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업사진의 Uncommercial [미술/전시]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글 입력 2022.04.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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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일민 미술관


04.08~06.26

 

 

Commercial, ‘상업적인’이라는 뜻의 영어 표현이다.

 

카메라라는 기계가 등장함에 따라 ‘사진’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머지않아 ‘상업사진’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다. 본래 사진은 예술성이 강한 작품에 가까웠다. 아니, 오히려 태초의 사진을 생각하면 지나가는 한순간의 포착이자 기록인 역사에 가깝다.

 

하지만 ‘그림’이 기록에서 예술로, 예술에서 선전도구와 산업 도구가 됐듯이 ‘사진’ 또한 그림의 과정을 따라갔다. 사진의 사실성은 제품을 보여주기 좋았고, 사진 편집 기술의 발전은 사실성을 왜곡하면서도 모순적으로 제품을 보여주기 더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급격한 경제 성장이 일어난 1980년대 이후, 산업의 발달과 함께 상업사진도 발전해 왔다. ‘언커머셜’ 전시는 한국의 산업 성장의 과정과 상업사진의 발전 과정을 같이 보여준다. 여기서 의문점은 ‘commercial’ 앞에 붙여진 ‘Un’이라는 부정 표현이다. 분명 상업사진이지만 어떻게 비상업적일 수가 있을까?

 

사진의 순수예술적인 특성은 사라졌을진 몰라도 상업사진을 창조하면서 같이 형성되는 ‘미’의 가치가 있다. 정교한 구도와 빛의 방향, 다양한 색감 연출과 모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화장 의상은 상업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이다. 자연의 생생한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는 ‘찰칵’(사진을 찍는다는 뜻)과 비슷하게 상업사진의 ‘찰칵’에서도 수많은 노력이 투입된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의미에 산업의 요소가 첨가된 것이다.

 

그래서 상업사진이라고 예술적 미가 결여된 하나의 도구라고 보는 것이 옳은가 생각이 든다. 모순적이지만 상업사진만이 가진 비상업적인 아름다움은 또 다른 고유성을 가진다.

 

 

 

상업사진의 뉴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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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잡지는 텍스트 중심적이었다. 시각화를 위한 그림의 한계는 있었기 때문에 텍스트로 많은 것을 설명해야 했다. 시각화가 중요한 제품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옷’은 글로만 설명할 수 없다. 사이즈와 색, 디자인은 패션계의 디자이너만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유학을 통해 해외에서 사진 기술을 배운 사진가들이 귀국하면서 시각 중심적인 잡지가 등장했다. 바로 ‘월간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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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사진 촬영 기술은 좋았을진 몰라도 편집 기술은 떨어졌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의 순수한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피사체의 순수함은 본래 사진이 가지고 있는 순수예술적인 특징과 멀지 않다. 사진을 찍는 목적만 다를 뿐 순수함을 포착하는 행동은 상업사진의 독특한 속성이 된다. 초창기 패션 의상과 모델의 사실성은 지금의 인위적인 연출과 다르며, 스튜디오가 없어 일상적인 장소에서의 촬영은 지금의 스튜디오식 촬영과 다르다. 순수한 제품의 사진으로 산업을 이끌어가는 예술과 산업의 오묘한 결합이다.

 

 

 

패션과 상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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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사진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그 양상은 변했다. 수많은 브랜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사진 기술이 필요했으며 상업적인 특징이 더 강조됐다. 특히 광고에서 그러한 양상은 더 컸다. 하지만 기술의 사용은 모든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었다.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사진에 담긴 텍스트적 의미를 부가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패션 브랜드들은 각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아름다움을 사진의 연출로 표현했다. 브랜드의 가치를 표현하는 모델의 역량은 더 중요해졌고 단순한 아름다움에서 오는 ‘미’가 아닌 브랜드에 맞는 ‘미’를 새롭게 창조했다. 스튜디오의 등장은 브랜드들의 예술을 표현하는 캔버스가 되었다.

 

초기 잡지의 연장성으로 지금의 잡지는 독특한 컨셉과 시선을 끄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진의 텍스트적 의미가 없던 과거와 다르게 많은 의미가 담겨있고 소비자들은 이를 해석해야 한다. 명품 브랜드에서 이러한 특징이 강하며 잡지 화보와 광고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설명할 수 없다. 굉장한 자본이 투입된 상업사진이지만 하나의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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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런 사진을 찍는 과정 모두 예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델과 제품뿐만 아니라 조명감독,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하나의 상업사진을 완성하기 위한 모든 직업군들의 노력이 의미를 가지며 또 다른 상업사진의 고유성이 된다. ‘언커머셜’ 전시의 대표 사진은 이러한 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양상을 또 하나의 사진으로서 표현한 과정이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문화와 상업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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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산업을 넘어 자연스럽게 대중문화에 침투했다. 대중문화는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더 좁혀서 말한다면 ‘미디어’와 ‘엔터’에서의 상업사진의 역할이 커졌다. 지금 미디어는 영상적인 개념이 강하지만 앞서 말한 잡지와 신문, 인터넷 기사, 광고판 등은 사진적인 요소가 강하다.

 

‘엔터산업’이 미디어를 통해 발전하면서 상업사진이 많이 이용됐다. 아이돌 그룹의 화보와 영화, 드라마의 내용을 함축하는 포스터가 대표적이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때 그 당시의 문화를 보여주는 기록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 영화 등 콘텐츠의 내용을 해석할 기회를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돌 그룹의 화보와 앨범 포토에는 노래의 컨셉이 담겨있으며 영화와 드라마 포스터에는 배우들의 감정과 극의 상징이 담겨있다. 노래와 연기는 예전부터 예술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엔터 산업’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면서 상업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상업사진을 통해 노래와 연기에 숨어있는 텍스트를 발굴할 수 있다.

 

전시는 상업사진이 발달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여준다. 예술에는 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산업 활동과 예술을 이분법으로 나눠서 생각했다.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시를 통해 예술이 산업 활동으로, 다시 산업 활동이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을 보고 이어져 있는 끈을 볼 수 있었다. 전시에는 더 많은 사진들이 있다. 그 사진들을 보고 상업사진의 비상업적인 모순적 아름다움을 느껴보길 원한다.

 

 

 

박성준 태그.jpg

 

 

[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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