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
-
[Review] 이름의 소유권 - 나의 사적인 예술가 [영화]
그는 이제 시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체국에서 일하는 그의 귓가에는 항상 펜이 꽂혀있고, 독자와 관객은 아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 그렇게 그는 온전한 ‘에드 색스버거’로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Late Fame)』는 한때 짧은 각광을 받고 잊혀진 시인이자, 수십 년간 우체국 직원으로 평범하게 살아온 에드가 한 청년 예술가에 의해 뒤늦게 '재발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영화평론가 출신으로 다큐멘터리 『히치콕 트뤼포』와
by 백승원 에디터 2026.09.23
-
[Review] 인간 ⊂ 동물 - 인간동물들 [공연]
인간은 동물의 부분집합이다.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쥐는 벽 틈을 긁어대고, 비둘기는 병들고, 여우는 거리를 점령한다. 통제 범위를 벗어난 자연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재난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물들은 그저 원
by 백승원 에디터 2026.08.31
-
[Opinion] 어른이 된다는 건 –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영화]
영웅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 뿐이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모두를 돕는 것이라는 메이의 말은 어쩌면 피터에게만이 아닌 그를 도울 사람들을 향한 외침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피터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그건 모두를 돕는 일이 될테니 말이다.
* 해당 오피니언은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힘에 큰 책임? 새로움이 늘 설렘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어른에게 새로움이란 오히려 낯선 것에 적응'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by 백승원 에디터 2026.08.20
-
[Review] 위로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예술 - 뱅크시 : Still Here [전시]
뱅크시는 알고 있을까. 지구 정반대편에서는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래’를 향해 기꺼이 다가온 당신의 예술에 울고 웃는다는 것을.
대학 시절, 현대미술 교양을 들은 적이 있다. 수업의 시작은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고전이 되어버린 마르셀 뒤샹의 샘(1917)에서 미약하게나마 현대미술의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흔히들 어느 작품과 장면을 두고 현대미술 같다고
by 백승원 에디터 2026.08.15
-
[Review] 필요한 건 한 번의 용서 - 플리백 [공연]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화목한 가정도, 끈끈한 우정도, 순전한 사랑도 변하기 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우개도 다르지 않다. 연필로 쓴 글과 그림은 지울 수 있어도, 그 자국까지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다만 얼룩진 바닥은 걸레로 닦아낼 수 있고, 자국이 남은 종이 위에도 다시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엎질러진 물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지 못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저 단 한 번, 용서받을 수 있다면 한 사람은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좋고 나쁨을 잴 수는 없어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다.
* 해당 리뷰는 연극 '플리백'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한 골목, 파산 직전의 기니피그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여자 '플리백'이 있다. 섹스와 농담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그녀는 면접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상의를 벗어버리고, 성공한 언니와
by 백승원 에디터 2026.08.05
-
[Opinion] 짧은 순간, 오래가는 여운 – 걸스온탑(2017) [영화]
겁쟁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끄럽지만, 괜히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간다. 오늘 다시 이 영화를 펼쳐 보면 꿈을 생각하게 된다. 발 딛고 선 현실이 품지 못한 꿈 말이다.
며칠 전 영화관에서 나홍진 감독의 '호프(HOPE)'를 보고 왔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는 평이 자자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호'였다. 다만 영화 자체보다 영화관에 가기까지의 과정에 되레 진이 빠졌다. 예매하기까지 꽤 먼 길을 돌아갔기 때문이다. 예매했다가 취소
by 백승원 에디터 2026.07.30
-
[Review] 서울은 민트 - 하나 코리아 [영화]
소외된 누군가의 존재할지라도 그 사실만큼은 결코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본다. 그건 아마도 낯선 곳에서 처음 서울을 민트로 본 것처럼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될 것이다.
* 해당 리뷰는 영화 ‘하나 코리아’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하나 코리아'는 탈북 여성의 정착 과정을 그린 실화 모티브 영화다. 덴마크 출신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는 약 5년에 걸쳐 30여 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하며 작품의 기틀을 다졌고, '기생충'
by 백승원 에디터 2026.06.25
-
[Opinion] 또 다시, 헤르만 헤세 – 싯다르타 [도서/문학]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싯다르타』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고빈다이고, 사문이고, 고타마이고, 카밀라이고, 바주데바이고, 어린 싯다르타다. 완벽한 승자란 없는 가위바위보 같은 인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셋은 필요하다. 혼자 깨닫고 혼자 완성되는 삶이란 없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는 보통 서점을 찾는다. 우연 속에 보석 같은 귀인을 만나듯, 책에도 인연처럼 느껴지는 이끌림이 있다. 재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생일책’을 알게 됐다. 생일책이란 자신과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 혹은 그날 출판된 책이다. 드물게 생일이 같은 인물
by 백승원 에디터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