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차가운 카메라로 비춘 인간의 뜨거운 정신세계 - 전시 '히든 스테이지'

글 입력 2023.12.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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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테이지>는 다이나믹한 즐거움을 주는 전시다.

 

상대적으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적은 미술 전시에서 어떤 '다이나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 독특한 다이나믹을 줄 수 있는 것은, 이번 전시 자체가 다양한 주제와 관점-마치 렌티큘러를 사용한 작가의 작품처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작품의 주제를 놓고 보자면 이번 전시회는 크게 세 가지 파트로 구분 할 수 있다. 첫째, 드림그림과 배준성의 콜라보 작품, 둘째, on the stage 신작, 셋째, 렌티큘러. 내가 나열한 순서대로 구역이 배치되어있고, 각 구역들이 관람객들은 각 구분에서 다른 방식의 관람을 요구받는다.

 

우선 첫 번째 드림그림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작가의 신작인 on the stage와 연계한 것으로, 40명의 드림그림 장학생들과 함께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 창작한 것이다. 처음 전시회를 들어가면 이 콜라보레이션을 맛볼 수 있다. 처음 들어가면 배준성 작가의 거대한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해준다. 거대한 작품 옆에는 그가 이번 신작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던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설명이 짤막하게 적혀있다.

 

스포트라이트는 꼬아 생각할 필요없이 집중적으로 조명된 것을 말한다. 공평하게 퍼지고 확산되는 일상의 빛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와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포착하는 빛을 의미한다. 조명 밖에서도 사건은 일어나지만,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객체는 마치 영화의 편집된 씬처럼 하나의 강렬한 '장면'이 된다. 이 기법을 활용한 배준성 작가의 on the stage는 현대적이고 제련된듯한 도구-미술-로 인간 내면의 어떤 깊은 정신세계를 바라보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데, 콜라보레이션에서는 2회기라는 제한된 시간 상 좀 더 일상적인 장면을 포착하도록 유도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자신의 소망 섞인 일상 일부분을 포착하여 그림을 그려놓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앞서 말한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가벼운 인트로를 넘어가면 학생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독특한 작가의 기법을 배우고 멘토로서 교류하는 것을 가치있다고 보지만, 수많은 '콜라보레이션'이 그러한 순기능보다는 함의만 번지르르한 기획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 과정으로 전시회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한 사람으로서는 정확히 그 맥락을 살필 수 없지만,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한 기획 수준을 벗어난 것이 분명하다. 이는 학생들의 작품이라는 결과물로 드러난다. 작가가 작품 창작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키워드를 학생들의 수준으로 적절히 변형한 것이 이 기획의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스포트라이트)와 기법(어떤 편집과 변형이 일어나는 콜라주)을 경험하도록 하고, 전시회 내에서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한 기회를 줬다. 이러한 학생들의 작품을 다시 작가가 변형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재구성한 것은 학생들에게도, 작가에게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었다.

 

첫 번째 콜라보레이션 존에서 관람객은 학생들이 포착한 장면에서의 정서를 읽어내고, 그 작품이 작품에게는 어떻게 포착되어 변형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재미가 있다. 첫 번째 구역에서는 가슴을 약간 간지럽게 하는 어떤 희망과 소망이 즐거운 리듬처럼 관람객의 눈을 간지럽힌다. 물론 이 구역이 너무 '밝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좋은 콜라보레이션이 좀 더 장기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소망보다 더 깊은 주제를 끌어낼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반대로 그만큼 좋은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아쉬움이니 이 표현이 그들의 즐거운 작업을 폄하하는 것으로 전달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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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역, on the stage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게 감상했던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내가 배준성 작가의 그림에서 느낀 것은 '인간의 깊은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카메라'다. 남들이야 어땠건, 나에게 카메라는 문명의 도구다. 카메라는 충분히 편집되고 제련된 이미지를 포착하고,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시킨다.

 

카메라는 그래서 관음할만한 아름다운 것들을 잡아내지만, 각 장면의 연결들은 의도적으로 삭제한다. 추하고 고통스러운 현실, 표현되지 않은 개인적인 판타지와 소망이 그 연결망을 채우지만, 카메라는 그것을 포착하지 않는다. '의식하지 않는다'가 더 적절한 표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연결망으로 이어졌는지 모를 연속적으로 배치된 어떤 장면들에 매혹된다. 스포트라이트를 쬐듯이, 그 장면에는 포착해야만하는 강렬한 대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착된 장면들은 서로 가까울 때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먼 장면은 완전히 독립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으로 장면들이 모아졌을 때, 관람객들은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나는 on the stage 시리즈를 보면서, 이러한 작가의 스타일이 우리의 정신구조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발달한 현실감각과 이성을 도구로 모든 경험과 객체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은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대신 특정한 장면들에 스포트라이트를 쬐듯이 남아있고, 비슷해 보이는 기억은 연결하고 나면 가끔 터무니없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사실 그 기억들 사이에는 묘한 연결고리가 있고, 그 뒤죽박죽한 기억들은 하나로 모일 때 묘한 질서를 갖게 된다.

 

그래서 on the stage는 관람객들을 오래 머무르게 한다. 수영장에 뛰어들고 나무를 오르는 동안 작가의 정신이 포착했던 것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의 사고뿐만 아니라 나의 사고도 어떤 깊숙한 어느 곳으로 따라가게 된다. 작가가 작품 전반에서 묘사하는 매혹적이고 에로틱한 이미지는 카메라의 관음적인 특성과 맞물린다.

 

세 번째, 렌티큘러 작품 시리즈도 on the stage와 공유하는 맥락이 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사물이 변하는 작품은, 때로 하나를 둘로, 둘을 다수로, 다수를 하나로 만드는 우리의 정신구조와 닮았다. 피어난 꽃에서 어떤 에로틱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면 좀 우스울까, 이러한 에로틱한 이미지는 한국인 모델을 명화에 등장시킨 시리즈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on the stage와 함께 배준성 작가의 작품에는 성적인 뉘앙스가 깊게 깔려있지만, 이 작품들이 단순히 변태적인 관음행위에 초점을 맞춰진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성적인 것을 향하는 감정은 정신-생물로서의 인간의 충동은 다른 대상과 관계를 맺어 억압된 긴장을 배설시키고자 하는 사랑의 본능이지 관음이 아니다. 명화 속에서 이질적이지만 주연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 누드 모델은 그러한 해석에 반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왠지 그 여자가 on the stage부터 존재하여 물가를 거닐었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구역에서 관람객으로서 작가의 세계에 초대되어 침잠했다면, 세 번째 구역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작가의 내면을 관음하는 존재가 된다. 첫번째 구역에서는 가벼운 리듬으로, 두 번째 구역에서는 깊고 묵직한 멜로디로, 세 번째 구역에서는 그 바깥에 앉아있는 청중으로 앉아있게 된다. 멋진 콜라보레이션, 멋진 작품, 다양한 경험까지. 좀 우스운 말이지만, 무료로 감상하기에는 정말 아까운 전시였다. 젠장, 돈만 많았으면 나도 '구매 문의하기'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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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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