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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좀비보다 무서운 건 사람 - 파라노만 [영화]

두려움을 결국 잠재우는 다정함

by 채수빈 에디터
2026.08.21 15:41

공포영화의 매력은 롤러코스터 같은 짜릿함에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에 있다. 유령, 좀비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다. 영화 <파라노만>은 이 지점에 착안한다. 이 영화에는 유령, 좀비, 마녀가 등장하지만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사로잡혀 광기 어린 눈을 한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공포스럽게 그려진다.


미국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 블라이스 할로우에 사는 '노먼'은 이승을 떠도는 망령들을 볼 수 있고, 심지어 그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소년이다. 노먼에게 유령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소파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 TV를 보고, 길에서 마주치는 유령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넨다. 오히려 그에게 서먹한 건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아빠와 누나는 노먼을 다그칠 뿐이며 동급생들은 노먼을 괴짜라고 놀리며 괴롭힌다. 한편 노먼이 사는 블라이스 할로우에는 유명한 마녀의 전설이 떠돈다. 노먼은 곧 300년 전 마녀로 몰려 교수형을 당한 마녀의 영혼이 자신을 처형했던 청교도들을 좀비로 되살릴 것이며, 자신만이 이 저주를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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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만>은 미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청교도와 마녀재판의 역사를 이야기의 중심에 가져온다. 영화 속 마을 사람들이 수백 년 동안 '마녀'라고 불러온 존재는 사실 괴물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가사'였고, 노먼처럼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소녀였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아이를 두려워했고, 결국 마녀라고 규정한 뒤 처형했다. 300년 전 아가사에게 일어났던 일은 규모만 작아졌을 뿐, 현재의 노먼에게도 반복되고 있었다.


다만 영화는 노먼과 아가사의 모습에서 교훈을 찾아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의 매력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되살아난 청교도들이 좀비의 모습으로 마을에 나타나자 이들 역시 마녀사냥을 당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좀비가 나타나자 공포에 질려 몽둥이와 총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다. 정작 좀비들은 노먼을 해치러 온 존재가 아니라, 300년 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저주를 끝내달라고 찾아온 영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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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좀비들이 사람들에게 맥을 못 추고 공격당하는 장면은 가장 웃기지만 동시에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300년 전 청교도들이 좀비가 되어 현대에 되살아난 뒤 거리의 선정적인 광고들을 보고 경악하는 장면은 세련된 유머 감각을 자랑한다. 반면 공포에 사로잡힌 평범한 사람들은 폭도로 변해 겁에 질린 좀비들을 더욱 위협한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으며, 관객들은 좀비들의 죄책감에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장면이다.


또한 이러한 구조 덕분에 <파라노만>의 결말은 다정하다. 노먼은 정말로 마녀처럼 폭주하고 있던 아가사와 정면 대결하는 대신, 가만히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영화의 제목 <파라노만>은 '초자연적인'을 뜻하는 'paranormal'과 주인공 노먼의 이름을 합친 말이다. 'para'는 '~를 넘어, 초월하여'라는 뜻의 접두사인데, 결국 노먼이 자신을 넘어서 다른 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공감은 단순히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는 착한 결론이 아니라, 두려움이 어떻게 배척과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충분히 보여준 끝에 영화가 내놓는 단단한 해결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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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화의 신선한 메시지와 유머감각과는 별개로, 나는 주인공 노먼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물론 내가 노먼과 같은 나이대의 어린이였다면 그의 운명에 강하게 몰입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게 노먼은 모험의 주인공이라기보다도 이 세계를 해설하는 안내자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이 모험을 겪기 전과 후에 노먼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상대적으로 희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스크린에 계속 나오길 기대했던 캐릭터는 노먼의 통통하고 귀여운 친구 닐이다. 수다쟁이 누나 코트니, 닐의 우락부락하지만 의외로 유순한 형 미치, 허세 가득한 불량소년 앨빈까지 조연 캐릭터들의 매력이 강력하다.


<파라노만>은 <코렐라인>을 만든 라이카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과 독창적인 캐릭터 디자인만 보아도 라이카 스튜디오의 영화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라이카 스튜디오의 가장 인상적인 시그니처는 바로 '아이의 악몽'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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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만>에는 죽음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노먼은 죽은 사람들을 보고,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며, 아가사는 어른들의 공포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분노와 복수, 집단 광기와 고립 같은 문제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카 스튜디오는 이런 것들을 굳이 아이들에게 감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아이들이야말로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라이카 스튜디오가 만드는 '아이의 악몽'은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악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지 않기 때문일 테다. 그 대신 아이에게 이 꿈속에서 빠져나올 힘이 있다고 믿어준다. <파라노만>도 마찬가지로 꾸밈없이 세상을 말하며, 더불어 공포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공포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다정한 <파라노만>의 악몽에 기꺼이 빠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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