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상자 속의 양>
영화 <상자 속의 양>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어떤 가족의 이야기다. 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가 아이를 대신하여 그와 똑 닮은 휴머노이드를 받아들이며 발생하는 사건을 담았다.
죽은 아들을 대신해 휴머노이드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부부의 모습이 많이 절박하다고 느꼈다. 어린 아들을 보내게 된 것에 부부의 잘못은 없는데도 죄책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잘못 없는데 아이가 죽나?」
켄스케가 나지막이 내뱉은 말이다. <상자 속의 양>에서는 카케루의 죽음이 사고인지 사건인지 밝혀내는 것이 우선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죽은 이를 보내주는 과정을 담고 있다.
몇 번을 고민하고 선택을 번복하며 휴머노이드로 다시 찾아온 카케루와의 생활을 이어간다. 그는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부로 말한 것에 상처받았을까 노심초사하고 아들과 나눴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초반의 부부는 그를 마치 카케루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대한다.
하지만 이내 그가 ‘진짜’ 카케루일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또 다른 그들의 아이로서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새로운 묘목을 심는다. 그러한 부부의 결심과는 달리 카케루에게서는 또 다른 의지가 엿보인다.
카케루에게 ‘가족’이 생겼다. 제 의지로 함께 살아갈 이들을 정한 것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의도한 진정한 결말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부가 카케루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과 카케루를 빼닮은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상충한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해야 한다. 그러니 카케루가 계약을 종료하고 부부의 품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상자 속의 양>은 이별과 가족에 관해 이야기한다. 평이한 평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자 속의 양>이라는 작품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2. 오리지널 시나리오북
[상자 속의 양 시나리오북]은 감독, 각본, 편집을 모두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직접 집필한 완전판 시나리오를 수록한 작품이라고 한다.
가장 처음으로 접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다. 이후 <걸어도 걸어도>까지 보고 나니 ‘가족’이라는 소재를 잘 다루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에는 <괴물>을 통해 여러 문제점을 다루며 그러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감독이라고도 느꼈다. 그래서 이번 <상자 속의 양> 또한 관람하고 싶었으나 개봉 당시 일정의 문제로 영화관을 찾지 못했고, 포스터와 예고편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기에 그쳤었다.
이에 작품을 제대로 접한 것은 시나리오북이 처음이었다. 소설 원작 영화의 경우에 원작을 먼저 접한 경험은 있지만, 오리지널 스토리의 영화를 줄글로 먼저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생경한 경험이었다.
소설보다는 영화 문법에 더 부합하는 글이었기에 영화로 상상해 보기는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장면을 묘사하는 글이 긴 편은 아니기에 소설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는 없다고 느꼈다. 이에 간혹 그 속도감이 굉장히 빠르다고도 느꼈는데, 무언가를 상상하기 전에 설명이나 대사는 끝나 있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카메라 워크나 음악, 혹은 공간적 연출이라고 할 것이 없는 탓에 다소 단편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더 궁금해졌다. 결말까지 알게 됐는데도 영상으로 펼쳐질 <상자 속의 양>이 보고 싶어졌다.
이처럼 시나리오북을 읽어 보는 것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본 사람에게도 모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를 즐기고 소장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많은 관람객이 더 폭넓은 감상 경험을 쌓기 바란다.