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대표 이태린)의 SF연극 <워크맨>이 2025년 초연에 이어 2026년 재연으로 돌아왔다.
연극 <워크맨>은 주 3일, 하루 3시간 노동이 보편화된 206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미 인간 삶 깊숙이 들어와, 인간은 더 이상 오래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사람들은 극심한 우울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버텨내려 하지만 서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들 속을 상용화된 안드로이드 로봇 ‘알마’만이 바삐 돌아다닌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만을 하는 세계
연극 <워크맨> 속에는 성실히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ADHD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민도윤,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유리, 한국-베트남 혼혈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응웬 하니,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로봇AS수리기사 정하루,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김시트왓설린이 그들이다.
연극에서 인물들은 서로 관계를 맺게 되지만, 모두가 그 관계를 어색해한다. 세계와 연결을 바라며 워크맨 애플리케이션에 출근과 퇴근을 인증하지만 정작 앞의 사람과 대화할 때조차 눈을 마주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연극 <워크맨>이 무대를 풀어내는 방식은 일종의 집단 방백 혹은 독백이다. 방백과 독백으로 구현된 인물들의 과장된 부적응은 오늘날의 소통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Walk와 Work ; 우리는 어디서부터 우리를 잃어버렸나
연극 <워크맨>은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의 <미래의 현대인에 대한 추상>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해당 시리즈의 세 작품 모두 기술이 발달한 가상의 미래를 전제하고 있으나, 각 연극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오늘의 문제에 가깝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 노동한다. 그러나 그뿐은 아니다. 노동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나를 바꾸고, 나와 세계를 연결한다. 노동 방식의 변화는 세계도, 세계와 연결된 나도 바꾸는 일이다. 그렇기에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구호가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인간답지 않은 노동이란 너무 오래 일하는 것,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것,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적절한 임금을 받지 않는 것 등을 포함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인간다운 노동인지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적 조건이 바뀐다면 그 조건은 또 변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를 채우기 위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연극 <워크맨>이 가정하는 세계는 기술 발전으로 주 3일, 하루 3시간의 노동이 보편화된 혹은 강제된 세계다. 이 세계에서 핵심은 적게 일한다가 아니라, 적게 일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극 중 로봇AS수리기사 정하루는 시민권을 사고 싶어 해 큰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자신이 필요한 만큼 돈을 벌 수 없음을 한탄한다.
달라진 점은 노동시간만은 아니다. 연극 <워크맨>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AI가 각자의 적합도를 판단해 당장 내일이라도 보직을 변경시킨다. 판단은 AI의 몫이다. 대부분 정신질환이 있는 인간들은 근무 시간 중에도 제대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3시간이라는 시간을 채우는 데에 급급하다.
이 점에서 짧아진 노동시간이 정말로 인간을 위한 것이었을지 혹은 그로 인해 인간다운 노동이 가능해진 것인지 관객들은 질문하게 된다.
중증 우울증으로 아내를 잃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민준은 ‘워크맨’ 운동을 창시했다. ‘워크맨’ 운동은 적절한 날씨와 걷기, 노동, 직접적인 의료 개입을 통해 정신질환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60년의 서울,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다. 아슬아슬한 정신 건강을 부여잡고 있을 뿐이다. 간절히 죽지 않기 위해, 의무적으로 일하고 걷고 앱을 사용한다. 죽지 않는다는 분명 살아간다는 것과는 다른 문장일 것이다. 죽지 않기보다 살아가기를 우리는 희망한다.
연극은 코미디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연극 <워크맨>의 희극성은 인물들이 서로의 연결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우연성에서 온다. 연극의 마지막에서 김시트왓설린의 어머니가 죽은 항구 앞에서, 살기 위해 햇빛을 찾아 나선 인물들은 마침내 조우한다.
결국 서로를 살린 것은 햇빛도 워크맨도 아닌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손을 잡아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