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프는 나홍진 감독의 전작 곡성으로부터 비롯된 기대감과 눈길을 사로잡는 예고편까지 개봉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만큼 기대가 컸던 때문인지 막상 영화가 상영되자 관람객의 평가가 꽤나 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나도 SF나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던 터라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극단적인 후기들을 마주하고 더욱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주인공 범석이 괴물 혹은 외계인을 맞닥뜨리기 전까지 초반부는 다소 지루한 면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긴장감이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치즈가 가득 올라간 피자를 앞에 두고 한 입 먹으려 뜨는데 치즈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길게 이어지듯이. 긴장감을 쌓는 연출은 좋았다. 과연 어떻게 생긴, 어떤 힘을 가진 괴물일까 생각하며 마음을 조리지만, 그 긴장감이 해소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범석이 보이지 않는 괴물의 흔적을 쫓는 시간은 통상적인 영화의 시간과 조금 달랐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편집이 크게 개입하지 않은, 우리가 범석과 동행하듯 현실적인 시간으로서 긴장은 지속되었다. 중간중간 삽입된 슬랩스틱이나 말장난 같은 개그 요소는 지나치게 이어지는 긴장으로 마음에 쥐가 나지 않게 살짝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괴물에 의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앞으로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힘을 합쳐 괴물을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범석이 괴물을 몰아붙이며 치명타를 입히려는 순간, 그는 괴물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다. 성애의 등장 이후 우위를 차지하게 된 인간팀이 괴물을 추격하는 장면에선 괴물의 도망치는 모습이 다소 안쓰럽기도 했다.
정황상 외계인으로 밝혀진 괴물, 이 비인간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은 어린 외계인을 죽인 양배를 향한 범석의 분노에서도 나타난다. 어린 자식을 찾기 위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그저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던 외계인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갖게 만든다. 게다가 다른 외계인의 존재가 드러나고 그들이 서로 소통하며 싸우는 모습, 인간처럼 표정을 사용하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마 호프의 평가에 대한 논란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점이 결말 부분일 것이다. 영화가 곧 끝날 시점인데 갑자기 하늘에서 무지막지한 외계인의 함선이 추락하고, 외계인들이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채 영화가 마무리된다. 이야기가 중간에 끊긴 것 같은 결말은 관람객들에게 당황스러움을 선사한다. 이후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에 따라 속편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음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당혹감이기도 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외계인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등 호프는 킬링타임으로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았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지점과 다양한 해석의 여지도 남겨놓고 있기에 곱씹어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예컨대 영화를 보는 관람객 입장에서 시점의 변화를 눈 여겨 볼만 하다. 영화 초반부에선 관람객의 시선은 범석의 시선과 거의 동일시된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외계인과 싸울 때조차 그는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하며 이는 범석을 통해 장면을 마주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계인을 만나고 싸우면서 그들의 상황이 밝혀진 뒤로 점차 시선은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외계인들이 서로 소통하는 걸 듣고, 아이를 잃은 아픔에 공감하면서 관람객의 감정은 점차 인간과 외계인 사이를 오간다.
결국 결말에 다다르면 영화는 시선의 주권을 외계인에게 건넨다. 무슨 말인지 몰랐던 외계인의 대화는 자막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입장에서 현재 상황이 설명된다. 이와 같은 시점의 변화와 범석의 대사 등을 헤아려볼 때, 호프는 인간과 비인간 혹은 서로 다른 두 주체의 삶과 의지, 내지는 희망이 충돌하는 과정을 영화적인 언어로 그려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상식적으로 치사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죽지 않는 범석과 성기의 생존력이나, 갑자기 고양이가 나와서 핸들을 돌려 성기를 죽게 한 양배의 행동 등 의문스러운 요소가 많다. 영화가 끝난 뒤 쿠키 장면에서 성기가 다시 일어나 걷는 모습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이러한 의문점 몇 가지가 해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호프는 여기에서 마무리하여 여지를 남김으로써 매력적인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