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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 트로피 [영화]

소희가 앞으로 쌓아나갈 세계를 응원하며

by 김희정 에디터
2026.07.13 13:04

 

 

최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손명아 감독의 ‘트로피’를 관람했다. 손명아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꽤 주목을 받고 있던 작품이다. 이번 부천에서 운 좋게 티켓팅에 성공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줄거리가 정말 흥미로웠다.

 

 

재일 조선인 소녀 소희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동아리 활동으로 조선무용을 배우고 있다. 어느 날 일본 학교와의 교류회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미라이와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지게 되고, 콘서트에 가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가 소중히 간직하던 훈장을 팔아버리게 된다.

 

 

너무나도 재미있는 줄거리였다. 이번 부천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하던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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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에게 북한이라는 건 가깝고도 먼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통일 교육을 받아왔지만, 한민족이라는 개념은 솔직히 나에게 지워진지 오래다. 이런 상태에서 봤던 재일 조선인 소희의 이야기는 나에게 새롭고도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타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영화의 순기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일조선인 소희는 조선학교에 다니며 동아리 활동으로 조선 무용을 배운다. 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소희는 일본 학교와의 교류회에서 일본인 친구 ‘미라이’를 만나게 된다. 둘은 대화를 하다가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선 점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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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와 소희는 지극히 일상적인 그 나이대 중학생 소녀다운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최애를 물어보고, 인스타를 교환하며 우정을 쌓는다. 같이 놀러 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소희가 미라이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 장면을 보며 내 중학생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도 소희처럼 케이팝을 좋아했다.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면 너무나도 반가웠고, 하루 종일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 시절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어 왠지 반갑기도 했다.

 

소희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조선무용을 배운다. 조선무용 선생님은 소희에게 조국을 향한 ‘진심’이 있어야만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희는 진심을 느끼기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한국인도 일본인의 경계 속에서, 심지어는 북한과 남한의 사이에서 소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재일 동포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건 이미 다른 매체에서 많이 봐 왔지만, 나와 비슷한 것을 좋아하고 나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갔던 중학생 소녀의 모습으로 보니 더 와닿았다. 소희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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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소희는 외롭지 않았다. 소희에겐 미라이가 있고, 조선무용을 함께 추는 친구들이 있다. 소희는 누군가가 정해준 기준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기로 한다. 소희는 여전히 춤을 추는 것이 즐겁고, 방탄소년단이 좋고, 친구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다. 결국 소희를 움직이는 건 ‘조국을 향한 진심’이라는 거대한 말보다도, 지금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이었다.

 

소희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가고 싶어서 아빠가 간직하던 훈장을 팔아버린다. 아빠에게 훈장은 조국을 향한 마음과 그동안의 삶을 상징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하지만 훈장이 없어졌다고 해서 아빠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여전히 조국을 사랑하고, 소희 역시 대회 때문에 콘서트를 가지 못했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 소희의 친구 연희 또한 다쳐서 무대에 서지 못했을 뿐, 공연장을 찾아 친구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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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에서의 훈장은 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장치다. 조국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 그리고 그 너머의 자신의 정체성까지. 훈장이라는 형식적인 것이 없어진다 한들 수년간 싹 틔워 온 본인의 토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견고하게 쌓아온 그들의 정체성과 세상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가치관과 신념을 믿고 나아가는 동시에,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희가 마지막에 조선무용 대회에서 받은 은상 트로피의 의미는 과거 정체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본인만의 정체성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제목 트로피도 소희가 만들어 갈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희에게 앞으로 닥칠 수많은 사건들이 무수한 행복으로만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일조선인을 넘어 어린 소녀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 소녀에게서 왠지 내가 보였다. 중학생 시절을 넘어 어쩌면 아직까지 겪고 있을지 모를 이방인 같은 느낌에서 소희와 내가 겹쳐 보였다.

 

소희의 세상이 푸르도록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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