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바이브가 좋다", "이거 뭔가 있어 보인다.", "느낌이 좋다." 처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느낌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그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브 에라(Vibe Era)》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전시는 오늘날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볼 때, '바이브'라고 불리는, 즉 그 본질보다 풍기는 느낌으로 판단하는 현상으로, 새로운 의미의 추상을 제시한다.
추상은 낡았다는 오해
e-flux에 따르면, 추상미술은 오랫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장식", "이미 다 써버린 옛날 양식", "미술관과 시장이 좋아하는 안전한 상품" 같은 비판을 받아왔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그냥 예쁜 무늬 아니야?"라는 시선이다. 그런데 《바이브 에라》에서 만나는 추상은 조금 다르다.
전시에 참여한 박예림, 박정혜, 박현정, 한지형 네 작가는 완성된 형태를 미리 정해두고 그것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고 지우고, 접고 펼치고, 모으고 분류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가 저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이 전시가 말하는 추상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몸과 재료와 정보가 서로 부딪히며 계속 변해가는 '과정'과 '우연' 그 자체에 가깝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찾기보다 '이것은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사진첩을 다시 정리하는 사람, 한지형
네 작가 중에서도 유독 눈에 오래 머문 것은 한지형의 작업이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수백 장의 이미지를 모아 직접 분류하고 다시 조합해서 회화를 만든다.
설명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우리도 비슷한 일을 매일 하고 있다. 핸드폰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오래전 사진들을 우연히 다른 순서로 늘어놓아 본 적이 있다면, 그 순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걸 느꼈을 것이다. 한지형이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집하고, 골라내고, 다시 이어 붙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원래는 흩어져 있던 이미지들이 하나의 새로운 회화로 다시 태어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대형 신작의 제목은 〈조상의 대를 이어(마지막 자장 노래)〉다. 제목만 놓고 보면 어딘가 시적이고, 세대를 거쳐 반복되면서도 결국 끝나가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화면 앞에 서면, 수많은 이미지 조각들이 겹치고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리듬이 마치 누군가 오래도록 흥얼거려 온 노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작가의 명확한 의도인지, 아니면 이미지를 모으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스며든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저 그런 결도 함께 읽힌다는 정도로만 남겨두고 싶다.
다시, 바이브로
《바이브 에라》는 2026년 10월 25일까지 일민미술관 2·3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에서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