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평의 정의
비평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비평은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무조건 긍정적이지 않고 반대로 추함은 무조건 부정적이지 않다. 그저 어떤 하나의 사물 혹은 장르, 아니면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지표인 셈이다.
하나의 시선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여러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문학 작품을 다 읽고 난 뒤 종종 그 작품의 비평을 간혹 찾아볼 때가 있다. 하나의 작품에 대한 비평은 비평가마다 다르다. 그들이 느끼는 아름다움과 추함은 각자의 시선에서 정의되기 마련이다.
작품을 읽은 후 비평을 찾아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생각을 엿보며 작품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물론 그 타인은 비평가로 한정되지만, 비평가가 정의 내린 작품을 비평문으로 다시 읽으면 내가 몰랐던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통찰을 깨달을 때도 있다. 작품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비평문을 통해 다시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비평문을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작품을 읽은 적이 빈번하다.
2. 비평은 사회를 탐구한다.
작품의 비평문을 읽게 되면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다. 그 인물은 소설 속 인물로 끝나는 게 아닌 소설 밖 어딘가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 된다. 나와 같은 사회,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얼굴 모를 누군가가 되는 것이다.
비평을 읽다 보면 작품이 조금 더 이해된다는 말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인물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러한 방식으로 살았는가를 조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문예비평은 문학과 동떨어진 특정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작품 안의 세상 모든 것이 현실과 같다고 말할 수 없다. 하나의 작품에는 하나의 세계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회와 시대상을 투영했다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작품 안의 세상은 독자와 가깝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비평은 이러한 작품과 독자 간의 거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작품 안의 세계관을 비평하면서 이 작품 안에는 어떠한 세계가 담겨있는지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작품의 또 다른 열쇠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품과 그 작품의 비평은 독자들에게 작품과 그 시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또 그 시대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비평에서는 작품 밖의 세계와 인물을 조명하기 마련이다. 우선, 작품 밖의 그 인물은 바로 창작자이다. 비평을 읽으면 저자가 왜 이러한 작품을 썼는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비평은 작가가 말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독자가 이 작품을 읽을 때 깨달아야 하는 메시지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작가 또한 독자와 같은 시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며 그들은 각기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작품에 투영하기 마련이다. 작품을 한 번 읽으면 작가의 의도와 주제에 대한 통찰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평을 읽고 작품을 다시 읽게 된다면 작가의 통찰에 다가간 느낌이 든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3. 비평은 또 다른 창작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밖의 세계는 바로 독자가 있는, 오늘날, 즉 현재이다. 문학 작품은 당연히 시대를 고찰한다. 사회의 이면과 대부분이 등 돌리고 있는 소수를 위해 작품을 계속 창작된다. 우리가 살피지 못한 소수자들의 문제와 이것이 발생하게 된 이유, 사람들이 겪는 차별과 이 차별의 고착화 등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문제지만 대다수가 모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문학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는 것은 비평이다. 작품 안 세계를 조명함과 동시에 작품 밖 세계를 고찰한다.
비평을 보기 전에는 그저 작품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로 끝났던 문학이 비평을 보고 난 후에는 이 세계가 얼마나 현대와 닮아있는지, 혹은 작품 속 인물이 현대의 사람들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작품과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맞닿아있는지는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비평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에 작품의 이해가 쉬워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비평은 필요한 존재이다. 비평은 작품 안을 살펴봄과 동시에 작품 밖을 통찰하는, 작품과 시대의 연결 창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때때로는 작품의 구조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작품이 어떠한 설정들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문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평이 필요하다. 작품만 읽고서는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 비평에서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작품을 대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에서 결국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독자들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 비평은 그 메시지가 결국엔 무엇이었는지, 혹은 그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변화를 일깨워야 하는지 문학 작품보다는 더 직접적으로 전달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비평은 서사를 탐구하게 해준다. 작품 속 서사가 어떠한 구조로 이어지고 결말까지 다다르는지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비평이 작품에서 사용된 여러 장치를 세부적으로 파고든다고 보았다. 어떠한 플롯을 사용했는지, 작품의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되고 어느 비유를 사용해 작품을 창작했는지 탐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을 읽는 독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공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