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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옵세션은 사랑 영화가 맞다 [영화]

베어는 'OOOO OO OO'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by 이지연 에디터
2026.10.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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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오피니언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옵세션

      Obsession

      2026. 09. 02.


       

      팝콘을 사면서는 집착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상영관을 나오면서는 이건 절대로 사랑일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옵세션(Obsession)은 나름대로 사랑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 아름다운 사랑은 아닐지라도.

       

       

       

      자수정 대신 원 위시 윌로우


       

      고백 멘트를 준비했다. 친구들에게 피드백도 받았다. 적당한 타이밍도 골랐다. 폭풍전야의 상황에서 고백 상대인 니키의 전화가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은 베어는 그녀가 아끼는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니키와 어울릴 만한 자수정 목걸이. 고백하며 건넬 선물로 딱이었다.

       

      하지만 골동품 상점에 간 베어는 목걸이가 아닌 웬 버드나무 가지를 사 온다.

       

       


       

      When you hear the magical jingle—

      Just make a wish and snap the willow,

      the One Wish Willow.

       

      마법 같은 징글 소리가 들릴 때—

      그저 소원을 빌고 버드나무 가지를 꺾으세요,

      '원 위시 윌로우'를요.

       

       

      당연히 선물용은 아니었다. 베어는 중요한 시점에 니키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함을 달래줄 장난감을 샀다. 어쩌면 이때부터 영화의 흐름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고백


       

      결국은 실패했다. 좋은 타이밍이 있었는데도 눈앞에서 놓쳐버렸다. 니키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냐는 질문까지 들었는데도 고백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때의 베어를 이해한다. 아무리 봐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니 마음 다 알고 있으니 지금 얘기해. 제대로 선 그을 수 있게' 하는 속마음이 느껴졌다. 니키의 말투와 눈빛, 표정이 전부 그랬다.

       

      물론 거절이 두려워서 적당한 기회를 놓친 것도 사실이다. 그녀가 떠나자 베어는 한숨을 내쉬며 자책하다가 일전에 샀던 '원 위시 윌로우'를 떠올린다. 별생각 없이 버드나무 가지를 부러트리며 소원을 빈다.


       

      니키 프리먼이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 주길 원해

       

       

      그 순간, 공간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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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전까지만 해도 베어의 말실수에 불쾌함을 표하고, 헤어짐을 전혀 아쉬워하지 않던 니키가 멈춰 섰다. 조수석으로 돌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빠가 큰 병에 걸렸거든. 불안해서 혼자 있기 힘들 것 같아. 오늘 밤에 같이 있어 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함께 요리를 해서 나눠 먹고, 퇴근 후에 서로 기대서 영화를 보고, 기타를 치며 웃기도 한다. 그런 사소한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했기 때문이었을까. 베어는 이상한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너희는 서로를 이용하는 것 같아



      네가 니키를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 오래 알아 왔던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이안은 니키가 비정상적이고 취약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녀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했고,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마약에도 손을 댔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이안이 가진 불순한 의도와는 별개로.

       

      마찬가지로 그들과 겹지인인 세라는 니키가 베어를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이쪽도 순수한 걱정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논외로 두자. 세라는 그녀가 베어를 남동생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가족이라는 비유까지 들며 선을 긋더니, 지금은 베어가 없으면 죽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두 사람 모두 갑자기 불같은 사랑에 빠진 니키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베어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가 하루아침에 너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한다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뭔가 이상하다


       

      처음에는 베어가 니키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고양이 샌드위치를 모른 척 할때도, 덕트 테이프가 붙은 현관문을 문제 삼지 않을 때도. 심지어 니키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지적받았을 때도, 오히려 친구가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객센터와의 통화가 시작이었다. 니키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베어는 〈원 위시 윌로우〉의 제조사로 전화를 건다. 상담원은 지나치게 태연했다. 소원은 취소나 변경이 불가하고, 되돌리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죽는 거예요. 니키의 사랑이 진짜냐고요? 직접 대화해 보시겠어요?

       

      곧이어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기괴한 비명에서 극심한 공포를 느낀 베어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니키'가 있는 곳으로.


      이 순간부터는 '몰랐다'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베어는 어딘가에서 진짜 니키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베어가 정말로 사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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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늦은 새벽에 세라에게서 연락이 온다. 너에게 할 말이 있으니 잠깐만 나와 달라고. 베어는 처음에는 거절하다가도 니키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일어난다. 눈치를 보며 방문 앞까지 나섰는데...

       

      별안간 침대에서 말을 걸어 왔다. 놀라서 얼어붙은 베어에게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부탁을 한다.


       

      그 애는 지금 잠들었어.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날 죽여줘, 제발.

       

       

      니키는 정신적으로 이미 수백 번도 더 죽었다. 다만 몸을 빼앗겨서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지칠 대로 지친 사람에게 베어는 최악의 대답을 한다.


       

      나와 함께인 게 뭐가 그렇게 싫어?

       

       

      이 대사 하나로 영화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집힌다. 베어는 상대방이 겪는 끔찍한 고통보다 본인이 더 중요했다. 생각해보면 그는 처음부터 목걸이가 아닌 나뭇가지를 샀었던 인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 사랑 영화가 맞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분명히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어는 '사랑받고 있는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래서 대체재가 나타나자마자 마음이 기우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 때문에 미쳐버린 니키를 버려두고 세라를 만나러 나간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

       

      세라는 조수석에 탄 베어에게 네 여자친구가 이상하다고 험담한다. 너에게는 조금 더 편안한 사람이 어울린다며 다정하게 바라보기까지 한다. 내내 죄책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베어는 그 순간 숨통이 트였을지도 모른다. 차 안에서는 로맨틱한 음악과 함께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니키가 벽돌을 들고 달려오지 않았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을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불건강한 자기애는 파괴적이다


       

      베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했다. 그런 베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태생이 나약하며 오래 외로웠던 사람에게 책임감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다리가 없는 사람에게 질주하라고 강요할 수 없듯이.

       

      하지만 동시에 연민이 생기지도 않는다. 유약하고 외로운 사람이 모두 베어처럼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두둔하는 것은, 비슷한 상황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매번 최악의 선택을 하는 베어를 보며 그저 유감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남은 것은 분노도, 동정도 아닌 경계였다. 베어 같은 인간을 지인으로 두고 싶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너무 소중해서 주변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 끝내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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