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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도피가 아닌 선택으로 이룬 삶의 얼굴을 기약하며. - 싱 스트리트(2016), 원스(2007) [문화 전반]

더블린에서 런던까지, 사랑과 음악으로 삶을 건너다

by 신지원 에디터
2026.08.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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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스트리트 Sing Street>(2026, 재개봉) 감독: 존 카니, 출연: 퍼디아 윌시-필로, 루시 보인턴 외

 

 

지난 7월 26일, 서울 종로구의 복합문화공간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싱 스트리트>(2016)를 관람했다. 이 음악 영화는 무려 10년간 나의 ‘인생 영화’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었다. 즉, 최초 개봉한 해인 2016년에 영화를 본 뒤 오늘날의 재개봉까지 쭉 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훔친 듯이 달려 Drive It Like You Stole It’라는 노랫말의 뜻도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몰랐다. 하지만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TV 화면 너머를 응시하는 코너의 미소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이다. 그 전율 돋던 리듬,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울렁이며 벅차 오르던 마음. 그렇게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인생은 코너처럼’ 멋지게 살 것이라 다짐했다.

 

그리고 삶에는 <싱 스트리트>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몇 번을 다시 찾아보고, 사운드 트랙을 들었다. 9년이 지나 2025년, 나는 마침내 유럽 배낭여행의 첫 나라, 첫 도시로 아일랜드 더블린을 갔다. 오로지 <싱 스트리트>를 위한 선택이었다.

 

올여름의 재개봉 소식을 듣고, 정작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게 두고두고 10년간 아쉬웠던 지라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레 나의 더블린을 떠올렸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모든 생생한 추억이 방울방울 눈물이 되어 흘렀다. 지난 어린 시절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장면의 의미들이 읽혀 더 깊이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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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다. 실업율이 극에 달하던 경제 공황기, 그 불안 속에서 방황하는 십대들. 주인공 ‘코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의 실직, 어머니의 외도에 가족들이 흩어질 위기 속, 전학 간 학교는 구제불능의 아이들로 가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코너는 학교 건너편 건물 계단에 서 있던 소녀 ‘라피나’를 만나며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밴드 ‘싱 스트리트’를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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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을 인정하고, 예술로 승화시킬 거야. (It’s just how life is. I’m gonna try and accept it and get on with it.)”

 

 

코너의 말처럼, 예술은 아마도 현실로부터 도피한 결과물이 아니라, 삶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새롭게 엮어내는 방식일 것이다.

 

사랑, 열정, 그리고 음악이라는 서사 속에서 <싱 스트리트>는 청춘들이 음악을 통해 어떻게 그들의 삶을 치유하는지 보여준다. 전작 <비긴 어게인>, <원스>에서도 존 카니 감독은 늘 ‘음악’을 삶을 구원하는 장치로 둔다. 정확히는 주인공들이 함께 음악을 듣고 만들며 스스로를 삶에서 구원하는 것이다.

 

코너 역시 음악을 시작하며 변화한다. 빛나는 별을 쫓는 자에게 모기의 속삭임은 방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더이상 자신을 괴롭혔던 학교의 불량배도, 폭력적인 선생님도 두렵지 않다. 그들은 모두 가엾은 존재, 또는 제 가사의 소재가 될 뿐. 코너는 음악을 통해 인생을 배우며 성장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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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예술을 위해서! 절대 적당히 해서는 안돼. 알겠어? (For our art! You can never do anything by half. Do you understand that?)”

 

 

또한 <싱 스트리트>는 두려움과 망설임에 맞서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무모한 열정을 말한다. 라피나는 밴드의 ‘A Beautiful Sea’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시늉이 아닌 그들의 예술을 위해 수영을 못하면서도 물 속에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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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4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아일랜드 2일차의 일요일 오후.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로 라피나가 바다에 뛰어들었던 그 곳, 더블린 근교의 ‘던리어리 Dun Laoghaire’ 항구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싱 스트리트의 사운드트랙을 재생하면서.

 

사진에서 보이듯, 궂은 날씨는 바람에 바닷물을 실어 보내왔다. 무모한 열정만을 품은 채 몸을 날려버릴 듯 얼굴을 때리는 거친 물바람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나아가 마침내 도착한 때의 마음이란. 기억은 그 생생한 감각으로 남았다. 나에게 끝까지 부딪힐 용기를 주었던 라피나처럼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포즈도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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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되돌아가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마.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갈 수 없으니까. (You’re never going back, never turning around, you’re never gonna go if you don’t go now.)”

 

 

영화의 말미, 마침내 성공적으로 첫번째 공연을 마친 코너는 라피나와 함께 런던으로 떠나고자 한다. 라피나는 모델이 되기 위한 포트폴리오 한 장, 코너는 자신의 인생 전부인 음악을 담은 데모 테이프 한 장만을 가지고. 코너의 형, 브랜든은 기꺼이 그들을 돕는다. 마침내 라피나와 코너는 할아버지의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영국으로 향한다. 어느새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순탄하지 않은 항해 속에서 그들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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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리어리를 뒤로하고 브랜든이 런던으로 떠나는 코너와 라피나를 배웅하던 장면을 촬영한 ‘달키 Dalkey’로 향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한적한 동네를 지나면, 마침내 작은 부둣가가 나온다. 변함없이 붉은 로잉 클럽의 문과 굽은 돌담 길, 거센 파도와 넘실거리는 보트들이 우리를 반겼다. 저 먼 바다를 바라보며 브랜든의 마음을 생각했다. “절대 뒤돌아보지 마.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갈 수 없으니까.”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였다. 엔딩 장면에 삽입되었던 ‘Go Now’는 마치 멀어져 가는 코너의 등을 바라보는 형의 시점과 같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형제를 위해 쓴 고백, 투박하게 건넨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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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Once>(2007), 감독: 존 카니, 출연: 故 글랜 한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그렇게 형의 말 대로 런던으로 떠난 코너와 라피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돌이켜보면, 존 카니의 영화에는 언제나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하나 더 있다.

 

<원스>(2007)는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이다. 작년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보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프턴 스트리트에서 버스킹을 하던 그와 체코 출신 이민자로 아이와 함께 더블린에서 살아가던 그녀. 둘은 음악을 매개로 가까워지게 되고, 함께 음악을 만들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한다. 마침내 완성된 둘의 목소리가 담긴 데모 음반을 가지고, 그녀에게 악기점의 피아노를 선물한 뒤 그는 런던으로 떠난다. 벅찬 미소를 지으며 공항 게이트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얼굴을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더블린의 일상적 풍경 속 이름 없는 그와 그녀의 교감과 사랑을 담아낸 <원스>에서 우리는 역시나 <싱 스트리트>와 맞닿아 있는 하나의 서사를 엿볼 수 있다. 가사와 함께 쌓아 올린 사랑, 그 속에서 발견한 열정은 그들의 삶을 구원하는 멜로디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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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나와 코너, 그리고 원스의 그는 모두 런던으로 향한다. 그들의 런던은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한 도전, 성공을 위한 이상향을 상징한다. 한 장의 부푼 희망을 들고 향하는 그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두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런던으로 향한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들의 선택은 소위 ‘실패’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빈털터리가 되거나, 생각보다 마음 같지 않은 현실에 상처를 받아 다시 돌아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실행에 옮겨 보았던 그들이라면,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두려움 없는 얼굴로 제 앞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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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영국 런던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마침내 바라왔던 결과를 받아보고 나니, 두 영화를 이야기하는 감회가 남다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교환학생 중 꼭 다시 한 번 더블린에 가고 싶다. 나의 첫 도시, 첫 인생 영화. 특유의 회색 빛 칙칙함 속 이따금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이 아름다운 그곳으로. 언제나 도전에 있어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선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갈 수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첫 발을 내딛을 것이다.


 

* 지난 7월 28일,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한사드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진솔한 목소리로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그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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