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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라는 말은 오랫동안 쓰여왔으며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이 인간이 원래, 혹은 아주 오랫동안 잘못 살아왔다면 어떨까? 그는 바뀌어야 할까?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그래야 할까? 거지 같이 살아왔으니 죽는 게 차라리 나을까? 아니면 이런 삶이라도 계속 지켜내야 할까. 드라마 <쉐임리스(Shameless)>는 미국 시카고의 빈곤 지역을 배경으로,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여섯 남매로 이루어진 갤러거 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더 베어>의 주연으로 이목을 끈 배우 제레미 앨런 화이트의 아역 시절을 보기 위해 무심코 누른 이 극에서는, 무책임한 부모 대신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이 거칠고 혼란스럽게 펼쳐지지만 그 안에는 독특한 유대와 현실적인 삶의 단면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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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따위는 모른다(Shameless)’라는 제목처럼 그들은 정말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6남매가 사는 미어터지는 집의 작은 화장실을 배경으로 한 오프닝부터 이 슬로건을 당당히 내민다. 술에 절어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는 프랭크, 용변을 보려 그를 질질 끌어내는 맏언니, 게이 잡지를 보며 자위하는 셋째 이안, 소변을 보는 둘째 립 곁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는 그의 FWB 캐런, 변기 물로 양치하는 막내까지. 파일럿 에피소드부터 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소파에서 섹스하는 장녀 피오나가 이들의 든든한 양육자이며, 그녀 혼자 다섯 명의 동생을 정말 최선을 다해 키운다. 1분만 이들의 일상을 보기 시작하면 도덕적인 잣대는 여유로운 것들이나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치는 사치라는 말이 이해되는 삶. 막내의 기저귀를 살 돈이 없어 아기가 있는 엄마에게 깜빡한 척 기저귀를 빌리는 피오나는 “THANK YOU”라고 외치며 진심으로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건 정말 x나 다행인 일이니까. 그렇게 거짓말로도 얻어내지 못하면 막내는 수건에 똥을 싸야 한다. 수건에 똥 싸기, 거짓말로 기저귀 빌리기. 무엇이 더 도덕적인가? 여기서 도덕이 어떤 힘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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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화가 날 때쯤 그들이 등장한다. 오랜만에 다같이 모인 추수감사절에 조울증이 극에 달해 아이들 앞에서 자살 기도를 하여 다 함께 응급실에 가야 하거나, 아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모은 적금을 모조리 털어다가 술과 약에 쓴다. 그리고 다시 꺼져 주길 빌어야 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행사한 뒤 유유히 떠난다.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 ‘수치를 모르는 집’에서, 부모는 너희들이 수치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고 애쓴다. 위탁 가정에 보내지지 않기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할 때마다 이런 부모를 찾아야 하는 이 아이들의 상황은 정말이지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시즌 1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에피소드는 8화 ‘거북이를 죽일 시간’이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간 프랭크는 술을 마시지 않고 버티는 실험에 성공하면 3천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의료진의 제안을 듣는다. 거래를 받아들인 프랭크는 음주 측정기를 달고 정말 귀신같이 술을 끊는다. 맨정신으로 집에 오랜만에 돌아온 프랭크는 뻔뻔하게 자신이 15년 동안 모범적인 아버지가 아니었던 건 알지만, 이제 다시 한 가족이 되자고 말한다. 그가 실수로 ‘15년을 3년이라고 수정한 대목에서, 그에게 시간이 얼마나 쓰레기처럼 내던져졌는지, 그 때문에 이 아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했을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술을 끊은 그가 수려한 피아노 실력으로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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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on, go, walk out the door / Turn around now / You're not welcome anymore / You're the one who tried to hurt me with goodbye / Think I'd crumble? / You think I'd lay down and die? / No, not I, I will survive / Long as I know how to love, I know I'll stay alive / I've got my life to live / And all my love to give and / I will survive / I, I, I will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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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버리고 갔던 프랭크가 연주하는 이 노래의 가사를, 그의 자식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크게 따라 부른다. 당신이 나를 작별로 상처 주려 해도 내가 무너질 것 같냐고? 내가 누워 죽을것 같냐고? 아니, 나는 살아남을 거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이상, 나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라고, 나는 살아가야 할 삶과 주어야 할 사랑이 있다고.
 

 

다음 날도 맨정신 유지에 성공한 프랭크는 넷째 데비와 다섯째 칼과 시간을 보낸다. 아침 식사를 해주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볼링장에 데려간다. 그 시각 피오나는 사무직 취업을 위해 파워포인트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부모의 빈자리를 대체하는 동안 쌓여버린 학습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출 심한 유니폼을 입는 직업으로 돌아간다. 립이 SAT 대리 시험으로 돈을 벌다 붙잡혀 간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같은 재능으로 꿈을 좇고 있는지 목격하는 동안, 프랭크는 그의 부재 때문에 피오나와 립이 유년시절을 갉아먹으며 메꾸고 있던 역할이 마치 엄청난 봉사인 것처럼 유세를 떤다. 립은 프랭크와 시간을 보내는 어린 데비와 칼에게 경고한다.

 

 

“얘들아, 너무 익숙해지지 마. 알겠지? 아빠가 계속 이렇게 착하게 굴진 않을 거야. 다시 술 마시기 시작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텐데 그때 너희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

 

데비

“상처?”

 

“지난 여름에 너희가 키웠던 월터라는 거북이 기억나? 걔한테 말도 걸고, 밥도 주고 어디든 데리고 다녔잖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너희는 바빠져서 어항 물도 안 갈아주고 밥도 안 줬지. 그러다 두 달 뒤에 데비 네가 수지에게 월터를 자랑하려고 거북이를 열심히 찾았는데 바짝 말라서 죽어 있었잖아. 지금은 너희가 거북이야. 아빠는 너희고. 무슨 말인지 알지?”

 

데비

“걱정하지 마 립, 나는 이해했어. 아빠가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하면 우리를 다 잃어버린다는 소리지. 괜찮아, 난 신경 안 써. 난 그냥 할 수 있을 때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

 

 

데비의 말에 놀란 립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곧 버려질 걸 알게 된다면 거북이는 불행해야 하나. 주인의 관심을 받는 동안이라도 즐길 수 없을까? 어차피 끝날 행복이라면, 아빠를 바꿀 수 없다면, 아이는 지금 화를 내기보다는 이 순간을 즐겨야 하는 걸까. 립의 얼굴에 많은 분노와 고민이 스친다. 립은 데비에게 그녀의 생각이 좋은 계획이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좋은 계획을 세운 데비의 미래는? 결국 죽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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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고 온 피오나는 해맑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프랭크의 모습을 마주한 뒤 무너진다. 자신이 갈망했던 평범한 삶으로의 시도, 모두가 쉽게 터득한다는 피피티 강의를 이해하는 것이 좌절된 순간, 좌절의 원인인 아버지가 선량한 표정으로 육아를 즐기는 광경이 잔인하다. 이제 술도 끊었으니 일할 생각은 안 드냐는 피오나의 말에 프랭크는 대답하지 않는다. 시즌 내내 프랭크의 논리는 항상 이렇다. 자신이 이래서 술을 계속 마시는 거라고, 술을 끊으면 일을 해야하므로 술을 마신다고 한다.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만, 사실 틀린 말은 없다. 그가 술을 끊고 일상을 지속하려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 생활을 원하지 않는 자에게 변화는 없다. 그리고 그의 빈자리는 계속 피오나가 채워야 한다. 그가 술을 마시던, 안 마시던 그가 최악의 아버지임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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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는 이 집에서 내 편은 하나도 없고 오직 자신만이 진흙탕을 구르고 있다는 사실에 혼자 울음을 삼킨다. 누군가는 오물을 싸고 누군가는 오물을 치워야 한다. 누군가는 거북이를 사 오고, 누군가는 거북이를 키워야 한다. 그녀는 이 사실에 화를 낼 여유가 없다. 화를 내면 치우고 키울 시간이 부족하고, 시간 내에 완수하지 못하면 이들이 죽기 때문이다. 울고 있는 피오나는 하루 종일 화를 내던 립에게 묻는다.

 

 

피오나

“넌 왜 그렇게 아빠가 못마땅해?”

 

“기억하지? 지난번에 아빠가 술을 끊었을 때, 내 리틀 야구 경기 보러 온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어. 난 2루타를 쳤고 아빠는 나를 엄청 대견하게 쳐다봤지."

 

피오나

“그때도 원래대로 X같은 생활로 돌아갈 걸 알고 있었잖아."

 

“그게 문제야. 난 그때 그걸 몰랐어.”

 

 

이미 오래전에 체념을 끝내고 아버지에게 화낼 기회조차 박탈당한 피오나는 남동생을 바라본다. 마치 립이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한 데비를 바라봤을 때처럼 바라본다. 죽임당할 예정인, 곧 잊힐 거북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모두가 나를 잊어서 바짝 말라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게 나을까. 모른 채 기다리다가 죽는 게 나을까. 작은 몸뚱어리로 어항을 넘어뜨리고 밖에 나가면, 거친 차도와 커다란 발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일단 잊혀서 죽을 바에는 탈출하는 게 나을까. 탈출한 다음에는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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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죽임을 당할지 몰랐던 만큼 아버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립은 역설적으로 아버지와 가장 닮았다. 젊은 시절 수려한 피아노 실력과 명석했던 아버지의 재능을 닮은 립은 비상한 두뇌로 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하고 후드를 탈출할 기회를 얻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습관이 관성처럼 그를 붙잡는다. 알코올 중독으로 친 사고로 퇴학을 당하고, 가족들을 돕기 위해 학교 시험을 치지 못해 낙제하는 그의 상황은 결국 프랭크와 똑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냐는 씁쓸함을 준다. 그는 마치 어항을 탈출하려는 거북이처럼 산다. 계속해서 벽을 긁고 탈출했다가 다시 어항으로 돌아온다. 돌아올 때마다 상처가 하나씩 늘어난다. 마지막 시즌에서 그는 결국 자신이 살던 동네로 돌아와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다. 자신이 시즌1, 가장 어린 시절에 받은 아버지로부터의 상처를 자기 자식에게는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꾸준히 알콜 중독자 모임에 나가고 육아에 대해 배우며 노력한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그럼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변하려고 노력했다면? 기나긴 방황의 틈새에서 서서히 굳어진 선택이기에 립은 시즌을 거듭하며 퇴보하고, 조금은 진보하며 살아남는다. 상처투성이 등딱지를 가지고.

  

다섯째 칼과 별을 보겠다며 천장을 뚫는다는 프랭크의 행동에 립과 피오나는 그를 말리려 한다. 지난번에도 술을 끊을 동안 마루 판자를 찢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피오나는 수리공 남자와 1개월을 사귀어야 했다. 똥을 싸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 어항을 사는 사람 따로 있고, 어항을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 치우지 않으면, 똥은 퍼지고 물고기는 죽는다. 치우는 사람이 변하면 모두가 죽고, 치우지 않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모두가 죽진 않는다. 오히려 변할 때가 더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데비가 외친다. “거북이를 죽여야겠어. 거북이를 죽일 시간이야.”

 

립은 묻는다. “데비, 내 이야기에서 너희가 거북이인 건 알지? 정말 괜찮겠어?

 

데비가 잠시 고민하다가 답한다. ”2주 후에 하는 것보다 지금이 덜 상처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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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데비는 오랫동안 희망 고문을 당할 바에는 지금 죽임을 당하기로 한다. 그게 자기 자신을 죽이는 선택이라는 걸 아는 듯, 모르는 듯 모호한 태도의 그녀는 자기가 거북이를 죽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프랭크의 사고방식을 자연스럽게 수용한 듯하다. 이렇게 학습한 프랭크의 삶의 태도가 이어지는 시즌에서의 그녀의 미래를 설명한다. 그녀는 커갈수록 순간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내건다. 피오나가 떠나며 남긴 돈으로 자신의 명품을 사고, 가족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에 피임 여부를 속여 첫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녀는 그 순간의 행복감을 위해 계속해서 그런 순간만을 양산해 내고, 따르는 대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을 위안한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녀의 결정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화가 나다가도 이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그녀가 학습했던 무력감을 알면 씁쓸해진다.

 

결국 데비, 립, 피오나는 힘을 합쳐 프랭크의 입에 강제로 술을 집어넣는다. 보상금을 수포로 돌려 그를 다시 일상으로 보내서 그가 변하지 않음으로써 죽지 않게 해준다. 프랭크의 음주 측정기 알림을 보고 의사들이 내기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중독자가 결국 굴레를 벗어날지 아닐지를 보며 간단히 돈을 거는 그들의 모습은 이 극을 보고 있는 우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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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술을 끊은 프랭크는 또 다른 거북이인 실라를 말려 죽이는 중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라는 광장공포증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사회보장기금을 받는 여자다. 프랭크는 그 돈을 노리고 그녀에게 기생하지만, 실라는 프랭크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녀의 독특한 성적 취향을 맞춰주던 프랭크는 맨정신이 되자 그녀를 견딜 수 없어진다. 프랭크가 사라지자, 실라는 또다시 방에 갇혀 울기 시작한다. 실라가 공포증 때문에 방치하고 있는 딸 캐런이 그녀를 위로한다. 알코올 중독자도 살아있는 이상 자기도 모르는 새에 거북이를 키운다. 그 거북이가 절망에 빠져 있는 동안 자신이 낳은 또 다른 거북이를 죽인다. 자신이 죽이고 있는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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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는 다시 술병을 쥔 프랭크와, 거실에 모여 일상을 보내는 가족들이 비친다. 거북이를 죽인 채로, 다시 수치가 무엇인지 모른 채 죽고 죽이는 관계 속으로. 버림받는 데에 익숙해지다가 죽거나, 처절하게 어항 벽을 기어오르다가 밖에서 다르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일상으로. 다시 술을 마시게 된 프랭크는 실라라는 거북이에게 돌아갈 것이다. 동시에 자식들이라는 거북이를 또 말려 죽일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아빠가 어항을 가져와서 치우지 않는 게 끔찍하게 싫었다. 녹조가 끼고, 물고기가 둥둥 떠서 죽어서 내가 화를 내면 "그게 자연이야"라고 답하는 게 무책임해서 싫었다. 데려와서 키우겠다고 해놓고 무슨 자연이냐고 반박하면,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치우라"는 말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한강에 내다 버리겠다고 하면 나는 무책임하다고 화냈다. 아빠는 물고기들도 거기서 더 자유로울 거라는 말에 데려왔으면서 무슨 말이냐고, 그럼 다 잡아먹힐 거라고 했다.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라는 게 그의 답이었다. 나는 아빠가 책임질 일을 내 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오기 탓에 그 어항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려 했다. 아무 짓도 안 하려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함으로써 나도 결국 물고기를 죽이는 데 합세했다. 나도 결국 거부했던, 거부하지 않았던 거북이를 죽였다.

 

언젠가 아빠에게 너무 화가 나서 좀 변할 생각은 없냐고 했던 적이 있다. 우리 아빠는 있는 게 훨씬 나은 아버지임에도 어떤 점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바뀌면 안 되냐며 화를 내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신도 그랬고 그건 바꿀 순 없는 것이라 말했던 게 기억난다. 우린 거북이를 죽일 수밖에 없을까? 죽이지 않으려면 열심히 똥을 치우고, 밥을 주고, 고생해야 한다. 우린 거북이처럼 죽을 수밖에 없을까? 죽지 않으려면 열심히 어항 벽을 기어오르고 나가야 한다. 나간 뒤에도 갑자기 변할 수는 없으니, 등딱지에 끊임없이 상처받으며 살아남아야 한다. 서서히 변해가며, 죽지 않기 위해, 죽이지 않기 위해.

 

 
“Go on, go, walk out the door / Turn around now / You're not welcome anymore / You're the one who tried to hurt me with goodbye / Think I'd crumble? / You think I'd lay down and die? / No, not I, I will survive / Long as I know how to love, I know I'll stay alive / I've got my life to live / And all my love to give and / I will survive / I, I, I will surv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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