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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AI 시대에도 글을 쓰는 이유 - 모든 문장은 삶에서 시작된다

AI가 글쓰기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by 최수경 에디터
2026.10.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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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글을 쓰는 일의 상당 부분을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다. 키워드만 줘도 문장이 뚝딱 나오는 데다가, 엉성하게 적은 초안을 건네면 순식간에 꽤나 있어 보이는 결과물을 가져다 준다. 내가 한 시간을 붙잡고 고민할 글을 AI는 몇 초 만에 만들어낸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레 하나의 질문에 도착한다. AI가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시대에, 우리는 왜 계속 글을 써야 할까?

       

      나는 매일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고, 블로그에는 여행기를 기록한다. 생일마다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가족과 친구를 위한 엽서를 구해 글을 쓴다.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곤란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하루는 굳이 정리하지 않은채 흘려보내도 되고, 안부는 메신저로 주고 받으면 충분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글을 쓴다. 스스로 까닭을 묻지 않을 만큼 당연한 일이 되어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이어온 글쓰기가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되짚어보기로 했다. 그 끝에 다다르면 AI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글을 쓰는 이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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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일상에 가장 스며들어 있는 글쓰기는 일기다. 대단한 일이 없는 날에도 하루를 돌아보며 매일 몇 줄씩 끄적이는 것이 습관이다. 이때 오늘 무엇을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기록하기도 하지만, 그날의 감정이나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을 휘저으며 적어내리는 날이 더 많다. 신기한 것은 쓰기 전까지는 나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던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두서없이 글을 적다 보면 오늘의 감정이 어떤 상황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고, 비슷한 감정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무엇에 유독 취약한 사람인지 깨닫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순간에 자주 기뻐하고 행복해하는지도 알게 된다.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가는 셈이다.

       

      요즘에는 AI와 대화하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혼자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낯선 사람에게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지만, 그런 도움을 몇 번 받아봤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마음을 직접 문장으로 옮겨보기를 권하고 싶다.

       

      자신의 언어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누군가 대신 해석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힘이 조금씩 생겨난다. 처음부터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괜찮다. 떠오르는 마음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막연했던 감정에 이름이 붙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생각이 문장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완성도 높은 글을 남기느냐가 아니라, 쓰는 동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 있기에.

       

       

       

      이름 모를 누군가와 연결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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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째 운영 중인 블로그에는 주로 국내외 여행기를 연재하지만, 매달 나의 일상도 함께 기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행에서 만난 즐거운 순간뿐 아니라 삶에서 힘든 시기를 지나온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글에 담게 되었다. 길어지는 취업 준비로 무기력했던 날들부터 질환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 느꼈던 두려움까지.

       

      물론 이런 이야기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꺼내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의 약한 모습을 너무 많이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솔직하게 털어놓은 마음이 타인의 시선 속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댓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시간을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이도 있었고, 자신만 힘든 줄 알았는데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난 것 같다며 함께 잘 버텨보자고 마음을 건네는 이도 있었다. 숨기고 싶었던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놓았을 때, 오히려 그 솔직함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과 깊게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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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면 우리는 글을 읽을 때 항상 ‘정답’을 얻으려 하진 않는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문장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누군가 먼저 꺼내놓은 경험 속에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순간에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작은 위안을 얻는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AI는 개개인의 경험을 매끄러운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그 문장의 출발점이 되는 삶을 직접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다. 내 블로그에 기록해온 이야기들 역시 그렇다. 한달 동안 배낭 여행을 한 일, 북유럽에 살며 낯선 환경에 부딪쳤던 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며 새로운 방향에 뛰어든 일까지 모두 내가 직접 지나온 시간에서 시작되었다.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한 사람이 살아낸 경험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이야기는 충분히 고유하고 귀하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혼자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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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그 답은 문장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생각과 마음이 시작되는 곳에 있다.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누구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지, 어떤 경험을 세상에 꺼내놓고 싶은지를 선택하는 일은 결국 나에게서 시작된다.

       

      앞으로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문장을 직접 쓰게 될 것이다. 업무 메일도, 보고서도, 자기소개서도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은 몇 번의 수정만 거쳐 완성하는 일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더 빠르고 정확한 문장을 만드는 일은 기술의 몫이 되어간다.

       

      그렇지만 나는 내일도 일기를 쓸 것이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블로그에 끄적이고, 선물 꾸러미 사이에 편지를 끼워 건넬 것이다.

       

      AI가 아무리 많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오더라도, 내가 살아낸 하루와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마음까지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써야 할 문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는 그 문장들을 오래도록 내 손으로 써 내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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