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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해서 하는 이별도 있을까.
이 질문은 몇 년째 나에게 난제로 남아 있다. 사랑하는데 헤어지는 게 무슨 모순이겠냐마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너무나 사랑하지만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었다. 한때는 사랑으로 이겨내면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사랑만으로 안 되는 것도 많다는 걸 얼마 안 가 깨달았다.
그렇다고 사랑에 냉담해진 것은 아니다.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하고 살지만 길에서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영원은 만들어가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든다. 쉽지 않겠지만.

영화 <레위기>는 공포 영화인데 사랑을 말한다. 사랑하는 인물들이 나와서 사랑을 하고, 사랑 때문에 위기에 놓이고, 그럼에도 사랑을 한다.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듯 이 영화는 종교 색채가 묻어 있다. 성경은 크게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나뉘는데, 레위기는 구약성경에 해당한다. 창세기, 탈출기(출애굽기라고도 한다),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중에서 레위기다. 그리고 레위기는 율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하지 마라' 같은 규정이 담겨 있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규정은 18장 22절(너는 여자와 동침함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과 20장 13절(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그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다.
핵심 이야기는 독실한 신자인 부모를 둔, 나임과 라이언이 위 구절을 어기면서 시작한다. 나임은 엄마와 단둘이 사는데 엄마가 종교에 열성적이고, 라이언은 아버지가 목사님이다. 두 사람은 둘 다 남자로 성별이 같지만 서로를 사랑해 마음을 나눈다.
그러던 나임은 라이언이 다른 남자(헌터)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고, 질투심을 느껴 그 사실을 라이언의 부모님께 알린다. 이에 라이언의 부모는 어느 사제를 불러다 구원 의식을 치룬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허공을 보고 말을 하는가 하면, 라이언은 니암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니암은 두 사람의 달라진 모습, 자신과 라이언의 관계를 어른에게 털어놓는다. 그 어른은 이를 니암의 엄마에게 말하고, 니암도 그들이 치룬 의식이자 저주의 당사자가 된다.
니암은 알게 된다. 그들이 왜 그런 이상한 모습을 보였는지.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 괴물을 만나왔던 것이다. 단순 찾아오는 게 아니다. 그 괴물은 공격하며 '피'를 보게 만들고 죽이려 들기까지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담백했다. 그런데 니암과 라이언의 관계를 풀어가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두 사람은 자신들과 같은 의식을 치른 인물 '제시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들에게 떨어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후 갈등을 겪기는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함께하기로 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제시카의 경고가 중요하다. 그는 이들을 찾아오는 괴물이 점점 강해질 것이니 서로 멀어져야 한다고 한다. 서로의 모습으로 나타나 목숨을 위협하는데, 그걸 피하려면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레위기에 따르면 이들의 사랑은 '죄'였고, 그에 대한 대가는 '죽음'이었다. 살고 싶거나 상대를 살리고 싶다면 헤어져야 마땅했다.

그런데 이들의 저주에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괴물은 혼자 있을 때만 등장한다는 점이다. 다른 누군가와 같이 있어도 나타나지 않지만 둘이 함께 있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애초에 함께 있는다면 괴물이 나타난다 해도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두 사람은 그걸 깨닫는다.
이 깨달음이 교리와 어른들이 규정한 죄를 깨부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해서 저주를 받았는데 그것을 다시 사랑으로써 이겨내고 있지 않은가. 계속해서 상대를 죽이려드는 괴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멀어지겠다는 작심이 슬픈 사랑이었다면, 이 사랑은 저주를 함께 이겨내겠다는 강한 사랑 같다.
그렇다면 내가 처음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사랑해서 하는 이별도 있을까.
이 영화 한 편으로 그 질문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다만 (영화 내부 서사에선) 사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공포 영화답게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고, 긴장하게 되는 순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로맨스를 벗어나지 않아 공포가 애달픔으로 치환되기도 하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두 인물이 저주를 받은 상황에서도, 라이언이라는 인물이 니암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내뱉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무엇인지 말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