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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두려움이 사랑을 가르칠 수는 없으므로 - 레위기 [영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로 찾아온 공포, 그럼에도 계속되는 사랑

by 채수빈 에디터
2026.10.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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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는

      영화 <레위기>의

      중요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 이 기묘한 설정이 <레위기>를 보고 싶었던 이유다. 어딘가 슬픔이 가득한 포스터에도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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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제목 '레위기'는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할 제사 의식과 생활윤리 등을 담은 구약성경의 책이다. 레위기는 무엇이 정결하고 부정한지,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금지되는지를 분명히 규정한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규정하는 종교적 금기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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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사망 이후, 나임은 보수적이고 기독교적인 시골 마을로 어머니와 함께 이사한다. 나임은 동급생 라이언에게 이끌리고, 두 소년은 몰래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라이언이 다른 소년과 함께 있는 것을 본 나임은 질투와 혼란에 휩싸여 그 둘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만다. 보수적인 마을 어른들은 구원 치료사를 불러 동성애 성향을 퇴치하는 기괴한 종교 의식을 치른다.


      이 의식 이후 라이언 앞에 나타나는 것은 나임의 모습을 한 괴물이다. 곧 나임에게도 나타날 이 악령은, 그 사람이 가장 열망하고 갈망하는 대상으로 나타난다. 소년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바로 그 모습으로부터 달아나야 한다.

       

      두 소년은 진짜 상대와 악령을 구분하기 어려운 공포 속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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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괴물의 규칙이다.

       

      괴물은 혼자 있을 때만, 그리고 갈망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소년들은 자신이 겪는 일을 온전히 설명하거나 증명하기도 어렵다. 혼자 있을 때만 다가오는 그 악령의 정체는 무엇일까. 소년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환영일까, 아니면 그 사랑을 죄악이라 말하는 공동체가 실제로 창조해낸 괴물일까.

       

      그 기원이 무엇이든, 그것이 나타난 계기는 강제로 행해진 퇴마 의식이었다. 괴물은 심리적 고립감 자체를 상징한다. 고립감의 탈출구 없는 공포를, 호러 장르로 비틀어 탁월하게 연출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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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괴물만큼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디서 왔을지 모르는 구원 치료사들, 그리고 주인공의 냉랭한 어머니다. 그녀는 아들이 고통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고통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데, 두려움만이 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라면 고통을 주는 일을 감수하겠다는 맹목적인 확신이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괴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함께 있는 시간이다. 괴물은 결국 혼자 있을 때만 소년들을 덮쳐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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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소년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거라고 상대를 원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서로를 죄의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번져나가는 감정은 공포가 아닌 사랑이다. <레위기>가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되는 이유다.


      이외에도 영화 속 호러적인 장면들을 그로테스크한 미학으로 만드는 것에 일조하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호주의 한적한 전원 풍경과 낮에서 밤으로 저물어가는 푸른 하늘, 몽환적인 빛과 색채는 두 소년이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행복이 어떤지 말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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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두 소년의 얼굴이 나타날 때마다 의심을 품게 된다. 누구 한 명은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두 소년은 끝내 상대를 다시 만났고, 계속 함께 있음으로써 자유를 찾는다. 두려움은 인간에게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는 가르칠 수 있을지언정,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까지 가르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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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를 보고 나면 때때로 이상한 개운함이 남는다. 두려움의 정체를 마주하고, 어떤 식으로든 그것과 결말을 맺기 때문일까.

       

      <레위기>의 모호한 결말은 현실적이면서 희망차다. 나임은 자신을 벌하려 했던 불을 스스로 움켜쥐고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에게 맞선다. 그는 더 이상 공포로부터 달아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여전히 괴물이 보인다. 그가 느꼈던 두려움, 지금까지 겪었던 공포와 상처가 즉시 사라지지는 않은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두 소년의 앞날을 명확하게 보장하지 않지만, 영화가 분명히 말하고자 하는 것은 괴물의 완전한 소멸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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