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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신념이라는 이름의 뒤틀린 시선 - 레위기 [영화]

사랑을 죄로 규정하는 세계의 공포

by 이상아 에디터
2026.10.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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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미움 섞인 시선은 어떤 공포로 다가올까. 익숙한 얼굴과 다정한 시선으로 다가오던 존재가 돌연 폭력을 행사한다면, 우리는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연인을 바라볼 수 있을까.

       

      영화 <레위기>는 사랑과 공포라는 상반된 감정을 '나'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가장 내밀한 욕망과 그를 바라보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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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0월 21일 개봉 예정인 영화 <레위기>는 호주 출신 '아드리안 키아렐라'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작품상 및 관객상을 수상하여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레위기'는 구약성경에서 종교적 규율과 정결, 금기를 다루는 책으로 동성 간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구절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중심에 놓인 종교적 신념을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마을로 이주한 '나임'은 그곳에서 '라이언'을 만나 서로에게 끌린다. 그러나 마을의 중심인 종교 단체가 동성애에 대한 감정을 죄악으로 규정하여 교정을 명목으로 나임을 비롯한 동성애자들에게 의식을 강요한다. 이후 이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욕망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에게 쫓기게 되며 마을에는 혼란이 찾아오게 된다.

       

       

       

      신념이 만들어낸 공포


       

      종교는 인간에게 삶의 방향과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곤 한다. 누군가에게 신앙은 위안이자 구원의 기회이지만, 그 믿음이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되는 순간 타인의 삶에 대한 억압 도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레위기> 속 공동체는 바로 이런 신념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그들의 사랑의 영역에 동성애는 포함되지 않았고, 개인의 정체성이나 사랑의 방식이 아닌 교정해야 할 뒤틀려진 죄악으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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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의 시선이 끊임없이 죄라고 규정하는 감정은 결국 개인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사랑이 잘못된 것이라고 학습되기 시작한 사람은 자기 자신의 욕망에 대한 의심의 싹을 틔우게 된다.

       

      영화 속 괴물은 개인의 욕망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시각화한 존재로 등장한다. 나임과 라이언에게 상대방은 사랑하는 사람이자 자신의 욕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존재가 된 것이다. 괴물처럼 느껴지는 또 다른 자신이 살의를 갖고 공격한다는 이 영화의 설정은 결국 자신의 욕망이 상대방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형상화하고 있는 듯 하다.


      사랑과 폭력을 결합해 친밀함이 위협으로 바뀌는 순간을 한 끗 차이로 연출한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극단적인 상황이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적 몰입으로 이어지진 않아 아쉽게 느껴진다.

       

      폭력적인 이미지로 불안함과 공포를 강조하지만 사랑이 두려움으로 변하는 심리적 과정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할애하고 괴물의 등장이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긴장감을 형성하기보다 영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려 애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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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적 신념의 억압이 개인의 정체성과 욕망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왜곡된 감정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되지는 않고 있다. 공포의 의미는 분명하지만 공포의 감각은 희미하게 느껴진다.

        

       

       

      심판자의 폭력성


       

      나임과 라이언은 사랑하는 서로의 모습이 괴물이 되어 점점 잔인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게 되지만, 사실 영화에서 가장 기괴하게 다가오는 존재는 초자연적 괴물보다 종교적 신념으로 결속된 공동체이다. 자신의 믿음으로 결속된 질서 안에서 그들은 타인을 심판하는 행위조차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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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나임’의 어머니 ‘알린’은 이러한 공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남편을 잃은 뒤 마을로 이사한 그녀에게 신앙은 상실을 견디기 위한 절대적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종교적 집단에 소속감이 커질수록 아들과의 유대관계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흐릿해진 믿음은 아들의 정체성과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되고 나임 또한 그를 의식해 자신을 보호해 줄 어머니라는 존재에게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두렵게만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에 가장 믿음을 받고 싶은 부모의 시선이 심판자로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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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린의 선택과 태도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그녀가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아들이 고통받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했는가 하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공동체가 지닌 기괴함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은 배경으로 작용 될 뿐 초자연적인 위협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흘러간다. 괴물의 잔혹성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동안 정작 그 괴물을 만들어낸 인간의 심리는 평면적인 모습에서 머무른다.

       

      나임과 알린 사이에도 모성이라는 사랑이 존재하기에 나임의 혼란스러움과 알린의 내면을 조금 더 연출적으로 깊이 보여주었다면 종교적 신념이 인간의 윤리적 판단을 잠식하는 과정에서 더욱 입체적이고 강렬한 공포로 다가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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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위기>는 사랑이 공포로 변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지만, 진정한 공포는 그 사랑을 죄로 규정하는 세계에 있다. 신념으로 두텁게 쌓인 기괴한 공동체라는 벽 안에서 고통받으며 사지가 비틀리는 인간의 모습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공포보다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나임과 라이언에게 정화의 의식을 행하려 둘러싸여 있던 신도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서 진정한 공포와 비극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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