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제는 공부하고 싶다 [도서/문학]

책 <공부의 위로>를 읽고
글 입력 2024.03.0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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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공부하기 싫어” 라는 말을 뱉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숙제나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하기 싫다고 외쳐왔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습관처럼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렇게 공부가 싫었을까.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공부의 의무가 비교적 덜해지는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청개구리처럼 ‘공부’의 필요성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전엔 이 말이 그렇게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공부하며 받아온 긍정적인 영향들을 되돌아보면서 배움의 중요성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깊고 얕은 지식들과 노력하는 습관, 인내심, 성취감 등을 경험하며 나는 공부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어려운 것을 해내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며 용기를 얻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공부의 위로>라는 책을 만났다. 책 뒤편에는 “공부는 나에게 ‘획기적인 창문’을 하나 열어주는 것이며, 상처를 입고도 치유자가 될 수 있는 길이며, 현실에 매몰되지 않도록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성장할 수 있다는 희미하지만 단단한 자신감을 갖는 길이다.” 라는 저자의 말이 쓰여 있었고 이 말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대학시절인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배웠던 교양수업과 전공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학과를 공부했다. 내 대학시절 전공과 유사해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미술사 입문’, ‘서양미술사’부터 ‘법학개론’, ‘라틴어’ 까지 전공부터 교양까지 다양한 학습기록이 세세하게 담겨있었다. 일방적으로 학점을 채우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강이 아닌 궁금한 부분을 주체적으로 탐구했던 경험과 배움을 인생에 녹이고 활용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많은 이들이 ‘교양’은 디저트 정도로 여기며 전공과목 교육이 부실해진 것만 걱정하지만, 나는 교양과목 수업이 망가지는 것도 못지않은 문제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이들에게 대학이 교양을 습득하는 마지막 장소이기 때문이다. 씨 뿌리는 이 사라지니, 앞으로 무엇을 거둘 것인가? p. 63
 


책을 읽으며 함께 미술사를 곱씹고, 아는 작가의 작품을 함께 해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었던 기억, 동양미술사를 배우며 비교적 흥미가 덜했던 기억들이 비슷해서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나의 대학생활을 추억했고 나는 어떻게 학습했는지 떠올려보았다. 나는 아직도 대학생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느끼곤 하는데, 그 이유가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점이 가장 소중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교양수업들을 들으면서 내가 이 수업을, 이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님께 들을 기회가 이때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용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수업들 이를테면 ‘한국 문학의 이해’, ‘음악의 이해’, ‘프랑스 문화와 예술’ 같은 수업들이 내겐 너무나 소중했고 당시에 배운 것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문화와 예술의 필요성을 알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도 당시의 교양수업들이 그 밑바탕을 다져주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생각하는 만큼 인간은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다른 부위를 흔들어 깨워 억지로라도 열심히 쓰다 보면, 우수함을 타고난 이들만큼은 못해도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 정도 문리가 트이게 된다. 뇌도 근육이라 잠들어 있던 부분을 인식하고 단련하면 힘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p,210

 


저자는 2학년때 법학 과목을 들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 생각으로 고시생들 사이에서 민법과목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법학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여겼고 자신이 좋아하던 과목인 인문학적, 예술적 과목들에 비해 흥미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한다. A+만 가득하던 저자의 성적표에 처음으로 C가 찍혔다.


하지만 법학과목을 들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회에 나가 업에 도움이 되는 법학 과목을 거부감 없이 수강할 수 있었고, 미술 저작권을 전문적으로 터득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세상에 의미 없는 배움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당시에는 흥미를 못 느꼈어도 먼 훗날 다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살아가며 득이 되는 경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계를 시험해본 경험은 살아가며 큰 도움이 된다. 못할 것이라 여겼던 것을 해내는 것만큼 자신의 효용성과 쾌감을 느끼는 경험이 없을 것이다. 한계의 허들을 넘어가며 더 성장하고 커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계 과목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당시엔 이해가 잘 되지 않고 문제를 풀 때마다 괴로웠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집요한 노력 끝에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었을 때 엄청난 희열감을 느꼈다. 근래엔 이런 도전을 한지 오래되었는데, 올해는 겁이 나서 도전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뛰어들어 봐야겠다.


책을 덮으며 ‘공부’의 필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직장인이 되고 공부로부터 해방되었다며 기뻐했는데, 참으로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어떤 공부든 학습하는 행위는 나를 성장시킬 뿐 아니라 삶을 다채로운 시선과 생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이 된다. 형형색색의 지식과 이야기로 마주하는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까.


올해는 삶이 조금 더 풍요로울 수 있도록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를 위로하고 토닥일 수 있는 건 SNS 속 사람들의 이야기와 잦은 유희가 아닌 ‘공부’이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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