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노래를 잘 알지 못한다. 시간이 넉넉할 때야 음원차트, 가요 프로그램을 찾아봤지, 굳이 볼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음악이라면 유튜브에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택해 랜덤으로 듣거나 좋아했던 옛 음악을 플레이해 듣는 편이다. 그런 내게 요즘 QWER(큐 더블유 이 알) 밴드가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조카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조카의 최애 음악이 QWER라고 한다. 여자아이들 음악을 좋아했는데 QWER의 고민 중독, 눈물참기가 좋단다.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는 조카가마냥 귀여웠다. QWER, 퀄? 뭐라고 읽어?라는 말에 QWER, 큐 더블유 이알이라고 말하는 조카다. 응? 그래서 그룹 이름 뭐라고 읽냐고? 그룹명 자체가 큐 더블유 이알이란다.
처음 음악만 들었을 때는 락 사운드도 괜찮고, 가사도 서정적이어서 인기 있구나 생각했다. 그다음 유튜브 영상을 봤을 때는 ‘왜이렇게 외모가 이쁘지, 전원이 다 엔딩 요정이네?’ 인형같은 비주얼을 보며 흠칫 놀랬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번 그녀들을 찾아본 이유는 QWER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 결과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밴드 QWER은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QWER는 유튜버 김계란이 프로듀싱 한 걸 밴드로 각각의 네 명이 음악적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김계란은 QWER를 만들며 성장형 아이돌로 팬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게 프로젝트 반짝 그룹으로 무대에 섰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벌써 2년째라니. 게다가 한 곡이 인기를 얻어 뜬게 아니다. 눈물참기, 별의 하모니, 고민 중독 모두 좋다. 멤버들이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인지도가 있는 인플루언서 혹은 경력자다. 드럼과 서브보컬을 맡고 있는 쵸단, 베이스를 맡은 마젠타는 인기 크리에이터, 기타를 맡고 있는 히나는 틱톡 400만 팔로워 보유자. 실력, 외모, 끼 삼박자 모두가 완성됐을 때 내보내는 것과 달리 QWER은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가깝다. 보컬 시연은 아이돌 연습준비를 하던 NMB48 멤버 출신이다. 완벽하진 않은 멤버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었던 콘텐츠는 '최애의 아이들' 시리즈다.
최애의 아이들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통해 멤버영입 과정, 합숙생활, 연습과정 등을 담아냈다. 멤버 각자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은 것은 물론 이거니와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귀여운 친척 동생, 친구처럼 친근하다. 유튜브를 통한 자체 홍보 방식 때문일까 온라인 비중을 크게 둔 쇼케이스, 대학축제, 지역 행사등을 통해 음악을 알리며 말 그대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며 꾸준하게 우상향 중이다. 필자는 QWER을 데뷔부터 지켜본 게 아니지만 지나간 영상을 통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얼굴만 예쁜 밴드는 아니라는 것, 음악하는데 보이는 진정성 있는 모습이 팬덤을 확산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형 밴드라고 나왔는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일 터. 하지만 QWER은 뚝딱거리며 결국 성장한다.
락밴드하면 사운드와 목소리가 강한 밴드가 생각난다 부활, 국가스텐, 윤도현 밴드 등……
연습생 출신도 아닌데 락밴드라… 사운드도 샌 것 같지 않은데, 괜찮으려나? 처음에는 편견을 가졌다. 그러나 QWER 밴드의 매력은 음악이 정말 좋다. 청량한 사운드에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들이 많다. 특히 ‘눈물참기’라는 노래는 사람들의 공감지수를 크게 불러온다. 누구나 힘들었던 시절을 견딘 경험 한 번씩은 있지 않은가. 슬플수도있는 노래를 명쾌한 사운드로 풀었다.
음악만큼 좋은 건 영상이다. ‘눈물참기’는 뮤비에는 가수 오디션에 떨어진 멤버 시연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두운 구름과 비가 오는 장면 등 배경적인 요소 때문인지 뮤비는 멜랑꼴리하다.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는데 겉으로 밝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시연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빗속에서 같은 인물 두명이 서로를 껴안는 것은 미래의 시연이 지금의 시연을 다독여 주는 것 같다. 계절적 분위기와 사운드, 멤버들의 합이 만들어낸 여성밴드 QWER. 대형 기획사의 프로모션이나 방송 노출이 아닌 다른 길을 걷겠다는 독보적인 모습 또한 밴드의 색깔과 맞닿아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디까지의 성장을 보여줄까,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