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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우리는 여전히 결핍을 사랑한다

딸깍이 아닌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똑똑’

by 백승원 에디터
2026.10.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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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와 다르게 실수가 많은 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보이지도 않는 돌부리에 걸려 민망할 정도로 ‘꽈당’ 넘어지곤 한다. 아이러니한 건 성향적으로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조차 실수가 넘쳐나는 탓에 터득한 생존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사랑받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순간, 꽤 자주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결핍은 도리어 사랑을 부추기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이는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다. ‘딸깍’ 한 번으로 글이 완성되는 시대에 여전히 글을 쓸 이유가 있다면, 그건 우리가 여전히 결핍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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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새의 미학


       

      언젠가 AI가 인간보다 100% 확실히 더 뛰어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인간은 대체될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수동적인 배제다. 글쓰기라는 행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에디터로서 글을 기고하며 AI의 손을 자주 빌렸다. 에디터 활동 초기에는 매주 한 편씩 써야 했고, 아이디어 발상부터 완고까지 주어진 시간이 꽤 촉박했다. 글의 검토나 보완을 AI에게 맡김으로써 그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AI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 특유의 미끄덩한 표현과 문체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버튼 하나로 ‘뚝딱’ 만들어진 정갈한 글보다, 백스페이스를 더 많이 누른 퇴고를 한참 거쳐야 하는 러프한 글에 더 정이 간다. 이게 글쓴이임과 동시에 ‘제1독자’로서 느끼는 솔직한 감상이다.

       

      때로는 '완벽하지 않음' 자체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최근 흥행한 영화들을 돌아보면 늘 크고 작은 논란이 일었다. 예컨대 영화 ‘호프(HOPE)’의 경우가 그러했다. 평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은 영화가 남긴 여운과 허점에 웅성거렸다. 만약 그 영화가 아무런 긁어부스럼 없는 매끄럽게 사포질된 작품이었다면 그 시간이 이토록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비집고 들어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틈새'야말로 이야기에 꼭 필요한 요소다.

       

       

       

      독자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쓴 글이든 AI가 쓴 글이든, 글을 읽는 최종 독자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독자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게 최고인 글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사소한 오타나 미완성이 인간미로 받아들여지는 글이 있다.

       

      정보 전달이나 데이터 정리가 핵심인 보고서나 안내문은 AI에게 맡기면 된다. 독자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정확도가 중요한 글은 기술의 힘을 빌리고, 우리는 그 절약된 시간으로 재미있는 글을 읽고 쓰면 된다. 교열할 곳을 제보하고, 수정테이프로 고쳐 써봐도 좋다. 이전에 비슷한 실수를 했던 일을 떠올리며 웃어넘기거나, 글이 주는 몰입감 덕분에 작은 실수가 있는지조차 모른 채 빠져들면 된다.

       

      AI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보조하고 효율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 역시 ‘아직은’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앞으로도 도구로 기능해야 하며 그래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시간과 자원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으니, 인간은 비워진 시간 동안 ‘무엇을 위해 쓰는가’라는 목적과 본질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면 된다. 무엇이 더 가치 있고 좋은 글인지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인간은 게으르다. 뇌과학과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최소한의 에너지로 사고하려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 부를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글쓰기라는 영역에서 게으름은 오히려 미덕이 되기도 한다. 일부러 돌아가는 길에 더 좋은 글감과 표현을 찾게 된다. 원고를 목 빠지게 기다릴 편집자와 출판사에는 조금 미안한 일일 테지만, 작은 미안함 하나 없이 살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노벨문학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릴 적에는 막연히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잘못된 표현이다. 노벨문학상은 특정 단편이나 단권의 책이 아닌, 한 '작가'의 생애 전체에 걸친 문학적 업적과 세계관에 수여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깊이와 완숙미가 절정에 달했을 때 수여되기에, 역대 수상자들의 연령은 대부분 60~70대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에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어, 50대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평생의 업적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얼마 전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앤 카슨만 해도 올해로 76세다. 더 말을 얹기보다, 앤 카슨의 문장으로 이 글의 마침표로 찍음이 더 나을 듯 하다.


       

      우리가 읽고 쓰는 말은 결코 우리의 뜻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결코 우리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일 수 없다. 두 개의 상징은 완벽하게 포개지지 않는다. 에로스는 바로 그 사이에 존재한다.

       

      앤 카슨(Anne Carson), 『Eros the Bittersweet』

       

       

      완벽하게 포개지지 않는 언어와 삶의 '사이',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에로스가 우리가 글을 읽고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글은 축적된 삶의 흔적이자, 미안함의 연속이다. 또한 끝내 채워질 수 없는 결핍으로 세상을 두드리는 행위다. 마음의 문을 여는 건 그런 솔직한 울림이다. ‘딸깍’ 한 번으로 글이 완성되는 AI 시대에 우리가 여전히 서툴게 글을 쓰는 이유는 ‘완벽하지 않은 결핍’을 사랑하고 갈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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