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자에게 병주고 약주는 에세이 - 탁월한 사유의 시선 [도서/문학]

나는 철학이 항상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 입력 2024.04.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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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의 저자는 끊임없이 장르의 창조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 장르의 창조는 선진국으로 가는 열쇠를 지어준다는 문구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철학적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사실 철학을 엄청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미있다. 나는 내가 우호하지 않는 것들에서 오는 새로움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책을 읽기 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 내용 하나하나를 다 따지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그 시간 속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싸우면 어쩌지하는 것들을 말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전자와 후자, 그 어느 것도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독자의 말에 반박하느라 에세이도 늦게 제출하게 되었고, 책도 평소보다 읽는 시간을 더 많이 투자했다. (에세이를 늦게 쓴 부분은 후회하여도, 독서의 시간이 길어진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생각들을 가공하면서, 저자가 지속해서 말하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화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객관적으로 국내의 사회구조를 파악하는 대목에서는 자로 잰듯 정확한 시선을 부여해 한편으로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나에게 쓸쓸함을 남겼던, 그리고 분노를 일으켰던 대목 두 가지를 이번 에세이에 녹여내 보고자 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휴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공감이라는 감정을 담게 해준 대목이다. 높은 문화의 힘, 누군가는 과소평가 할 지 몰라도 나는 극구 찬성이다. 문화는 현실을 챙긴 이후에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투두 리스트다. 단순히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문화 향유를 연기한다면 내 사유의 폭은 점점 더 줄어들고, 저자가 말하는 장르의 창조를 조성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제일 중요한 높은 시선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고등학교 때, 독서를 미치도록 하지 않았다. 단순히 생기부를 채우기 위한 독서를 해서일까. 그래서 수행평가를 할 때나, 창작 활동을 할 때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딜레마 현상을 겪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현상을 대학교 1-2학년 때까지 이어져 내 지성적인 측면에서의 슬럼프가 오기도 했었다.


그 당시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활동은 미술과 문학이다. 즉 인문학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미술을 감상하며 내 소신을 그려보고, 문학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이 덕분에 내 스스로가 선도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누군가를 이끌고 싶다는 욕망 또한 가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해당 책의 저자가 말한 선도력 얻기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 화를 불러 일으킨 대목도 있었다.

 

“하지만 철학을 공부하는 일은 누군가의 전도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탈레스나 베이컨의 예에서 보았듯이 철학자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정해진 것들과 결별하는 독립적인 자세가 있어야 한다.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일이고, 문명의 깃발이 되는 일이고, 인간에게 새 빛을 끌어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NEW”라는 의미에 집중해서일까. 나는 철학이 항상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에서 철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간에게 부담감을 주어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들었달까?


우리의 높은 사유의 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확실하다. 그러나 기존의 정해진 것들로부터 아예 결별한다면, 인간의 기존 사고 구조에 대한 이해력이나 관성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철학자의 소임이라고는 하나, 우리가 그 철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고 배우기만 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나슈 초콜릿이 만들어진 것도 실수로 만들어졌다. 사실 실수라는 단어보다 우연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지도! 기존에 있던 카카오와 우유가 합쳐진 가나슈는 보조 요리사가 카카오에 우유를 쏟아 만들어진 재미있는 친구이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해도 분명히 좋은 문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방 또한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애정하게 되면 모방하게 된다. 좋은 점을 닮으려고 하고, 싫은 점은 배우지 않으려고 한다. 내 삶의 방향성, 즉 선진국으로서의 방향성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레퍼런스”도 중요하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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