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시작이 반이라는데 그 시작이 어려울 때

글을 시작하기 위한 노하우
글 입력 2024.02.17 12:3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athlete-1840437_1280.jpg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지금뿐만 아니라 몇 년 뒤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눈 감고도 상상할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보자면,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번듯한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게 곧 글쓰기가 즐겁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무언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글을 완성하더라도, 내가 느끼기에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것 같은 때도 있다. 무언가 하나를 끝냈다는 뿌듯함은 있어도, 반쪽짜리 성취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뭔가 해야 나 스스로도 내 글이 잘났는지 못났는지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쨌든 쓰는' 일은 중요하다. 또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하나라도 더 써야 숨은 애독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힘을 낼 수 있도록, 내 경험을 나누고 싶다.

 

 

 

눈 돌리기


 

첫 번째 방법은 '눈 돌리기'다. 간단히 말해 그냥 쓰지 않는 것이다.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글을 쓰지 말하는 말을 드리게 된 것이 죄송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안 써질 때는 뭘 어떻게 해도 쓰기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지기 이전에 나 자신이 만족하는 글을 쓰는 게 우선인데, 본인이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그럴 때 나는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노트도, 노트북도, 스마트폰도 내려놓고 떠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산책이다. 사실 그러다 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그 마음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들 때마다, 역시 나는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너무 글쓰기에만 치중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이다. 한 2년간 개인적인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내 노트북은 완성되지 못한 글이 쓰여진 한글 파일들로 가득했다. 용도 없이 방치된 것들을 마주하기 싫어 점차 글과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요리였다. 나는 글을 쓰는 대신 새우를 넣은 볶음 우동을 만들거나 쿠키를 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요리를 하는 중 느꼈다. 요리와 글쓰기라는 행위의 형태는 서로 다를지언정, 무언가 만들어낸다는 것은 같다는 것을. 정말 별 것 아닌 깨달음이었지만, 어쨌든 뭔가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둘은 같았다. 그렇기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그 뒤로부터 한참 지난 일이었지만 이것은 내게 꼭 필요했던 깨달음이었다.

  

나처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끔은 글쓰기가 1순위가 아니여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언제든지 새로운 행위로 눈을 돌려도 좋다는 사실도. 어차피 글쓰기 소재는 무한하다. 오히려 새로운 만남이 글을 쓸 원동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글 '낙서'하기



그림도 아니고, 글로 낙서를 한다는 것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밑그림, 선 따기, 채색 등의 과정을 거치는 그림과 달리, 글은 쓰는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일까, 어쩐지 글을 쓰게 되면 그것은 시작부터 완성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문장마다 100%의 완성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과한 생각이었다. 좋은 글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뭐든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뭐든 쓰는 것에서 만들어졌다. 생각하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아무거나 써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무엇이든 좋다. 좋아하는 책이나 가사를 필사하거나, 지금 드는 내 생각이나 느끼는 감정을 써도 좋다. 심지어는 자판키를 아무렇게나 누르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어떻게 쓰든, 나의 손과 눈을 글 앞에 붙들어 놓기만 하면 거의 다 온 것 아닐까. 고지가 멀지 않았다.

 

 

 

안세림.jpg

 

 

[안세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