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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층간 소음의 품격

증거수집보다 빠른 건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이다

by 최아정 에디터
2025.10.23 12:36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집안의 소음 때문에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정확히는 집을 타고 들어오는 여러 소리들 때문이다. 바로 층. 간. 소. 음.

   

저녁 여섯시부터 아홉 시 사이 윗집에서 들려오는 발망치 소리, 아이들이 내는 함성, 의자 끄는 소리, 각종 생활 소음은 매일같이 일상을 흔들었다.

 

순간순간 ‘곧 멈추겠지’ 싶었지만 그 소리는 매일 반복되며 삶의 리듬을 파괴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다루는 사례 예를 들면 공사장 소리, 못질하는 소리는 증거 수집이 가능했지만 내가 겪는 소음은 달랐다. 웅웅 거리는 발 망치 소리는 조금 기다리면 잦아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다른 방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분명 천장의 진동을 느끼는데 영상이 소리를 다 담지 못했다. 내가 하도 예민하고 감각이 발달돼서 그런가 싶었으나 내가 느낀 소리를 아빠도 같이 듣고 있었다. 한 날은 아빠가 이렇게 말했다. “윗집 애가 셋이라 그런지 쿵쿵대는 소리가 아주…”  내가 듣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진짜 시끄럽단 걸 알 수 있었다.

 

층간소음은 폭력과 살인을 부르기도 한다는데, 그 말을 체감했다. 집은 쉬는 공간인데 누워서 조용히 있으면 나는 소리들은 내 어지러운 머리를 더 심하게 울렸다.  집의 안락함은 어느새 ‘소음의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자기는 아랫집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유튜브로 ‘개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반복 영상을 틀어놓는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소리의 무게


 

뉴스에서만 봤던 층간소음이 피부에 와닿았다. 어떻게 해야 되나 근 일 년 동안 고민했다. 위층에서 증거를 내놓으라고 따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소리가 날 때마다 영상을 찍었지만 소용없었다. 내 귀에는 천둥 같은 소리가 영상 속에서는 생활 소음 정도로 담겼다. 더 자세히 기록을 남기려고 소리 나는 즉시 위층층에 올라가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소리의 근원지가 윗집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의 소리가 따갑게 들려왔다. 허나 아무리 녹음, 녹화를 해도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내 고통은 숫자나 화면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억울했다.

 

일 년 동안 층간소음으로 따졌을 경우 걸렸던 문제는 우리 집 강아지였다. 작년에 새로 데려온 반려견 자두는 사람들이 오고 갈 때 짖었다. 택배 오는 소리, 옆집 문 여는 소리, 가족이 외출할 때면 매섭게 짖었다.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훈련사를 세 번이나 바꿔가며 교육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위층에 올라가서 당장 따지고 싶었으나 혹여나 강아지를 걸고넘어질까 무서웠다. 싸울 수도 있는 상황, 증거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 강아지 때문에 도리어 우리 집이 공격당할까 참고 살았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라서 빵 터졌다.

 

 

 

온라인에서 만난 나와 같은 사람들


 

참다못해 층간소음 피해자 카페에 가입했다. 밤마다 게시판에 쌓여 있는 글들을 읽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위로를 얻었지만 동시에 분노도 깊어졌다. 글 속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집에서조차 쫓기듯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억울했다. 우리나라에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와 층간소음 분쟁을 상담하고 중재하는 공식 제도가 있다는 것도 찾았다. 그러나 일시적일 뿐 제일 중요한 건 윗집이 조금은 개선해야 모든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층간소음 보복 아이템을 소개하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략을 썼다. 소리에는 소리로 맞서야 한다며. 이들은 대화로도 안 통해서 이 방법을 쓴다고 전했다. 소음용 우퍼부터 소음 측정기, 신박한 소리 영상 모음집까지. 각종 아이템을 보고 오 초정도 고민했다. 이전까지는 소리를 녹음해서 증거를 만들어야 우리 쪽에서 할 말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찾아간 윗집.

울분을 삼키다가 용기를 냈다. 내 손이 드디어 윗집 초인종을 눌렀다.

“어떻게 오셨어요?”

 

윗집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했다.

일 년 동안 쌓인 피로와 떨리는 목소리가 퍼졌다.

 

“아랫집입니다. 용기 내서 찾아왔어요. 아이가 많아 어느 정도 소리는 날 수 있다고 보는데 쿵쿵거리는 소리가 너무 심해서요”

내 상황을 말씀드리자 아주머니는 바로 사과했다.

 

“어떻게 해. 미안해요”

 짧은 한마디에 나는 힘이 풀렸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순간 묵혀 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내가 상상했던 플랜 B, 플랜 C 대치하고 싸우는 상황은 없었다.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는 아주머니께 웃으며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왜 진작 찾아가서 말하지 못했을까 ……. 혼자 여러상황을 예측하는 것보다 직접 마주하니 격양된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때론 대화가 필요해


 

층간소음은 단순히 집 안의 소음 문제가 아니라, 이웃 간의 관계와 삶의 품격을 시험한다. 그래서 우리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제도는 마지막 수단일 뿐이다.

 

제일 중요한 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 간의 대화다.

 

증거보다 소음 측정보다 현관 앞에서 나눈 몇 마디가 큰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층간소음의 해법은 두꺼운 벽을 두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는 데 있다. 그걸 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이웃의 ‘진정한’ 품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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