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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나라는 맛에 대하여 [서간문]

보고 경험하고, 쓰며 깊어진 시간들

by 최아정 에디터
2026.08.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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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나를 음식에 비유한다면 무엇일까. 첫입부터 혀를 사로잡는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먹을수록 은근한 감칠맛이 도는 음식에 가깝다. 처음에는 미처 몰랐던 맛이 두 번째, 세 번째에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음식. 나 역시 한눈에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다 알아갈수록 새로운 맛을 내는 사람이고 싶었으니까.


    내 안에서 가장 먼저 맛을 내는 재료는 호기심이다.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했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도 즐겼다. 남들이 재미있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자연스레 여러 대외활동을 찾아다녔고,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일도 좋아했다.


    하나를 경험하면 또 다른 하나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나는 수많은 ‘한번 해볼까?’를 따라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호기심 옆에는 늘 욕심도 따라다녔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남보다 많이 가지려는 욕심보다는 내 안에 더 많은 것을 채우고 싶은 욕심에 가깝다. 궁금하면 알고 싶고, 알게 되면 직접 해보고 싶다. 시작한 일은 이왕이면 잘하고 싶고, 잘하게 되면 조금 더 깊이 알아가고 싶다.


    때로는 그 마음 때문에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정도면 됐지’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을 붙잡고 한참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욕심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갔다. 조금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 덕분에 낯선 일에도 발을 들였고, 그 경험들은 또 다른 일을 시작할 밑천이 됐다.


    수많은 관심사 가운데 유독 오래 남은 맛도 있다. 바로 글쓰기다.


    말하기를 좋아했던 내가 글을 좋아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둘 다 내 안의 생각을 밖으로 꺼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말이 순간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이라면, 글은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아 오래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말로 사람과 가까워졌다면, 글로는 세상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됐다.


    좋아하던 글은 어느새 일이 되었다. 카피를 쓰고, 홍보 문구에 필요한 문장을 쓰고, 때로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한 편의 글로 옮긴다. 짧은 한 줄에 마음을 담아야 할 때도 있었고, 눈앞의 장면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단어 하나를 오래 고민할 때도 있었다.


    여러 일을 거치면서도 나는 결국 다시 글로 돌아왔다. 하는 일도 달라지고 관심사도 늘었지만, 글만큼은 좀처럼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 글쓰기는 단순히 ‘좋아하는 일’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식에 가깝다.


    나는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편이다. 누군가 스쳐 지나가며 한 말, 잠깐 변한 표정, 평범한 하루에 벌어진 작은 사건도 마음 한편에 남겨둔다. 그때는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장면이 문장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평범한 하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글을 쓰면서 배웠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의 감칠맛도 여기서 생긴다.

     

    보고, 궁금해하고, 직접 경험하고, 끝내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말하기를 좋아했던 아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 했던 욕심은 다양한 경험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다시 글의 재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한 가지 맛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글쓰기의 깊은 맛도 있고, 말하기의 톡톡 튀는 맛도 있다. 새로운 세계에 먼저 발을 들이는 호기심의 산뜻함도 있고, 기왕 시작했다면 제대로 해내고 싶은 욕심의 진한 맛도 있다. 서로 다른 재료가 섞이면서 나조차 몰랐던 맛을 발견할 때도 있다.


    아직 넣어보고 싶은 재료도 많다. 만나보고 싶은 사람도, 배우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일도, 쓰고 싶은 이야기도 남아 있다. 몇 년 뒤 나를 다시 소개한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완성된 하나의 음식이라기보다 살아가면서 계속 새로운 맛을 더해가는 사람에 가깝다.


    그러니 나를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다.


    첫맛만으로 나를 판단하지 말 것.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맛이 시간을 두고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의 맛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살아온 시간이 맛을 더하고, 새로운 경험이 또 하나의 재료가 된다.


    알아가는 시간만큼 천천히, 감칠맛이 깊어지는 사람.


    그것이 지금 내가 소개하고 싶은 나다.


    천천히 음미해 주기를 바라며,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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