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뉴 락(new rock)의 오늘과 우리의 내일 [미술/전시]

글 입력 2023.10.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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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장한나 작가의 작품들을 만났다.

 

생태 미술에 대한 논문을 쓸 때 접했던 작가였는데, 그의 수집품이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고 그 의미가 강렬해 그때부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논문 연구 당시에는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전시가 아쉬웠는데, 올가을 보안여관의 《은밀한 선택》 전시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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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작가는 직접 수집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작품에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개입한다. 그러니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구성하는데 그가 수집한 쓰레기들은 쓰레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쓰레기들은 전시장에 보임으로 인해 더욱 '예술품'의 형태를 한 것, '조각과 비슷한 어떤 것'처럼 보이며 작품의 외형적 특징과 아우라는 더욱 강화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집된 쓰레기들은 파도와 해풍으로 인해 깎이고 부식되는 풍화작용으로 인해 본래의 형태를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수집품에게 뉴 락(new rock)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해변의 암석과 결합하거나 형태가 변해 돌처럼 되어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새로운 돌'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즉, 장한나 작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돌'이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생태계의 시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질문을 전시로 보여주고, 또 알리고 있다.

 

작가는 2017년부터 1,000점 이상의 뉴 락을 수집하고 또 전시하고 있으며 이를 관람한 사람들은 그의 <뉴 락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이 자연물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현상을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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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암석 또는 과거 유물을 통해 인류의 행적을 유추한다.

 

장한나 작가는 여기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주 먼 미래의 인류는 무엇을 지층에서, 어떤 암석을 발굴하게 될까? 오늘, 2023년, 21세기를 대표하는 화석 또는 퇴적 흔적들은 플라스틱이 되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뉴 락들은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퇴적물을 통해 후대 인류가 우리의 삶을 유추하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오늘날에 플라스틱이 완전히 자연물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닷속에서 해양생물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하고, 개미들이 갉아서 집을 짓는 재료로 쓰기도 하지만 완전한 자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이렇게 생명체들의 삶에 깊게 침투해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있는 물질이 된다.


관람객은 뉴 락을 보며 그것이 플라스틱이었음을 깨달은 후에는 본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원형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의 슬리퍼였을까, 음료수병이었을까, 아니면 바다 위를 떠다니던 부표라던가 어린이의 장난감이었을까?

 

이런 상상 속을 떠돌다 보면 플라스틱이 본래의 형태와 역할을 잃고 생태계 문제의 원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또, 단순히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생태계가 출현하고 있음을, 변해가고 있는 자연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되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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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락은 우리가 사물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의 생활을, 시대를 기록하는 물건은 무엇이 되고 어떻게 남을까. 평범한 방법으로 환경과 '지금'을 기록하는 장한나 작가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의 '뉴 락'이 어떻게 될지, 어떤 다양한 뉴 락들이 등장할지가 기대된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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