을 함께하는 1세대에는 오만하고 잘생긴 토니와 그와의 중독적인 관계를 놓지 못하는 미셸,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토니의 단짝 친구 시드, 4차원이자 거식증으로 자기파괴를 거듭하는 캐시, 막 사는 크리스와 잘 살려고 노력하는 모범생 쟐, 꿈이 명확한 게이 댄서 맥시와 목적의식 없이 불안해하는 안와르, 그리고 다음 세대의 주인공이자 토니의 여동생인 에피가 함께한다.
JUST D.I.S.C.O! FUCK IT FOR CHRIS
비주얼과 개성이 강한 1세대 인물들 모두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나, 유독 "Fuck it(될 대로 돼라지)"을 입에 달고 사는 크리스에게는 정이 가지 않았다.
첫 에피소드부터 욕조에 볼일을 보고 어항에 마리화나를 타는 그의 행동에 대한 불쾌감은 시리즈 내내 각인되어, 다른 인물들을 응원하듯 그를 지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항상 쾌활하고 밝은 상태를 유지하는 크리스는 이상하게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어두운 인상을 주었다. 그의 일시적인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중시한다기 보다 내일을 소거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의 쾌락에는 대체로 상처와 갈등이 없고, 미래가 부재한다는 인상을 준다. 토니, 캐시, 쟐, 시드가 그와 함께 쾌락적인 파티를 즐기고 사고를 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였으나, 크리스의 불안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기에 느끼는 단계적 불안이 아닌 답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근원적 불안으로 다가왔다.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 묘하게 붕 떠 있는 듯한 크리스는, 역설적으로1세대에서 내게 가장 깊이 각인된 캐릭터로 남았다.
시즌 1에서의 그는 집도, 성적도, 부모도 없는 상태임에도 별다른 절망을 내비치지 않는다. 그가 짝사랑하다 관계까지 맺게 되는 학교 선생님 앤지는, 크리스의 어머니가 그러했듯 그를 보호할 수 없으며 언제든 그를 유기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다 시즌 2에서 그는 자신과 정반대의 삶, 즉 클라리넷을 전공하며 명확한 꿈을 좇는 쟐과 사랑에 빠지며 이전에 보여준 성향과는 대비되는 미래 지향성을 갖게 된다. 집도 돈도 없이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가 직업을 구하고 집을 찾으며 쟐의 임신이라는 '미래'를 가져온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 없는 미래 또한 인지하고 있는 그가 낙태를 결심한 쟐에게 "나 같은 아빠는 별로일 것"이라며 웃어 넘기는 모습은 더 큰 고통을 준다.
그가 지주막하 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 진행되는 서사적 설명은 친구들과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행동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를 방치하고 버리다시피 해 극중에 등장조차 하지 않는 부모는, 어린 시절 그의 형 또한 유전적 불치병으로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또 다른 자식의 죽음을 목격하지 않으려 크리스를 유기한 것이었다. 죽을 날짜가 정해진 채 성장할 기회조차 소거해 버린 부모에게 버려진 그는, 청소년 단계에서의 '죽음'을 근본적 속성으로 가진 인물이다. 결국 그는 모두와 함께 '답 없음'의 굴레를 도는 동시에, 성인이라는 단계로 이행하지 못하기에 그 굴레에서 영원히 이탈하게 되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시즌 2의 9화 [캐시]에서 묘사된 그의 죽음은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에피소드이며, 마지막 화 [우리들]에서의 장례식은 가장 아끼는 에피소드다. 9화의 주인공인 캐시는 쓰러진 크리스를 지속적으로 돌보던 유일한 친구로, 부모로부터 죽은 존재처럼 취급받은 경험을 그와 공유한다. 그녀는 크리스가 죽기 직전, 미뤄두었던 철학 시험에서 자신의 자해성 거식증에 대해 교사와 대화를 나눈다. 안 먹기 시작했던 자해가 사실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타인, 즉 부모에 대한 비폭력적 반항이었음을 돌이킨다. 비폭력이라고 여겼던 거식이 사실은 자신에 대한 가장 큰 폭력이었고, 그것이 자신을 진짜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회상한다. 교사는 그녀에게 왜 다시 먹기 시작했느냐 묻고, 그녀는 "안 먹으면 죽으니까, 죽음은 재미가 없어서"라고 대답한다. 죽지 않기로 결심한 캐시에게 교사는 이제 괜찮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답 대신, 이제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대답과 함께 다른 '재미'를 제시한다.
칼로 자신을 긋는 것보다 더 재밌는 것, 예를 들면 바로 Disco.
Cassie
Is it possible to truly enjoy power? It's question three.
Teacher
I'm not supposed to help you with your exam.
Cassie
I stopped eating and then everyone had to do what I said. That was powerful.
Teacher
And did you enjoy that?
Cassie
I think it was the happiest time of my life. But I had to stop before I died, because... otherwise it wasn't fun. You wouldn't understand.
Teacher
You're wrong, Cassie.
Cassie
Did you cut yourself, too?
Teacher
People will do anything to... People will do anything to work out why they feel bad, won't they?
Cassie
And did you? Work it out?
Teacher
Like I said, I'm not supposed to help you with your exam.
Cassie
I want you to tell me!
Teacher
What?
Cassie
How to stop bad things happening.
Teacher
Doesn't work, does it? That's why you have to start eating again.
Cassie
I fell in love.
Teacher
Ah, love. Why cut yourself when you can be in love?
Cassie
You think passing an exam will make me happy?
Teacher
Cassie, passing exams generally only makes life more complicated.
But there's lots of other stuff that makes things bearable, and you don't even have to use a knife.
Cassie
Like?
Teacher
Disco.
S02 ep9 _ Cassie & Teachers Dancing to Funky Town
선생님들과 함께 춤을 추고 친구들과 식사를 마친 캐시는, 모두가 떠난 뒤 크리스의 발작으로 인한 허무한 쇼크사를 홀로 목격한다. 캐시는 자신이 시험에서 답했던 대로, 지극히 허무하고 극적이지도 않은 크리스의 '재미없는 죽음'을 마주한 채 충격에 빠져 뉴욕으로 떠난다. 여자 친구가 아이를 낙태할 것이기에 미래도 소거 당했고, 죽기 직전 찾아왔던 어머니가 살아있는 자신을 대면하지 않고 떠나버렸기에 과거도 소거 당한 비참한 상태. 크리스는 그렇게 '답이 없는 상태'로 정지된 채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이한다.
시즌 2의 마지막 화 [우리들]에서는 친구들만이 가장 생동감 있게 살아있던 크리스를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로 남았음을 보여준다. 크리스를 찾지도 않았던 아버지는 친구들이 약쟁이라는 이유로 장례식 참석을 금지한다. 아버지는 크리스를 모르지만, 친구들은 그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크리스를 애도한다. 7살 꼬마 크리스를 처음 만났던 아쿠아리움에서 그를 추억하는 쟐과 미셸, 크리스의 삶을 지우려는 장례식에 반대하고 진짜 작별인사를 해야한다며 관을 훔치는 토니와 시드는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크리스다운 방식으로 그가 떠난 뒤에도 그의 삶을 지키려 노력한다.
남들 눈에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아버지는 도둑맞은 빈 관을 자갈로 채워 가짜 장례식을 진행하려 한다. 진짜 크리스 없이 진행되어도 상관없다는 아버지의 태도는 모범생 쟐이 크리스의 관을 돌려놓도록 화를 낸 탓에 다시 아버지의 손에 돌아가게 된다. 부모를 거스를 순 없어서 친구의 육체만은 돌려준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뒤에서 장례식을 기획한다. 매일 열기구에서 떨어지듯 위태롭게 살았던 크리스를 기억하며 묘지 뒤편에서 불꽃놀이를 터뜨리며, 쟐이 그를 위한 진정한 추도사를 읽는다. 그렇게 그를 과거에 남겨둔 채, 각자 전혀 알 수 없는 성인으로서의 미래로 흩어지며 시리즈는 마침표를 찍는다. 그들이 함께 통과했던 카오스를 축복하고 파괴하며, 화려하게 터뜨리는 결말. Fuck it!
“I’ve been thinking about what Chris would have wanted me to say today. The advice he’d give me, which’d be something like, “Know what, babe? Fuck it. These guys know all about me. Tell them about someone else.” So I thought I’d tell you about a hero of Chris’s: a man called Captain Joe Kittinger. In 1960, climbing into a foil balloon, Captain Joe ascended 32 kilometres into the stratosphere. And then, armed only with a parachute, he jumped out. He fell for four minutes and thirty-six seconds, reaching seven hundred and forty miles per hour before opening his parachute five kilometres above the Earth. It had never been done before, and it’s never been done since. He did it just because he could. And that’s why Chris loved him - because the thing about Chris was, he said yes. He said yes to everything. He loved everyone. And he was the bravest boy - man - I knew. And that was - he flung himself out of a foil balloon every day. Because he could. Because he was. And that’s why - and that’s why we, we loved him.”
S02 ep10 _ Chris’ Funeral Speech (Told By Jal)
STILL CASSIE, STILL PURE
이렇게 미래로 흩어진 친구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13년 방영된 스핀오프 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캐시의 미래만을 비춘다.
10대의 캐시보다 차분해진 모습의 그녀는 여전히 유약하지만 폭력적이지 않기를 지향하며, 뉴욕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살아간다. 여전히 세상은 그녀를 괴롭히고, 망가진 부모는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자신의 혼란을 고스란히 지내고 시험을 제출한 그녀는 더이상 부모로 인해 망가지진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과 비슷한 미래를 뚫고 나가야할 남동생을 돌보는 더 나은 선택을 하려한다. 그녀는 여전히 불확실한 직업으로 연명하며, 여전히 삶의 혼란 속에 머물고 있지만 그 혼란은 이제 거칠게 요동치기보다 차분히 가라앉아 그녀의 내면 안에 자리 잡아 그녀 자체가 되었다. 자신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견뎌내는 성인으로서의 캐시는 여전히 캐시다.
‘어른이 된 주인공들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은 모든 하이틴 시리즈가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할 서사적 숙명이다. 그들의 파괴적인 서사는 어렸기에 감각적으로 포장될 수 있었으나, 성인이 되어 마주한 현실은 서늘하고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권태로운 현실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는 스킨스의 스핀 오프 속 어른이 된 인물들은, 화려한 찬사 대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은은하고 낮은 응원을 유발한다.
오늘(4/15), 유포리아 시즌 3가 공개된다. 이번 시즌 역시 성인이 된 인물들을 다룬다. 주요 여성 캐릭터들이 성 노동자나 딜러가 되었다는 설정은 벌써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시즌 1, 2에 걸쳐 중독과 자해, 무분별한 파티와 섹스로 점철된 삶을 살았던 청소년들의 미래가 대체 어떻게 될 것이라 예상했는지 묻고 싶다. '키싱 부스'처럼 마구 놀다가 갑자기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결말 또한 기만적이긴 마찬가지이다.
'답 없음'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인물의 선택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는 창작자의 태도에 있다. '스킨스'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끝내 누군가의 안식처이자 성장 드라마로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이유는 창작자가 청소년들을 섣부르게 동정하거나 훈육, 혹은 대상화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의 파괴적인 폭주를 담아내며 이런 파괴적인 성장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시한다. 오늘 공개되는 '유포리아' 시즌 3를 앞두고 비판과 걱정이 교차하는 지점 역시 바로 여기다. 성인이 된 주인공들이 성 노동자나 딜러로 전락했다는 파격적인 설정이, 과연 그들이 마주한 '답 없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응시일지, 아니면 단순히 더 강렬한 자극을 위한 페티쉬 전시일지 궁금하다. 만약 '유포리아'가 '스킨스'가 가졌던 근본적인 카오스의 본질을 거세한 채, 청춘의 비극을 화려한 이미지의 소모품으로만 활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누군가의 안식처가 될 수 없다.
나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의 이상한 안식처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을까?
유포리아의 청소년기는 나의 청소년기이기도 했다.
그들의 성인기가 단순히 페티쉬로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