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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은 시대, 설득은 왜 더 어려워졌을까.

 

최근 KBS에서 방영된 <더 로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말로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각 분야의 각양각색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찬반 논쟁을 펼치며 토론을 벌이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공감이 오가는 순간도 있었고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격해지는 장면도 있었다. 같은 팀 안에서도 마이크를 잡기 위한 경쟁이 있었으며 후반부에서는 자기주장만 앞세우다 목소리만 높아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진짜 설득이란 무엇일까. 논리를 더 많이 쌓는 것이 설득일까. 상대의 말을 반박하는 것이 설득일까.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이 질문을 안고 다시 펼친 책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다.


가족, 친구와의 관계,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자리, 물건 하나를 고를 때 보는 관점. 삶의 모든 순간들을 되짚어 보면 선택과 결정이 반복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에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내가 소속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해가며 나는 잘 해왔나? 나는 내 의견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인가? 스스로 에게 되물어 가며 책장을 넘겼다.

 

 

 

설득의 출발점은 ‘인정’이다


 

인간관계론이 오래 읽히는 이유는, 이 책이 인간관계를 위한 기술을 말 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로 다루기 때문이다. 데일 카네기는 설득의 출발점을 논리나 말솜씨가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찾는다.


사람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보다 먼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마음을 연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는 인정을 위해서는 진심이 있어야 하지만 그 외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말해준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을 때,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알겠습니다’하고 말한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에서는 인정을 위해서는 감사와 칭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막연한 잘했어요는 금방 휘발돼 보이고, 영혼 없어 보일 수 있다.

 

다음과 같이 칭찬한다면 어떨까?

 

“추가한 자료에서 마지막 도표 정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인상 깊었다.”


칭찬과 동시에 상대의 말을 잘 들었다는 경청의 표시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지점을 짚는 칭찬은 상대의 역할을 정확히 인정하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단순 아부가 아니라 명확하고 확실하다. 또한 칭찬은 SNS 좋아요 보다 더욱 영향력을 미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 나의 경우 칭찬을 받으면 두 배 세배로 신이나 더 많이 하게 되는 케이스다. 아마 인정욕구가 강한 탓일 수도 있겠다. 삶을 되돌아봤을 때 나를 끌어준 것 또한 칭찬이었다. 처음 제대로 된 글이 쓰고 싶어 열일곱 살 때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여러 친구들 사이에서 글을 읽고 부족한 부분을 선생님께 피드백 받는 시간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를 처음 끌어준 건 선생님의 한 마디 칭찬이었다.

 

“네 글에서는 OOO 작가의 느낌이 난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안에서 웅얼 거리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글을 써야 한다”

 

당시 유명한 작가의 문체가 나와 비슷하다는 말을 아직까지도 대뇌인다. 실제로 나는 그 작가를 좋아해서 책을 필사하고 읽고 있던 중이었다. 닮고 싶은 사람의 느낌이 내게 난다니. 내게도 가능성이 있구나 일말의 희망을 떠올렸다. 이렇듯 인정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화된 표현을 필요로 한다. 당신이 건넨 칭 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감은 약점이 아니라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기억에 남는 단어 중 또 하나는 공감이다. 공감은 종종 감정적인 선택처럼 오해받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공감은 대화를 계속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장치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일수록 “그럴 수 있겠다”라는 한마디를 하면 상대의 감정이 풀릴 때가 많다. 상대의 감정을 풀어주고 비로소 말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공감은 상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상태를 인정하는 말이다. 앞에서 내가 말한 설득과 연관 지어 설명해 보자면 인간관계론이 강조하는 공감은 설득이 시작될 수 있는 조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설득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관계


 

오늘날 우리는 말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 메신저, 댓글.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말이 많아질수록 정작 관계는 쉽게 소모된다. 설득은 종종 대화가 아니라 경쟁과 강요가 된다.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이기려는 말들이 앞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상대를 설득하기 전에 관계를 잃어버리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일리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은 당연해서 무시되지만 막상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오래된 책이 오늘날까지 읽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한 진실을 꾸준히 말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관계론을 읽으며 다시금 내 지난날을 되새김질하게 됐다. 대학교에 입학해 대외활동을 하던 일, 회사에 첫 입사를 하던 날, 공백기를 뒤로하고 수많은 면접을 보던 지난날들. 이 책이 말하는 인정과 존중, 공감이라는 메시지는 정말 기본적이고 단순한 사실들이다. 사람을 움직이고 싶다면, 먼저 사람으로 대하라는 것, 밀어붙이면 멀어지고 인정하면 가까워지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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