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라우닝 신드롬 [음악]

역주행을 이끈 아티스트 우즈의 노래에 대하여
글 입력 2024.10.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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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불후의 명곡' 캡처

 

 

드라우닝 신드롬을 아는가. 현재 가수 WOODZ(우즈)의 노래인 Drowning(드라우닝)이 역주행으로 각종 음원 차트에 진입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4월에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이 뒤늦게 차트에 오르는 경우는 굉장히 희귀하다.

 

음반의 발매 직후 차트에 순위를 기록하는 것은 이후 음원 성적에 중요한 역할을 끼친다. 따라서 접근성이 좋은 숏폼의 형식에 맞춰 중독적인 멜로디와 따라 하기 쉬운 안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케이팝의 안타까운 현주소이다. 이는 자칫하면 음악적 균형이 무너져 곡의 퀄리티를 해치고 아티스트의 재능을 제한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는 세상 속 단발적이고 화려하기만 한 흐름에서 벗어난 드라우닝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며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전한다.


드라우닝은 우즈가 이담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이후 발매한 첫 앨범인 동시에 5번째 미니 앨범인 「OO-LI」에 속한 수록곡이다. 현재 멜론 차트 TOP 100위에 안정적으로 위치한 드라우닝이 처음부터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OO-LI 앨범의 발매 첫날 드라우닝은 멜론의 일간 순위 936위로 진입했으나, 이후 차트에서 아웃되며 한동안 빛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우즈의 폭발적인 성량과 서정적인 가사, 그리고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층층이 쌓여가며 고조되는 멜로디는 청자에게 진심을 내보였고, 숨은 명곡이라는 타이틀로 SNS상에서 잔잔한 인기를 끌게 된다. 비가 오면 들어야 하는 노래로 알려지며 장마가 올 때마다 소소하게 회자되던 곡은 이후 여러 가수가 커버곡을 올리며 재평가받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역주행은 KBS 2TV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이 기폭제로 작용한 영향이 컸다. 현재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즈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자작곡인 드라우닝의 무대를 선보인다. 비록 무대 영상은 방송으로 송출되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개시된 선공개 영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이후 일간 음반 순위가 계속해서 상승하며 멜론 차트 TOP 100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룬다.

 

이처럼 시류에서 벗어난 음악이 음악적 역량만으로 입소문을 타 역주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이어 역주행에 성공한 우즈의 드라우닝은 현재도 계속해서 음반 차트에서 상승 폭을 그리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증명한다.


예전부터 우즈의 노래를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이번 드라우닝의 역주행이 가뭄의 단비와 같은 기쁜 소식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짧아지고 함축되어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진심을 전하는 그가 고맙다. 드라우닝이라는 노래에서 나아가 우즈라는 가수에게 대중의 시선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우즈의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비하인드


 

2023년 12월 18일에 발매된 디지털 싱글 「AMNESIA」의 수록곡이다. 록/메탈 장르 중에서도 alternative rock 스타일을 띄는 "비하인드"는 우즈의 중성적이고 부드러운 보컬과 몽환적인 사운드가 반복되며 도드라진다.

 

 

 

 

고개를 푹 떨군 채로

걸어가다 마주한

상처투성이 내 모습 

안쓰러워 보여 참

알아 달라는 말은 아니에요

푸념 가득 쓸 곳이 없어서 음

다시 돌아갈게요

고마워요 그대

사랑해요 많이

바보 같은 나를 미워하지 마요

고단했던 하루

아름다운 노을처럼

잠시 같이 행복을 나눠요

난 잠깐의 휴식이 될게요

 

 

‘비하인드’라는 곡의 제목처럼 가사는 내면에 존재하는 그의 심정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잠깐의 휴식이 되어준다는 반복적인 어구는 청자에게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암시하는 듯하다.

 

눈여겨볼 점은 한글로만 구성된 가사이다. 글로벌로 진출하는 요즘 케이팝의 트렌드에 따라 많은 가수가 영어 가사로 짜여진 곡을 내는 것과 달리, '비하인드' 속 우즈의 말은 모두 한국어로 풀이된다. 감성적인 표현으로 편지를 읊듯 담담하게 전달되는 그의 마음은 우리의 언어로 이루어졌기에 더욱 진정성이 드러난다. 숨겨진 의미나 어려운 뜻을 수수께끼처럼 알아맞힐 필요 없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는 데 집중한 그의 의도는 듣는 이에게 한 줄기의 위로가 되어준다.


이 곡을 듣다 보면 추운 겨울 눈 오는 날의 밤이 떠오르는 동시에 미국의 록밴드인 Cigarettes After Sex가 연상되기도 한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단순하고도 반복되는 곡의 구성은 로맨틱한 무드를 자아내며 추위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매번 되풀이되는 캐롤이 지겹게 느껴진다면 우즈의 비하인드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2. Ready to Fight


 

Ready to Fight는 2023년 4월 26일에 발매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OO-LI」에 drowning과 같이 수록된 곡으로, 곡명과도 같이 도발적이고 강렬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Ready to Fight를 제대로 즐기려면 우즈의 라이브 클립을 시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180cm를 능가하는 거구의 남성이 긴 금발의 머리를 하고 멀쑥한 정장의 옷차림으로 라이브로 펑크록을 부른다. 제대로 설치된 무대라고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고음을 내지르는 모습은 마치 우리 사회가 각종 틀로 씌워놓고 이름 붙였던 사회적인 통념을 감히 깨부숴버리겠다, 라는 굳은 의지처럼 느껴진다.

 

 

어디로 튈지 몰라 난 재밌는 걸 찾아서

누가 날 막는다면 각오해 

난 치열한 게 좋아서

Keep talking bout 

my gossip xxxxxxxxxxxx

Get out of here all you idiot

난 스크래치 많아도 결국 classic

또 달려가자 어서 일어나

shut the fxxx up

I don’t mind 내 뼈가 부서져도

끝까지 갈 거야 Oh oh

너와 다른 게 틀린 거라면

끝까지 반항해

Oh I’m Ready to fight

 

 

가사 중 “난 스크래치 많아도 결국 classic”이라는 문장이 상당히 재미있다. 실제로 이 가사에 대해 우즈는 "내가 상처를 입는다고 한들 그건 상처가 아니라 작은 스크래치고, 스크래치가 남아서 결국 빈티지하고 멋스러운 클래식한 내가 된다"라고 설명한다.

 

한국 가요계, 특히 케이팝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실험적인 음악을 통해 격조와 품위의 대체어이자 자칫하면 보수적인 무언가를 상기시키는 클래식에 자신을 치부하는 것에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인다. 이는 부수적인 꾀를 부리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통해 대결하겠다는 올곧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너와 다른 게 틀린 거라면 끝까지 반항해”라는 가사야 말로 Ready to Fight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일 것이다. 이 도발적이면서도 발칙한 전언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사로 강조된다.


 

난 내 갈 길을 간다 저리 가

어쩜 그리 할 일들이 없냐

그럼 이만 나는 바빠서

다시 한번 옷에 먼질 털고 간다

 

 

주변에 개의치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가사는 어쩌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나이에 대한 한계점과 역량을 잡아둔 채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기보다는 경제 체계의 부품 속 일부가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에는 상당한 의지와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개별적인 삶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결코 옳고 틀린 것은 없기에, 오로지 내가 원하는 그 길을 걸어가고 싶은 젊은이들을 위한 응원가로 다가온다.

 

 

 

3. Dirt on my leather


 

Dirt on my leather는 2022년 5월 4일에 발매된 WOODZ의 네 번째 미니 앨범 「COLORFUL TRAUMA」의 수록곡이다. 록/메탈의 장르에서도 Hard Rock 스타일의 개성적인 곡을 내보이며 잊지 못할 강렬함을 선사한다.


Dirt on my leather는 그야말로 우즈가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곡이다. 70~80년대의 록밴드 감성을 담아낸 곡은 귀를 타격하는 힘찬 드럼 비트와 역동적인 일렉기타 사운드에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이 곁들이며 케이팝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고전적인 록 음악을 선보인다.

 

 


 

Hey come on let us

Running through the storm

Sky is the limit

We march and break the wall

Why you gonna be so sad

Rub some dirt on it

Why you wanna be so tamed

get back on your own feet

Let's Ride and roll all rock and roll

Let's Ride and roll all rock and roll

Let's Ride and roll all rock and roll

Let's Ride and roll all rock and roll

 

 

“두려움 따윈 뚫고 지나가자. 내 가죽 재킷에 묻은 먼지 털듯이.”라는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처럼, 음악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며 고음의 애드리브와 함께 격앙된다. 곡을 듣다 보면 걱정과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록 특유의 활기찬 기운을 만나 부서지고 희미해져 결국 녹아내린다. 다 함께 즐기자! 라는 모토를 담고 있는 듯한 곡은 핸드폰을 쥐는 대신 두 손을 펴 들고 로큰롤 신호를 보내며 그 자리를 직접 즐기고 싶게끔 만든다.

 

난 너 없이, HIJACK과 더불어 Dirt on my leather로 국내 록 시장에서 새로운 계보를 써 내린 우즈는 지난 2022년 피크 페스티벌에서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무대를 펼치며 호평을 받는다. 록에 타고난 음역대와 노련한 무대 센스로 실력을 입증하며 SNS상에서 인기를 입고, 이후 다양한 페스티벌에 등장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4. Journey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다섯 번째 미니 앨범 「OO-LI」에 수록된 타이틀 곡인 Journey이다. 공간을 풍부하게 메우는 밴드 사운드와 우즈의 청량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팝 장르로, 제목과도 같이 "내면으로부터 시작된 여정"이라는 의미를 담는다.

 

 

 

 

네 잎에 잊혀진 세 잎의 꿈

그사이 훌쩍 커져 버린 숲

그 안에서 난 외쳐 yeah

when tears filled my eyes 울어도 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

내 몸을 맡긴 채로 날아 멀리

미소를 짓는 날 뒤로 한 채

다시 한 걸음을 뗐어

내가 이 문을 나설 때

저 너머 끝없는 길 위에

햇빛이 날 비추고 있을 거야

So I'm ready to journey again

여길 떠나 혹여 날 잃어도

깊은 마음속 내 작은 섬엔

나를 담아놓은 내가 있어

 

 

Journey에서는 특히나 눈여겨 볼 가사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네 잎에 잊혀진 세 잎의 꿈"이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클로버를 빗대어 쓰인 가사는 네잎클로버가 의미하는 행운과 세 잎 클로버가 의미하는 행복에 관해 서술한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행운을 바라보느라 눈앞의 행복을 잊어 버렸다는 가사는 마치 시간이 지나고 자아가 성장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방황을 의미하는 듯하다. "자유와 통제 그 어딘가를 방황하다 깊은 곳의 나를 찾아 마주했다."라는 5집 미니 앨범의 설명처럼, 타이틀이 된 Journey는 자신을 향한 여정 속에서 발견한 과거의 나를 비춘다.


“여길 떠나 혹여 날 잃어도 깊은 마음속 내 작은 섬엔 나를 담아놓은 내가 있어”. 비록 잠시 길을 헤매고 내가 누군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결국 자신을 믿는 사람은 내면에 존재하는 자아를 찾아 중심을 회복할 수 있다.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굳세게 일어날 수 있다. 걸어온 날들 속 존재하는 수많은 ‘나’를 기억하기에 다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될 것이다. 따라서 곡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나를 담아놓은 내가 있다"라는 말은 비로소 Journey의 결말이 된다. 지나간 자신으로부터 위안을 받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우리는 이 힘을 계기로 두 발을 내디뎌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

 

WOODZ의 음악 스펙트럼은 깊으면서도 광활하다. 매번 새로운 시도와 컨셉으로 의미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이번 음원 차트의 역주행으로 드라우닝에 관심이 생겨 그와 비슷한 노래를 찾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우즈가 품을 수 있는 여러 장르의 음악에 시도해 보며 그 다채로움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았으면 한다. 잠재적인 재능이 무궁무진한 아티스트 WOODZ의 미래에 개인적인 기대감을 내비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조유진.jpg

 

 

[조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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